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나누고 힘은 모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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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말씀은 모세와 모세의 장인 이드로가 만난 이튿날의 상황을 그리고 있습니다. 13절 말씀을 다시 보시면, 모세는 백성을 재판하려고 앉아있고 백성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모세 곁에 서 있다고 합니다. 이런 모습은 어떤 법적인 절차가 진행되고 있음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이는 출애굽기에서 뿐만 아니라 사무엘상이나 열왕기상 또는 잠언 등에 보면 비슷한 상황이 반복해서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말씀들은 대부분 어느 정도 국가의 조직 체계가 확립되어있는 상태이지만 오늘 말씀은 그렇지 않은 상황에 법적인 절차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애굽에서 오랜 시간 동안 종 노릇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굽에서 나오자마자 늠름하고 성숙한 국가의 형태를 갖출 수 있을까요? 그럴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런 경우에 가장 어려운 부분이 바로 재판입니다.
오늘날 법치국가들의 경우에는 판례들이 있기 때문에 아예 말도 되지 않는 결과를 맞이하는 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방랑하는 광야는 어떻습니까? 광야에서의 이스라엘은 갓 태어난 아기와 다를 바가 없는 상태입니다. 그런 상태에서는 수많은 분쟁들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누군가가 소송을 걸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당신이 내 가족의 만나를 먹었으니 하루치 만나를 보상해달라. 혹은 당신이 내 소를 훔쳐갔으니 금전적인 보상을 해달라. 또는 당신이 내 나귀에 무거운 짐을 지워서 나귀가 병이 들었으니 당신이 소유한 나귀 한 마리를 달라. 당신의 아들이 내 딸을 성적으로 추행했으니 처벌해 달라. 당신이 반석에서 물을 많이 가져가서 나는 물을 조금 밖에 가져가지 못했으니 당신의 물을 좀 나눠달라.
이런 식의 문제들이 산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우리는 출애굽 시대에 정확히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분명히 재판으로 처리해야만 하는 일들이 많았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13절 말씀에 보시면, 백성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모세 곁에 서 있다고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까? 얼마나 자주 이렇게 재판하는지 알 수 없지만, 모세는 재판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판사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모세가 애굽의 왕자로 지낼 때 법에 대해 좀 배워서 그런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모세가 판결을 내릴 수 있는 이유는 15절과 16절 말씀에 나타납니다. 15절과 16절 말씀을 함께 읽겠습니다. 시작. “모세가 그의 장인에게 대답하되 백성이 하나님께 물으려고 내게로 옴이라 / 그들이 일이 있으면 내게로 오나니 내가 그 양쪽을 재판하여 하나님의 율례와 법도를 알게 하나이다”
모세가 판결을 내리는 근거는 모세의 지혜나 헌법이 아닌 하나님의 율례와 법도에 있습니다. 다만 하나님의 율례와 법도를 올바로 이해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을 중재할 뿐입니다. 만약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 땅에 정착한 상황이었다면 모세가 평생 판사로 섬겨도 상관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모세는 이제 막 애굽에서 나온 이스라엘 민족 전체를 이끄는 리더였습니다. 출애굽 당시 남자 성인만 60만명이었습니다. 그럼 어린 아이들이나 어르신들, 여성들의 숫자를 다 합하면 얼마나 많아지겠습니까? 이렇게 큰 민족을 이끄는 리더가 재판하는데 온종일 시간을 투자할 수 있을까요? 그럴 수 없다는 겁니다.
