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위인의 조직과 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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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성경을 읽을 때 족보가 등장하는 창세기, 룻기, 역대상하, 마태복음 1장과 같은 내용들과 민수기에 등장하는 인구조사에 관한 내용들. 이런 내용들은 사실 눈에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마음을 다잡고 말씀을 읽어보더라도 무엇을 묵상해야 하는지 혼란스럽고 삶에 적용하는 것 역시 너무나 어렵습니다. 이는 말씀을 묵상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말씀을 전하기 위해서 준비하는 설교자의 입장에서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딱딱하게 느껴지는 인구조사의 말씀 가운데에서도 우리는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해당 내용을 차근차근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오늘 본문 말씀은 모세가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시내 광야에서 레위 지파의 남자 인구를 조사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민수기 3장 14절과 15절 말씀을 함께 읽겠습니다. 시작. “여호와께서 시내 광야에서 모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 레위 자손을 그들의 조상의 가문과 종족을 따라 계수하되 일 개월 이상된 남자를 다 계수하라” 아멘.
민수기에 등장하는 이스라엘 백성의 인구조사는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하나님의 명령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인구조사의 주도권은 어디까지나 하나님께 있는 것이며, 인구조사의 목적 역시 하나님의 영광과 그분의 거룩하심에 근거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나님께서는 모세로 하여금 열두 지파의 인구조사를 진행시키셨고 민수기 3장과 4장에서 레위 지파의 인구조사를 진행시키십니다. 레위 지파의 인구조사는 레위의 세 아들인 게르손, 고핫, 므라리에 속한 남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데요. 앞서 열두 지파의 인구조사는 군대 복무를 시작할 수 있는 나이인 20세부터 계수되었지만, 레위 지파의 인구 계수는 태어난지 일개월 된 갓난아기부터 노년에 이른 모든 남성들의 숫자를 계수했습니다. 4장에서는 30세부터 50세까지 계수하는 두 번째 인구조사가 진행되죠. 오늘 본문 말씀에 등장하는 첫 번째 인구조사는 레위 지파의 세 분파인 게르손, 고핫, 므라리에 대한 내용으로 전개됩니다. 해당 내용을 간략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로, 게르손 분파는 7,500명으로 계수되었고 성막 뒤, 곧 서쪽에 진을 칠 것이며, 엘르아삽이 지휘관이 될 것이고, 회막에서 게르손 자손은 성막과 장막과 덮개와 회막 휘장 문과 뜰의 휘장과 성막과 제방 사단에 있는 뜰의 휘장 문과 그 모든 것에 쓰는 줄들을 관리하는 일을 부여받습니다.
두 번째로 고핫 분파는 8,600명으로 계수되었고 성막 남쪽에 진을 칠 것이며, 엘리사반이 지휘관이 될 것이고, 회막에서 고핫 자손은 증거궤와 상과 등잔대와 제단들과 성소에서 봉사하는 데 사용되는 기구들과 휘장과 그것에 쓰는 모든 것을 관리하는 일을 부여받습니다. 쉽게 말해서 성막의 기물들을 관리하게 된 것이죠.
세 번째로 므라리 분파는 6,200명으로 계수되었고 성막 북쪽에 진을 칠 것이며, 수리엘이 지휘관이 될 것이고, 회막에서 므라리 자손은 성막의 널판과 띠와 기둥과 받침과 모든 기구와 그것에 사용되는 모든 것, 뜰 사방 기둥과 받침과 말뚝과 줄들을 관리하는 일을 부여받습니다. 쉽게 말해서 성막의 목재 기구들과 기타 장비들을 관리하게 된 것이죠.
