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백 명으로 구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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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드온과 삼백 용사의 이야기는 비기독교인들에게도 알려져 있는 매우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마치 스파르타 군대를 연상하게 만드는 그런 이야기로 기억되는 경우가 많지요. 저도 어렸을 때 주일학교에서 기드온 이야기나 삼손 이야기를 들을 때 얼마나 흥미롭고 재미있었는지 모릅니다. 무슨 대단한 무용담을 듣는 것과 같은 그런 기억이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사사기 말씀을 잘 읽어보면, 어떻습니까. 기드온과 300명의 군사가 어린 시절에 들었던 그런 내용과는 다른 방식으로 승리를 거두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성경에 보면 기드온과 300 용사가 전투 실력 하나 만으로 미디안을 완벽하게 압도했다고 기록되어있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기드온과 삼백 명의 군사들에 관한 말씀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이 말씀은 하나님께서 절망에 빠져있는 그분의 백성들을 어떻게 구원하시는지, 또 하나님께서는 어떤 분이신지, 또 이스라엘 백성들은 어떤 마음을 품고 살아가야 하는지 알려주시기 위해 기록된 말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말씀을 함께 읽으면서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사사기 7장 2절 말씀을 보십시오. “여호와께서 기드온에게 이르시되 너를 따르는 백성이 너무 많은즉 내가 그들의 손에 미디안 사람을 넘겨 주지 아니하리니 이는 이스라엘이 나를 거슬러 스스로 자랑하기를 내 손이 나를 구원하였다 할까 함이니라”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의 병사가 많다고 말씀하십니다. 과연 하나님의 말씀이 객관적으로 옳은 말씀일까요? 3절 말씀을 보시면 이 때 모인 이스라엘의 병사의 숫자는 총 삼만 이천명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사사기 8장 10절에 따르면 미디안 군대는 13만 5천명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스라엘과 미디안의 싸움은 쉽게 말해 3만 2천명과 13만 5천명의 싸움인데, 하나님께서는 3만 2천명의 숫자가 많다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단순하게 계산기만 두드려 봐도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있습니다. 3만 2천명으로 13만 5천명을 상대하려면, 어떻습니까? 대략 한 사람이 네 사람 이상을 상대해야만 합니다. 무슨 신사적인 토너먼트 경기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닙니다. 전쟁은 한 사람씩 나와서 순서대로 붙어서 싸우는 것이 아니죠. 이건 아군이고 적군이고 할 것 없이 엉켜서 정신없이 피튀기게 싸우는 말 그대로 전쟁입니다. 시체가 산을 이루고 피가 모여 강을 이루는 그런 전쟁인 것입니다.
이런 고대 전쟁에서는 병사의 숫자가 많은 것과 무기의 질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의 군대는 숫자도 적고 무기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오합지졸의 군대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똑같은 병사 숫자를 갖춰서 그냥 싸운다고 하더라도 절대로 이기지 못할 것입니다. 같은 조건에서 싸워도 이길 수 없는 상황인데, 이스라엘 군인 한 사람이 미디안 군인 네 사람을 상대로 이길 수 있겠습니까? 당연히 이길 수 없겠죠. 게다가 무장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이스라엘 군인이 동시에 덤벼드는 미디안 군인 네 사람을 무슨 수로 상대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까 이 상황은 그냥 싸워도 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무엇이라 말씀하십니까? 다시 2절 말씀 보십시오. “너를 따르는 백성이 너무 많은즉 내가 그들의 손에 미디안 사람을 넘겨 주지 아니하리니 이는 이스라엘이 나를 거슬러 스스로 자랑하기를 내 손이 나를 구원하였다 할까 함이니라”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을 깨닫지 못하고 자기 힘으로 해냈다고 생각하는 것을 염려하십니다. 이는 오늘날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께서 하시는 수많은 역사들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매순간 항상 역사하시는데, 영적인 눈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나의 지식과 나의 합리적인 사고로 이 세상 일들을 판단하려 하다보면,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분별할 수 없고 깨달을 수 없습니다.