따라서 모세의 장인 이드로는 모세에게 제안합니다. 21절과 22절 말씀을 함께 읽겠습니다. 시작. “너는 또 온 백성 가운데서 능력 있는 사람들 곧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진실하며 불의한 이익을 미워하는 자를 살펴서 백성 위에 세워 천부장과 백부장과 오십부장과 십부장을 삼아 / 그들이 때를 따라 백성을 재판하게 하라 큰 일은 모두 네게 가져갈 것이요 작은 일은 모두 그들이 스스로 재판할 것이니 그리하면 그들이 너와 함께 담당할 것인즉 일이 네게 쉬우리라”
이드로는 모세 혼자 감당하던 일들을 나눠서 할 수 있도록 새로운 방안을 제시합니다. 천부장, 백부장, 오십부장, 십부장을 세워서 섬기게 하는 것이죠. 그중에 해결되지 않는 문제나 큰 문제는 모세에게 가져오고 그렇지 않은 문제는 스스로 재판해서 해결할 수 있게 하는, 아주 아주 지혜로운 방안을 제시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서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은 천부장, 백부장, 오십부장, 십부장을 선발하는 자격 조건입니다. 21절에 보면, 능력있는 사람들을 삼으라고 합니다. 여기서 능력 있는 사람들이라는 말은 세 가지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것이며 두 번째는 진실함이며 세 번째는 불의한 이익을 미워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는 사람은 자신과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하나님을 진심으로 두려워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또한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거짓이 전혀 없는 진실한 사람이며, 물질과의 관계에서는 뇌물을 미워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자, 이런 조건들을 생각해보면, 세상이 능력 있다고 인정하는 사람들과는 좀 달라 보입니다. 하나님을 진심으로 두려워하는 것과, 진실한 사람, 공의로운 사람. 이런 사람이 능력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죠. 하지만 모세는 이러한 조건을 받아들여서 사법 제도를 개혁합니다. 사실상 이드로가 제안한 대로 개혁되는 것이죠. 하나님과 사람과 물질과의 관계에서 진실하고 공의로운 사람이 선별되어 재판하는 일을 맡게 됩니다.
오늘 우리는 이 말씀을 보면서 두 가지 내용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장인 이드로의 제안을 겸손하게 받아들인 모세의 판단입니다. 내가 리더라고 해서, 하나님과 관계가 가장 깊은 사람인 것처럼 보여진다고 해서 항상 다른 사람의 생각보다 깊고 신중하고 지혜로울 순 없습니다. 모세는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있었던 모양입니다. 의견을 들어보고 그 의견이 합리적이고 지혜롭다면 그 의견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유교적인 사상이 물들어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에 이런 모습은 쉽게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대체적으로 경험 많은 사람의 의견이 항상 옳은 것처럼 비춰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정에서도 나이가 어릴수록 중요한 일에 관여하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말하는 상대가 누구이든 상관없이 공정하게 귀를 기울이고 받아들일 수 있는 판단력이 우리에게 있어야 할 것입니다.
두 번째는 능력 있는 사람을 선별하는 기준입니다. 천부장, 백부장, 오십부장, 십부장을 선별하는 기준이 무엇이었습니까? 능력이 있는 사람을 뽑는데, 여기서 능력이 있다는 말은 하나님과 사람과 물질과의 관계에서의 능력을 의미한다고 했습니다.
하나님과의 관계에서는 경외할 줄 아는 믿음이 있어야 하고,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진실함이 있어야 하며, 물질과의 관계에서는 물질에 흔들리지 않는, 어떠한 뇌물에도 중심이 쏠리지 않는 신실함이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러한 사람은 오늘날에도 필요합니다. 교회에서 중직을 맡길 때, 여러 기준이 있습니다만. 가장 먼저 그 사람이 하나님과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또 대인관계에 있어서는 어떤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지, 또 물질에 대해서는 어떤 마음을 품고 살아가는지 판별할 수 있어야만 합니다.
물론 직분을 떠나서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이런 능력 있는 사람이 되어야만 합니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가장 어려운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하나님과의 관계는 괜찮은 것 같은데 사람과의 관계는 좋지 않을 수도 있고, 사람과의 관계는 좋고 진실하지만, 특히나 물질에 마음이 약한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과연 우리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언제 어디서든 주님께 쓰임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려면, 오늘 말씀에 등장하는 능력있는 사람, 하나님 앞에서, 사람 앞에서, 물질 앞에서 진실하고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한 능력있는 모든 성도님들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기도하겠습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세상이 요구하는 능력 있는 사람의 기준과, 출애굽기에 나타나는 능력있는 사람의 기준의 차이를 바라보게 하시니 참으로 감사합니다. 다른 능력이나 조건들도 중요하지만, 주님의 자녀로서, 그리스도인으로서 무엇보다 가장 먼저 하나님과의 관계와 사람들과의 관계, 공동체 내에서 지체들 간의 관계, 물질 앞에서의 마음. 이러한 부분들을 재점검하며 주님 앞에 나아가길 소망합니다. 그저 주시기만을 구하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부족한 면모를 가다듬고 우리 마음의 고집을 꺾으며 주님께 온전히 순복하는 우리 모두가 되게하여 주시옵소서. 감사드리며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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