이렇게 레위 지파는 게르손 고핫 므라리, 세 분파 또는 세 계열로 나눠서 인구조사가 진행되었고, 인구만 조사한 것이 아니라, 그 가문을 누가 이끌 것인지에 관하여 지휘관을 세우고, 각 분파 별로 성막을 섬기는 일에 있어서 고유한 업무가 주어졌습니다. 그런데 이 고유한 업무는 하나님께서 직접 부과하신 것인데, 성막을 섬기는 일은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하느냐가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인간적인 측면에서 업무에 대해 생각해 보면, 어떤 업무는 좋아 보일 수 있고, 또 어떤 업무는 고된 업무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보이는 것만 그런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일해보면 사람인지라 충분히 그렇게 느낄 수 있습니다. 예컨대, 고핫 자손은 성막에서 가장 거룩한 물건들을 다루게 됩니다. 증거궤, 등잔대, 제단과 같은 지극히 거룩한 성막의 기물들을 운반하게 되죠. 반대로 게르손 자손은 성막의 휘장들과 덮개, 해달의 가죽 덮개, 회막의 휘장 문. 이런 무거운 물건들을 운반하는 일을 맡습니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세요. 레위의 세 아들을 순서대로 나열하면 게르손, 고핫, 므라리 순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고귀해 보이는 업무를 어느 자손에게 맡기는 것이 합리적일까요? 당연히 서열 순서대로 가는 것이 합리적이겠죠. 그런데 현실은 어떻습니까. 성막의 기물을 맡는 가장 고귀해 보이는 업무를 누가 맡게 됩니까? 두 번째 서열이라고 볼 수 있는 고핫 자손이 맡게 됩니다. 또한 고핫 자손이 맡은 업무, 성전 기물을 안전하게 잘 운반하고 거룩하게 관리해야 하는 업무의 특성상 대제사장인 아론의 아들 엘르아살의 지도를 받게 됩니다. 이것 역시도 엄청난 특권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고핫 자손은 어째서 이런 특권을 누리게 된 것일까요. 무슨 주기를 나눠서 3년마다 한번씩 업무가 바뀌는 것도 아니고, 평생 같은 일로 섬겨야 합니다. 어떻게 보면 불합리해보일 수 있고, 공평하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평하냐 공평하지 않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합리적이냐 비합리적이냐. 이해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레위 지파가 행진할 때 어느 위치에 설 것이냐. 성막과 관련해서 어떤 업무를 맡을 것이냐. 누구의 지도를 받을 것이냐. 이러한 내용은 민수기에 따르면,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레위 지파의 인구조사와 관련된 모든 내용은 하나님께서 친히 명령하신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 여기에서 우리는 인구조사와 관련해서 두 가지의 내용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하나님의 절대적인 주권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말씀을 통해 그리고 우리의 삶을 통해 하나님의 절대적인 주권을 깨닫게 하십니다.
예컨대, 우리가 태어나는 것은 선택이 불가능하죠. 남자로 태어나느냐. 여자로 태어나느냐.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느냐. 불신자의 집안에서 태어나느냐. 이런 기본적인 삶의 환경과 여건은 우리가 선택할 수 없습니다. 이는 하나님의 절대적인 주권에 따른 것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각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재능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각 사람에게 일반적인 은총을 허락하시되, 개별적인 능력과 특성을 허락하셨습니다. 사람마다 잘하는 것이 다 다르지 않습니까? 이런 모든 것들은 하나님의 절대적인 주권에 따라 사람에게 선물로 주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마태복음 25장에 등장하는 달란트 비유를 생각해 보십시오. 어떤 사람이 타국에 갈 때 종들을 불러서 다섯 달란트, 두 달란트, 한 달란트를 주고 떠나지 않습니까? 여기서 우리는 달란트를 공평하게 나누어주지 않은 이 사람을 비난할 수 있습니까? 그럴 수 없죠. 다섯 달란트를 주든, 두 달란트를 주든, 한 달란트를 주든, 그것은 어디까지나 주인의 마음입니다. 주인의 판단에 따라 주는 것입니다. 공평하고 불공평하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또 마태복음 20장의 포도원 품꾼 비유를 생각해 보십시오. 먼저 와서 일한 노동자와 늦게 와서 일한 노동자가 똑같은 일당을 받는 것이 불공평하다고 볼 수 있습니까? 물론 오랜 시간 일한 노동자가 일한 만큼의 수고를 인정받지 못한다면 당연히 불만족스러울 수 있겠지만, 고용주와 약속한 대로 일당을 지급 받았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겠죠. 이와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주권이란 것이 그렇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시면 주시는 겁니다. 하나님께서 맡기시면 맡기시는 겁니다.