자 그래서, 하나님의 명령대로 기드온이 이스라엘 백성들을 돌려보내는데, 먼저 2만 2천명이 떠나고 1만명이 남습니다. 남은 1만 명 중에서는 물 마시는 모습으로 판별하는데요. 여기서 단 300명만 남기고 나머지 9천 700명을 돌려보냅니다. 강아지가 물을 마시는 자세를 취한 300명만 남긴 것인데, 이 자세로 마신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훨씬 뛰어나기 때문에 선별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학자들마다 의견이 분분합니다만 우리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은 미디안과 전쟁하기 위해서 처음에 모인 3만명의 숫자가 300명으로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3만명에서 300명이면 1퍼센트만 남은 것이죠. 미디안의 압제로부터 벗어나겠다고 모인 병사 모두를 집으로 돌려보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자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1퍼센트만 남은 300명으로 13만 5천명을 상대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가능한 일일까요? 사사기 7장 7절 말씀을 보십시오. “여호와께서 기드온에게 이르시되 내가 이 물을 핥아 먹은 삼백 명으로 너희를 구원하며 미디안을 네 손에 넘겨 주리니 남은 백성은 각각 자기의 처소로 돌아갈 것이니라 하시니”
300명으로 13만 5천명을 상대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정말 말도 안되는 일처럼 느껴지지만 하나님께서는 분명하게 약속하십니다. 내가 이 물을 핥아 먹은 삼백 명으로 너희를 구원하며 미디안을 네 손에 넘겨줄 것이다. 도대체 무슨 수로 삼백 명을 데리고 13만 5천명을 이길 수 있다고 하시는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하나님의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쉬운 일일 수 있겠습니다만,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건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냥 사지로 내몰아버리는 것과도 같은 일입니다.
아마 여룹바알이라 불리는 기드온마저도 이 상황을 쉽게 이해하지 못하고 걱정하고 두려워했을 지도 모릅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런 기드온의 믿음을 붙잡아 주시기 위해서 기드온을 적진으로 보내신 뒤에 적들이 하는 말을 듣게 함으로써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신뢰하게 만드시죠.
여기서 우리는 기드온의 불신앙이나 믿음이 적어 보이는 것처럼 느껴지는 모습을 보면서 기드온을 비판할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이렇게까지 일하시려는 그 이유를 주목해야만 합니다. 300명으로 13만 5천명을 상대하게 만드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 이유는 이스라엘이 자기 힘으로 승리했다. 내 손이 나를 구원했다. 내 힘으로 해냈다. 이러한 교만하고 자만한 마음을 품지 않게 하시기 위함입니다. 내 힘으로 이룬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하셨다. 하나님께서 역사하셨다. 하나님께서 승리케 하셨다. 이러한 고백을 자연스럽게 내뱉을 수 있도록 극한의 상황까지 만들어가신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만약 이스라엘이 하나님 앞에서 교만하지 않았더라면, 하나님을 온전히 신뢰했더라면 처음에 모인 3만명으로 승리하게 하셨을 것입니다. 3만명으로 13만 5천명을 상대로 승리하는 것 역시 대단한 일입니다. 300명으로 이기는 것은 더더욱 말도 안되는 일이고요. 뭐... 300명으로 이기는 것이 더욱 극적이기 때문에 감동이 두 배, 세 배로 느껴질까요? 그렇진 않을 겁니다.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극한의 상황에 몰렸을 때 얼마나 불안하고 두렵겠습니까. 우리는 이 사건의 결말을 알기 때문에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이 우리의 현실이었다면 어땠을까요. 그런 상황 자체가 얼마나 두렵고 절망적이었을까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러한 상황, 극한에 내몰리는 상황이 우리에게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의 믿음을 점검해야만 합니다.
하나님께서 베푸신 은혜와 넘치는 축복을 망각하고 내 인생, 내 힘으로 내가 해냈다. 내 힘으로 성공했다. 하나님께서 옆에서 보조를 맞춰주신 것이지 사실은 내가 거의 다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렇게 생각하고 살아가는 것은 마치 하나님께 기드온과 300명의 군사의 상황으로 스스로를 극한으로 몰아내달라고 간청하는 것과도 같은 것입니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며 일궈낸 것들, 재산이라든지 가정이라든지 무엇이 되었든, 내 힘만으로 해냈다고 생각하는 그 자만함, 그 교만함이 나를 극한의 상황, 최악의 상황으로 몰리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인도하시고 복주시는 그 역사하심을 있는 그대로 체감하며 감사와 찬양을 주님께 올려드리고, 온전히 주님을 의지하시는 모든 성도님들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기도하겠습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우리의 중심을 아시는 주님, 우리의 모든 생각과 마음을 아시는 주님, 사사기 7장 말씀을 기억하며, 우리의 마음은 어떠한지 돌아보기를 원합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모든 것들이 내 힘으로 해냈다는 그러한 교만한 마음, 자만한 마음이 우리 안에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기를 원합니다.
겸손한 마음으로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을 올려드리며, 앞으로도 나의 삶에 더욱 풍성히 역사하실 하나님을 바라보기 원합니다.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주님의 사랑을 기억하며 주님 한분만 온전히 의지할 수 있도록 주여 우리의 심령을 붙잡아 주시옵소서.
전무후무한 코로나 시대가 지속되며 너무나도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지만, 하나님 한분만 바라보며 흔들리지 않고 말씀대로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되게하여 주시옵소서. 감사드리며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리옵나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