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과 지혜의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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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나눈 다니엘서 2장 1절부터 13절까지의 말씀에서 우리는 느부갓네살의 폭력성과 이 일로 인해 다니엘과 세 친구의 목숨이 위험해진 사건을 확인해보았습니다. 너무나 유명한 사건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성도님들은 이 사건의 전말이 어떻게 되었는지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본문 말씀을 묵상하면서, 다니엘이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어떻게 행동하고 기도하며 반응하는지, 세 가지의 중요한 영적인 측면들을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오늘 본문의 배경을 떠올려 보면, 느부갓네살 왕이 자신의 꿈과 해석을 말하지 못하는 바벨론의 모든 지혜자들을 다 죽이라고 명령합니다. 그것도 느부갓네살이 진노하고 통분한 상태에서 내린 명령이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왕의 명령을 만류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다니엘과 세 친구들도 죽은 목숨이 되었죠. 이때 사형 집행을 명령받은 사람은 왕의 근위대장 아리옥이라는 사람이었습니다. 아리옥이 왕의 명령에 따라 바벨론의 모든 지혜자들을 죽이러 나왔을 때, 다니엘이 아리옥과 대화를 시도합니다. 저는 여기서 다니엘이 아리옥과 대화를 시도하는 다니엘의 행동이 놀라웠습니다.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다니엘서 2장 11절 말씀에 따르면 지혜자들은 느부갓네살의 요구가 신이 아니고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반응했습니다. 이러한 솔직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느부갓네살은 지혜자를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다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 할 수 없다고 솔직하게 진실을 말했더니 다 죽이랍니다. 지혜자들의 입장에서는 억울하지 않겠습니까? 만약 제가 다니엘이었다면 목숨을 보전하기 위해서 어디 멀리 도망가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깊숙한 산속에 들어가서 자신의 존재가 잊혀질 때까지 몇 년동안 숨어 살거나 아니면 뭐 신분을 변조해서 살거나. 어떻게든 살 방법을 궁리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딱히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이때 다니엘은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행동합니다. 왕의 사형 집행 명령이 떨어지고 집행관이 움직이자마자 다니엘이 접근합니다. 14절 말씀 보세요. “그 때에 왕의 근위대장 아리옥이 바벨론 지혜자들을 죽이러 나가매 다니엘이 명철하고 슬기로운 말로” 여기서 명철하고 슬기로운 말은 지혜롭고 신중하게 말했다는 의미입니다. 학자들은 다니엘 2장에 등장하는 다니엘의 나이가 아무리 많아 봐야 스무살 정도일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구체적으로 17세 또는 18세 정도라고 추정하는 학자도 있습니다. 오늘날로 말하자면 고1 또는 고2 정도 되었다고 볼 수 있죠. 이렇게 보면 다니엘은 어렸을 때부터 싹이 남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은 다니엘서 1장 4절에서 먼저 나타나는데요. “곧 흠이 없고 용모가 아름다우며 모든 지혜를 통찰하며 지식에 통달하며 학문에 익숙하여 왕궁에 설 만한 소년을 데려오게 하였고.” 다니엘은 남유다의 엘리트 중의 엘리트였으며 바벨론으로 끌려온 이후에 갈대아 사람의 언어와 학문까지 섭렵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다니엘은 남유다에서 성장할 때보다 훨씬 더 가파른 속도로 성장했을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학문적으로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지식을 아무리 많이 습득한다고 하더라도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만약 다니엘이 아리옥의 앞길을 막고 설득을 하는데, 그 설득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모든 지혜자들을 사형하긴 사형할 것인데, 그 첫 번째 사형수는 다니엘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니엘이 어떠한 자세로 아리옥에게 접근합니까? 지혜롭고 신중한 말로 접근합니다.
여기서 오늘 우리가 기억해야 할 첫 번째 내용이 등장합니다. 그리스도인은 언제 어디서든지 지혜롭고 신중하게 처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기도가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시는 분들이 종종 계십니다. 기도만 하면 모든 것이 다 잘 된다. 하나님께서 다 해결해 주신다.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 말씀을 보면 하나님께서 역사하시는 방식은 기도만 열심히 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만약 다니엘이 기도면 다 된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행동했다면, 다니엘이 아리옥을 설득할 때, 굳이 지혜롭고 신중한 말로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는 없었을 겁니다. 하나님께서 알아서 다 해결해 주실 것이라면 훨씬 더 당당하고 품격있는 모습으로 권위있는 목소리를 담아서 아리옥에게 멈추라고 명령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다니엘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지혜롭고 신중한 말로 아리옥을 설득해서 시간을 확보합니다. 그리고나서 어떻게 행동합니까? 다니엘서 2장 18절 말씀을 함께 읽겠습니다. 시작. “하늘에 계신 하나님이 이 은밀한 일에 대하여 불쌍히 여기사 다니엘과 친구들이 바벨론의 다른 지혜자들과 함께 죽임을 당하지 않게 하시기를 그들로 하여금 구하게 하니라”
여기서 오늘 우리가 기억해야 할 두 번째 영적인 측면, 하나님께 기도할 때, 불쌍히 여겨주시기를 구하며 기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성경적이지 않은 기도를 할 때가 있습니다. 습관적으로 기도하거나, 아니면 자신의 문제를 온전히 하나님께 맡겨드리지 않고, 어느 정도 자신만의 해결방식을 생각해 놓고 기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18절에서 다니엘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답을 정해 놓은 것이 없습니다. 자신이 한 행동은 시간을 번 것이 전부입니다. 얼마 되지 않는 시간 안에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대학살이 벌어집니다. 이러한 상황에 어떤 기도를 하는 것이 최선일까요. 하나님 저에게 지혜를 주십시오. 또는 하나님 저에게 답을 알려 주십시오. 또는 느부갓네살 왕의 마음을 돌이켜 주십시오. 이런 기도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다니엘이 가장 먼저 구한 것은 하나님, 이 은밀한 일에 대해서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기도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잘 되지 않죠. 당장 급한 불부터 꺼야 하는데, 뭘 불쌍히 여겨달라는 겁니까. 하나님께서 전지전능하신 권능으로 기적을 보여주셔서 이 문제를 당장 해결해 주시거나, 아니면 환상이나 음성으로 느부갓네살의 꿈에 대해서 알려주셔야만 해결되는 문제이지 않습니까. 한시가 급한데 다니엘은 가장 먼저 하나님께서 이 은밀한 일에 대해 불쌍히 여겨주시길 간구합니다.