자 그렇다면, 다시 본문으로 돌아와서 하나님의 절대적인 주권에 따라서 좋아 보이는 일, 고귀한 일을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좋은 것일까요? 그렇지 않죠. 마냥 좋다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맡은 일의 중요도에 따라 책임도 그만큼 커지기 때문입니다. 민수기 3장 4절 말씀에 따르면, 나답과 아비후는 시내 광야에서 여호와 앞에 다른 불을 드리다가 죽임을 당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하나님께서 거하시는 거룩한 회막에서 사용하는 기물들을 관리하고 운반하는 것은 그만큼 부담감이 큰 일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는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만큼 미련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절대적인 주권에 따라, 그분에 뜻에 따라 정해주셨다면, 그 뜻에 순종하면 됩니다. 이것이 전부입니다. 게르손, 고핫, 므라리 가문은 이러한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했습니다.
이어서 둘째로, 섬기는 일에는 질서가 필요하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은혜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은혜가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일을 하든 무조건 좋게 좋게 잘 끝나기만 하면 은혜롭게 잘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감정적으로 문제없이 끝났다고 해서, 관리 절차를 배제하고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해선 안 됩니다. 만약 하나님께서 “좋게 좋게 해” 이것만 강조하는 분이셨다면 고핫 자손에게 주신 업무를 관리 감독하도록 엘르아살을 세우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콕 집어서 엘르아살을 세우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엘르아살로 하여금 고핫 자손들에게 세세한 임무를 부여하게 하셨고, 그 일들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철저하게 확인하고 점검하는 감독관의 역할을 맡기셨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을 섬기는 일에 법도와 질서가 필수적으로 따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이는 신약성경에서도 유사하게 등장하는데요. 고린도전서 14장 40절 말씀에서 사도 바울은 모든 것을 품위 있고 질서 있게 하라고 명령합니다. 모든 것을 은혜롭게 해라. 이렇게 명령하지 않고 품위와 질서를 말합니다. 또한 디도서에 따르면 사도 바울은 디도로 하여금 장로들을 세워서 질서를 확립합니다. 이러한 내용을 통해 우리는 신앙생활과 섬기는 모든 헌신에 있어서 질서의 중요성을 깨닫게 됩니다.
이제 말씀을 맺겠습니다. 오늘 우리는 민수기 3장 말씀에 등장하는 레위 지파의 인구조사 내용을 살펴보았습니다. 게르손, 고핫, 므라리 분파와 관련된 인구조사 내용 가운데 크게 두 가지의 내용을 살펴보았습니다. 첫째로, 하나님의 절대적인 주권에 따라 사람이 선택할 수 없는 부분들, 진영의 위치나 회막에서 섬기는 업무의 종류는 믿음으로 순종해야 한다는 사실을 살펴보았습니다. 둘째로 섬기는 일에 믿음으로 순종할 때, 그 안에 질서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살펴보았습니다. 은혜와 사랑이 가득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고 중요하지만, 그 가운데 질서가 없이는 온전한 상태를 유지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성도님들, 레위 지파 인구조사 본문 말씀을 묵상하시면서, 하나님의 절대주권에 순종하며, 우리 교회와 공동체에 주어진 질서를 존중하고 따르기로 결단하시며 주님의 몸된 교회를 온전히 섬기시는 모든 주님의 백성들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기도하겠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감사를 드립니다. 주님의 크신 은혜와 언약에 근거한 사랑으로 이스라엘 백성을 약속의 땅으로 인도하시며, 그 과정 가운데 주님을 온전히 섬길 수 있도록 하나 하나 친히 만져 주시고, 이끌어주시니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주신 말씀을 묵상하며, 하나님의 절대적인 주권에 온전히 복종하고, 공동체에 세우신 질서를 존중하기로 결단하기를 원하오니, 모든 일을 감당함에 있어서 품위와 질서 있는 모습으로 하나님께 영광올려 드리는 모든 주님의 자녀들 될 수 있도록 주여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감사드리며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리옵나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