제사장이 그 거룩한 떡을 주었으니(편집본 1)
서론
요나단과 헤어진 후 다윗은 놉으로 간다. 놉으로 간 이유는 확실치 않다. 블레셋으로 망명할 계획(10절 참조)을 품었다면 굳이 놉에 들를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기브아를 중심으로 놉은 블레셋 영토에서 멀어지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놉으로 간 것은 그곳에 안치된 골리앗의 칼을 가져오기 위함이다. 다윗이 사울로부터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블레셋으로 망명하는 것이었다면, 골리앗의 칼을 가져가는 것이 정치적 가치를 높이는 좋은 방법이다. 블레셋이 가장 두려워하는 장수 다윗이 골리앗의 칼을 들고 망명했다는 소식은 블레셋의 사기를 높여 줄 것이기 때문이다.
먹을 것을 요청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다윗은 비밀 작전을 수행 중인 부하들과 함께 먹을 것처럼 말한다. 실제로 구하는 것은 여행 식량이지만. 특히 “당신[아히멜렉]의 수중에 있는” 것을 구하는 것으로 보아 오래 머무를 시간이 없는 것 같다. 왜 떡 “다섯” 덩이를 요구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도 있지만(왜 다윗이 매끄러운 돌 “다섯”을 취했는지와 아울러) 다섯이라는 숫자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종종 히브리어에서 숫자 다섯은 ‘약간, 조금’의 의미로 사용된다
본래 “거룩한 떡”은 제사장만 먹을 수 있지만 아히멜렉은 율법 규정을 느슨하게 적용하여 다윗의 부하들이 여자와 동침하지 않았다면 거룩한 빵을 허락하겠다고 제안한다.
율법에 집착하는 쪽이 사울이고 그렇지 않은 쪽이 다윗임에도 하나님이 후자의 행보를 인정하신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히멜렉이 거룩한 떡이라고 말한 것은 진설병이다. 진설병은 성소 안, ‘여호와 앞’에 즉 지성소 휘장 앞의 상 위에 전시된 열두 개의 빵을 지칭한다. 이 빵은 하나님과 열두 지파가 맺은 언약을 상징한다. 안식일마다 새롭게 만든 빵이 상에 오른다. 상에서 내려온 빵은 제사장만이 먹을 수 있다.
본론
3 예수께서 이르시되 다윗이 자기와 그 함께 한 자들이 시장할 때에 한 일을 읽지 못하였느냐
4 그가 하나님의 전에 들어가서 제사장 외에는 자기나 그 함께 한 자들이 먹어서는 안 되는 진설병을 먹지 아니하였느냐
5 또 안식일에 제사장들이 성전 안에서 안식을 범하여도 죄가 없음을 너희가 율법에서 읽지 못하였느냐
6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성전보다 더 큰 이가 여기 있느니라
7 나는 자비를 원하고 제사를 원하지 아니하노라 하신 뜻을 너희가 알았더라면 무죄한 자를 정죄하지 아니하였으리라
8 인자는 안식일의 주인이니라 하시니라
【예수님과 안식일】 마태복음 12장 1–8절은 예수님과 바리새인들 사이에 벌어진 안식일 논쟁이다. 사건의 발단은 제자들이 안식일에 밀밭 사이를 지나가다가 이삭을 잘라 먹은 것이다. 이것을 본 바리새인은 예수님의 제자들이 안식일의 비노동 규정을 어겼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예수님은 다윗이 놉 ‘성전’에 들러 ‘제사장’만이 먹을 수 있는 진설병을 식량으로 취한 사실을 인용하신다. 문제는 제자들이 안식일의 비노동 규정을 어긴 것과 다윗이 제사장만이 취할 수 있는 진설병을 취한 것 사이에 논리적인 연관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바리새인이 죄로 지적한 것은 제자들이 이삭을 먹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안식일에 밀을 자른 행위이다. 왜냐하면 비노동 규정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윗이 놉 성소에서 진설병을 취하여 성결 규정을 어긴 것은 안식일 논쟁과 연관이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예수님이 다윗의 예를 인용한 것은 그 이야기의 소재가 ‘성전’과 ‘제사장’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전’과 ‘제사장’은 안식일 비노동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것이 예수님께서 “성전보다 큰 이가 여기 있느니라(마 12:6)”라고 말씀하신 의도이다. 예수님은 자신이 사람의 손으로 지은 성전보다 크다고 주장하신다. 즉 예수님은 참 성전이다. 그렇다면 예수님의 제자들은 제사장이다. 제사장들이 참 성전에서 혹은 참 성전을 위해 일하는 것은 안식일 규정에 구애받지 않는다. 제사장들은 안식일에도 일할 수 있고, 일해야 한다. 따라서 제자들은 율법을 어긴 것이 아니다.
다윗의 대답에 만족한 제사장은 그에게 “거룩한 떡”을 내어 준다. 그리고 사무엘서 저자는 거룩한 떡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아히멜렉이 거룩한 떡이라고 말한 것은 진설병이다. 진설병은 성소 안, ‘여호와 앞’에 즉 지성소 휘장 앞의 상 위에 전시된 열두 개의 빵을 지칭한다. 이 빵은 하나님과 열두 지파가 맺은 언약을 상징한다. 안식일마다 새롭게 만든 빵이 상에 오른다. 상에서 내려온 빵은 제사장만이 먹을 수 있다.
목자장 도엑 21:7
7 그 날에 사울의 신하 한 사람이 여호와 앞에 머물러 있었는데 그는 도엑이라 이름하는 에돔 사람이요 사울의 목자장이었더라
사무엘서 저자는 놉 성소에 있던 한 사람을 소개한다. 성소에 도엑이 있다는 사실은 지금에야 나오지만 아히멜렉과 다윗은 이미 도엑을 염두에 둔 대화를 하고 있다.
도엑이 다윗과 아히멜렉의 대화를 엿듣고 있다는 가정하에 1–6절을 읽으면 새로운 느낌과 의미들을 발견할 것이다.
도엑은 사울을 위해 놉의 제사장들을 감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에돔 사람이었기 때문에 제사장의 반역 행위를 고발하는 데 안성맞춤이었을 것이다. 때문에 아히멜렉과 다윗은 도엑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제로 도엑은 사울이 다윗과 요나단과의 관계에 대해 아무도 말해 주지 않았다고 측근들을 꾸중하자 놉 제사장 이히멜렉과 다윗 사이에 있었던 모든 것을 자원하여 보고한다.
결론
다윗은 놉 성소에 골리앗의 칼이 있음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사무엘상 17장 54절에 따르면 다윗은 골리앗의 칼을 처음에는 자기 장막에 보관했다가 나중에 놉으로 옮겼다). 그리고 다윗이 놉에 들른 목적 중의 하나가 골리앗의 칼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블레셋 땅으로의 망명을 원했다면 골리앗의 칼을 들고 가는 것보다 더 큰 ‘회심’의 상징은 없기 때문이다.
“그 같은 것이 또 없나니 내게 주소서”라는 다윗의 말(9절)은 마치 골리앗의 칼을 기다렸다는 인상마저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