이러한 다니엘의 기도는 오늘날 우리가 기도하는 방식과 사뭇 다르다는 점을 깨닫게 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일상생활 가운데 발생하는 여러 가지 개인의 기도 제목과 교회와 나라와 민족을 위해 매일 기도합니다. 이러한 기도를 올려드릴 때 우리는 다니엘과 같이, 불쌍히 여겨주시길 간구하는 기도를 하나님께 가장 먼저 올려드려야만 합니다. 하나님께서 불쌍히 여겨주시기만 하면, 하나님의 크신 계획과 뜻 가운데, 응답해 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어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영적인 측면 세 번째는, 응답 받은 뒤에 보인 다니엘의 반응입니다. 19절 말씀 보세요. “이에 이 은밀한 것이 밤에 환상으로 다니엘에게 나타나 보이매 다니엘이 하늘에 계신 하나님을 찬송하니라”
죽을 위기에 처한 다니엘이 하나님께 응답을 받고 나서 어떻게 행동합니까? 하늘에 계신 하나님을 찬송합니다. 만약 제가 다니엘이었다면, 선조치 후감사. 이렇게 행동했을 것입니다. 상황이 너무 급박하고 위험천만하기 때문에, 일단 급한 불부터 꺼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다니엘은 자신의 기도에 응답하신 하나님을 찬송합니다. 다니엘에게 있어서 하나님은 어떤 분이십니까. 20절과 21절 말씀을 함께 읽겠습니다. 시작. “다니엘이 말하여 이르되 영원부터 영원까지 하나님의 이름을 찬송할 것은 지혜와 능력이 그에게 있음이로다 / 그는 때와 계절을 바꾸시며 왕들을 폐하시고 왕들을 세우시며 지혜자에게 지혜를 주시고 총명한 자에게 지식을 주시는도다”
다니엘은 하나님을 전지전능한 분으로 믿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오늘날 우리에게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는 내용입니다만, 다니엘의 경우에는 당연하지 않았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다니엘은 하나님께서 세우신 남유다가 이방 민족에게 짓밟히는 모습을 목격했으며,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빼앗기고 포로로 잡혀간 비참한 시대를 살았습니다. 이러한 시대적인 배경을 감안하고 보면, 하나님이 전지전능한 분이라고 고백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다니엘은 하나님께 지혜와 능력이 있음을 고백합니다. 또한 하나님은 남유다를 멸망시킨 바벨론의 왕들을 폐하기도 하고 세우시는 분이라는 사실을 고백합니다. 다니엘에게 역사하신 하나님, 그리고 다니엘이 고백한 전능하신 하나님은 오늘도 살아계시며 역사하시는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믿으시기 바랍니다.
이제 말씀을 맺겠습니다. 오늘 우리는 다니엘의 모습을 통해 세 가지의 영적인 측면을 살펴보았습니다. 첫째로, 다니엘은 지혜롭고 신중한 자세로 위기에 대처했습니다. 둘째로, 다니엘은 기도할 때, 급한 기도 제목을 나열하면서 빨리 빨리 응답해달라고 요구하지 않고, 하나님께서 긍휼히 여겨주시길, 불쌍히 여겨주시기를 간구했습니다. 셋째로, 다니엘은 하나님께 응답 받았을 때, 하나님을 찬송했습니다. 다니엘은 당장 급한 불을 끄는 것보다, 자신의 삶에 역사하시고 응답하신 하나님을 찬송하며 하나님께서 어떤 분이신지 믿음으로 고백하는 것을 더욱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이러한 다니엘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는 그리스도인의 삶의 방식과 신앙생활의 우선순위를 깨닫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언제나 우리를 인도해주시고, 힘과 능력과 지혜를 더해주시는 것은 사실이지만, 인생을 살아갈 때 우리에게 지혜롭고 신중한 태도로 처신하는 것이 요구된다는 것과, 동시에 하나님께 불쌍히 여겨주시길 간구하는, 이러한 다니엘의 모습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하나님의 주권과 역사하심, 그리고 인간의 책임이 어떻게 균형을 이루고 있는지 묵상하시면서, 온전한 믿음을 가지고 주님과 동행하시는 모든 성도님들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기도하겠습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오늘 말씀을 통해 그리스도인의 삶과 믿음이 어떠해야 하는지 돌아보게 하시니 감사를 드립니다.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잠잠히 기다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혜롭고 신중하게 행동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스스로 고민하며 날이 갈수록 성숙해지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원합니다. 또한 하나님 앞에 나아갈 때, 언제나 우리 스스로를 낮추며, 하나님의 긍휼하심을 구하는 겸손한 주의 자녀들 되기를 원합니다. 악하고 타락한 세대 가운데, 온전한 믿음을 가지고 성화의 삶을 살아내는 우리 모두가 되도록 주여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감사드리며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리옵나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