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한 집의 정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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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틀 동안 우리는 레위기 14장 1절부터 32절까지의 말씀을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이 말씀에는 나병에 걸린 사람의 건강이 회복되었을 때, 제의적으로 어떻게 정결해질 수 있는지에 대한 규례가 기록되어 있죠. 나병환자에 대한 정결 규례가 불필요할 정도로 복잡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정결함과 부정함에 대한 개념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오늘날 이 말씀은 우리와 크게 관련이 없기 때문에 우리 피부에 와닿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말씀 안에 담겨 있는 하나님의 마음을 함께 알아가는 시간 되기를 소원합니다.
오늘 말씀인 레위기 14장 33절부터 53절까지는 집에 대한 정결 규례가 등장합니다. 34절 말씀 보세요. “내가 네게 기업으로 주는 가나안 땅에 너희가 이를 때에 너희 기업의 땅에서 어떤 집에 나병 색점을 발생하게 하거든”
이 말씀은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즉시 적용되는 말씀이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여호수아 시대 때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 땅을 정복해서 그 땅에 정착하게 되었을 때부터 적용되는 말씀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이 말씀은 이스라엘에게 미리 주어지는 말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직 가나안 땅이 어떤 땅인지도 모르는 백성들에게 가나안 땅에 있는 집에 대해서 말씀하고 계시는 겁니다. 뭔가 뜬구름 잡는 규례인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스라엘 백성들 마음에 좀 더 확신을 주는 말씀이 될 수 있습니다.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집을 살 때 계약서를 쓰지 않습니까? 그런데 계약서도 안 쓴 상태에서 그 집에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어떻게 해야 된다. 이런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면, 어떻게 느껴질까요? 계약서도 안 썼는데 마치 자기 집처럼 얘기하네? 이렇게 생각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오늘 말씀은 가나안 땅 주민들과 전쟁 한번 해본 적 없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나님께서 가나안 땅을 이미 주신 것과 같은 인상을 줍니다.
해당 내용을 간략하게 살펴보겠습니다. 레위기 14장 말씀에 따르면 나병 색점이 집을 감염시킬 수 있습니다. 이는 나병 색점으로만 규정되는 것은 아니구요. 이를테면 곰팡이라든지, 어떤 균에 의해서 부패되는 경우를 모두 포괄합니다. 만약 이런 균에 의한 감염이 집에 일어날 경우, 어떻게 합니까? 깨끗하게 청소하면 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제사장을 데려와서 확인을 받습니다. 만약 집에 감염이 일어난 것으로 확인될 경우에, 그 집은 7일 동안 폐쇄됩니다. 그렇게 7일이 지나고 나서 다시 확인할 때, 집 안에 감염된 부분은 없애고 좋은 재료들도 대체합니다. 그렇게 해도 감염된 부분이 사라지지 않거나 썩는 것이 멈추지 않으면, 집 전체를 허뭅니다. 집을 허무는 과정도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집을 구성하고 있는 재목이나 흙은 성 바깥에 있는 부정한 곳, 지정된 곳에 버려야만 합니다.
또한 이 집을 폐쇄한 기간에 누군가 출입하면, 어떻게 됩니까? 그 사람은 부정해집니다. 참 희한한 규례입니다. 예를 들어, 한 2-30평 되는 집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그 집에 한쪽 벽면에 나병 색점이 발현되어서 집을 폐쇄하게 되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 폐쇄한 기간에 누가 그 집에 출입만 하면, 자동으로 그 사람은 부정해진다는 겁니다. 뭘 만진 것도 없고, 집에 들어갔을 뿐인데, 그것만으로 그 사람은 제의적으로 부정해졌다는 취급을 받게 됩니다.
이렇게 이스라엘 백성들은 정결함에 대해서 만큼은 결벽증이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철저하게 지켜야만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내용을 더 살펴보고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레위기 14장 48절부터 52절까지의 말씀을 함께 읽겠습니다. 시작. “그 집을 고쳐 바른 후에 제사장이 들어가 살펴보아서 색점이 집에 퍼지지 아니하였으면 이는 색점이 나은 것이니 제사장은 그 집을 정하다 하고 / 그는 그 집을 정결하게 하기 위하여 새 두 마리와 백향목과 홍색 실과 우슬초를 가져다가 / 그 새 하나를 흐르는 물 위 질그릇 안에서 잡고 / 백향목과 우슬초와 홍색 실과 살아 있는 새를 가져다가 잡은 새의 피와 흐르는 물을 찍어 그 집에 일곱 번 뿌릴 것이요 / 그는 새의 피와 흐르는 물과 살아 있는 새와 백향목과 우슬초와 홍색 실로 집을 정결하게 하고” 아멘.
나병에서 회복된 사람을 정결하게 하는 의식과 집을 정결하게 하는 의식은 거의 유사합니다. 여기서 독특한 것은 죄를 속죄하는 희생 제사를 드리는 것이 아니라 새 두 마리로 비교적 간단한 정결 의식을 치룰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정결 의식은 나병에 걸렸던 사람이나 부정한 집으로 취급받던 집이 다시 정결해 졌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의식입니다. 병이 낫기 전까지 공동체로부터 격리되어있던 사람, 그리고 집에 출입만 해도 부정함을 입게 되는, 뭔가 저주스러운 느낌을 주는 집이 이제는 완전히 정결해졌음을 알려주는 것이죠. 이렇게 정결함을 회복했다는 것은 마치 새로운 생명을 얻은 것과 같은 인상을 줍니다.
그런데 참 희한하게도, 성경에 나오는 피부병들 중에서 나병만큼 가장 무서운 질병이 없는데, 이 나병의 공포스러움과 정결 예식의 까다로움은 비례하지 않습니다. 예컨대, 출애굽기에 나오는 미리암이나, 열왕기하에 나오는 엘리사의 사환 게하시의 경우에는 본인들의 죄의 문제 때문에 나병에 걸리는데요. 나병이 무엇입니까? 살이 썩어들어가는 병 아니겠습니까? 하나님께 죄를 지은 것도 문제인데, 살이 썩어들어가는 병에 걸린다? 굉장히 중한 문제로 다가오겠죠. 그러니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적당한 의식으로 충분하겠습니까? 그렇지 않겠죠. 나병이라는 질병의 무게감을 생각해 보면, 하나님께 속죄받기 위해서 온갖 희생 제사를 여러번 드려도 모자를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나병에 대한 정결 규례를 보면 어떻습니까? 희생 제사는 단 한번도 드리지 않습니다. 새 두 마리 잡아서 희생 제사에 비해 비교적으로 간단한 정결 의식을 치르면 끝이 납니다. 집이 부정해져도 유사한 정결 의식으로 해결됩니다. 이러한 점을 볼 때, 사람의 눈은 믿을만한 것이 못됩니다. 살이 썩어들어간다? 얼마나 끔찍합니까. 그런데 이러한 생각은 어떻게 보면, 사람의 눈으로 보고 머리로 판단하는 것이지, 하나님의 기준에서는 이것이 최악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나님께서 정하시는 대로, 희생 제사가 아닌 정결 예식으로 정결함을 회복하게 되는 것입니다.
자, 이제 말씀을 맺겠습니다. 오늘은 부정한 집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한 말씀을 살펴보았습니다. 사람의 눈으로 볼 때 나병환자의 문제는 다른 질병들에 비해 훨씬 더 심각해 보일 수 있지만, 하나님께서는 나병의 문제를 죄의 문제로 판단하지 않으셨고 그들의 정결함을 회복시켜 주기 위해서 적절한 정결 예식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정도에 있어서는 최악의 상태라고 볼 수는 없지만, 사람이 아닌 주거 공간에 있어서도 부정함의 영향을 받을 수 있고 그 부정함을 씻어내는 정결 의식을 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살펴보았습니다. 나병이 되었든 다른 기타 감염균이 되었든, 벽이 움푹 파이거나, 색점이 점점 번지거나 하는 경우에는 제사장이 판단해서 그 집을 7일동안 폐쇄한다고 했습니다. 7일이 지나도 가라앉지 않을 경우에 불태우거나 집을 헐어버린다고 했죠. 이렇게 정결함의 문제는 이스라엘에게 굉장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렇게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있어서 정결함이란, 자기 자신의 영적인 상태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 환경까지 포함됩니다. 본인의 옷, 본인이 살고 있는 집. 이 모든 것들에 대해서 정결함과 부정함을 구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이스라엘 백성들은 자신의 환경이 정결한지, 부정한지 신경 쓰며 살아왔습니다. 이토록 정결함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신앙적인 열심은 오늘날 우리에게 큰 도전을 줍니다. 오늘날 우리는 어떻습니까? 정결함, 부정함 이런 생각을 애초에 하지도 않습니다. 만약 죄를 지었으면 기도 한방이면 끝납니다. 그냥 회개했다고 생각하면 그걸로 용서받았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해결되는 것은 하나님께서 제정해주신 정결 예식 혹은 속죄의 제사. 이런 어려운 과정들을 거쳐야만 해결되었습니다. 이러한 말씀들을 기억하시면서, 오늘날 너무나도 편해진 우리의 신앙생활과 나태해진 우리의 영적인 상태를 돌아보면서 다시 한번, 거룩한 삶, 성화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우리 주변 환경을 영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 모든 거룩한 화평의 성도님들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기도하겠습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오늘 말씀을 통해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거룩함을 유지하고자 노력했던 그 정결함의 원리들을 살펴보았습니다. 본인의 죄의 문제와 입고 있는 옷과 살고 있는 집. 자신을 둘러싼 모든 환경에 대해 정결함을 유지해야 했던 이스라엘 백성들의 신앙생활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레위기 말씀과 우리의 삶을 비교할 때 하나님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고 부끄러운 마음을 숨길 수 없는 우리지만, 이 말씀을 통해 하나님께서 얼마나 거룩하신 분이시며, 그 거룩하심을 닮아가야만 하는 성도의 입장에서 어떻게 신앙적인 정결함을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나아갑니다. 편안한 신앙생활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성화의 삶을 위해 몸부림치며 주님을 더욱 의지하는 우리 모두가 되게하여 주시옵소서. 감사드리며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리옵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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