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야 10장 28-34절
Notes
Transcript
성경전서 개역개정판 10장
28 그가 아얏에 이르러 미그론을 지나 믹마스에 그의 장비를 두고
29 산을 넘어 게바에서 유숙하매 라마는 떨고 사울의 기브아는 도망하도다
30 딸 갈림아 큰 소리로 외칠지어다 라이사야 자세히 들을지어다 가련하다 너 아나돗이여
31 맛메나는 피난하며 게빔 주민은 도망하도다
32 아직 이 날에 그가 놉에서 쉬고 딸 시온 산 곧 예루살렘 산을 향하여 그 손을 흔들리로다
33 보라 주 만군의 여호와께서 혁혁한 위력으로 그 가지를 꺾으시리니 그 장대한 자가 찍힐 것이요 그 높은 자가 낮아질 것이며
34 쇠로 그 빽빽한 숲을 베시리니 레바논이 권능 있는 자에게 베임을 당하리라
오늘 본문은 여러 지명들이 등장하고, 내용이 급작스럽게 바뀌게 되면서 의식하지 않고 본문을 읽다보면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특히 28-32절의 적들의 강력함을 서술하면서 갑자기 33절과 34절에서는 그 적들을 부수시는 내용을 언급하면서 그 과정을 모르는 자들에게는 이해되지 않는 내용으로 읽혀지게 됩니다.
먼저 오늘 본문을 보면, 여러 지명들이 등장합니다. 이 지명들이 특징이 있는데, 바로 예루살렘의 북쪽에서 예루살렘으로 향해 내려오는 경로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경로도 단순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만약 부산에서 서울로 간다고 하면, 길이 나 있는 곳을 따라 부산에서 대구, 대구에서 대전, 대전에서 서울로 지명을 적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이 경로는 그런 길을 따라 쓰여진 경로가 아니라 말그대로 아얏에서 예루살렘까지를 지도상에서 직선으로 긋고, 거기의 도시들을 나열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부산에서 서울로 가는 길을 부산 - 대구 - 속리산 - 용인 - 서울 등으로 나열을 한 것입니다.
특이하죠? 왜냐하면 본문에서 기록하고 있는 예언은 실제적으로 이렇게 진행된다는 구체적 예언이 아니라,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된다에 가까운 예측적 예언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보니 본문의 예언이 언제 실현된 것인가에 대한 학자들의 연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누구는 734년경 디글랏 빌레셀 3세의 앗시리아 침공이라 말하고, 누구는 히스기야 때 701년경 일어난 산헤립의 침공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712년 블레셋 평야에서의 사르곤 정복 등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이 경로를 따라 침략해온 나라가 없기 때문에, 정확히 무엇이라 말할 수는 없겠죠.
중요한 사실은 이 예언은 미래에 일어날 사건을 말하고 있다는 점이고, 실제 역사에서도 이 예언과 유사한 사건이 적어도 3번 이상 일어났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를 통해 성경의 예언은 반드시 성취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전쟁이 있을 것을, 침략이 있을 것을 예언하면서 이렇게 하늘을 날아오는 것같은 경로를 그려놓았을까요? 이는 이 침략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게하기 위함입니다. 하나님은 이 일을 정하셨고, 반드시 일어나게 하실 것입니다. 유다의 지도자들이 이 침략을 막기 위해 여러 노력들을 할 것입니다. 동맹을 맺을수도 있고, 강화조약을 할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든 적들의 창날이 우리를 향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일반적인 행동입니다. 그런데 무엇을 하던, 어떤 방법을 사용하던 전쟁은 일어날 것이고, 적들은 예루살렘의 턱밑까지 다다를 것입니다.
32절에는 ‘놉’이란 도시가 언급됩니다. 이 도시는 과거 다윗이 사울에게서 도망칠 때 골리앗의 칼을 얻었던 곳입니다. 사울은 다윗을 도왔던 놉의 제사장들을 죽였죠. 이 놉은 예루살렘 북동쪽에 있는 오늘날 스코푸스 산과 연관이 있다고 합니다. 그 산에서는 예루살렘을 내려다볼 수 있다고 합니다. 예루살렘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고개를 들면 스코푸스 산에 진치고 있는 적들의 모습이 보이는 것이죠. 그 마음이 얼마나 두려웠을까요?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일어납니다. 33절은, “보라 주 만군의 여호와께서 혁혁한 위력으로 그 가지를 꺾으시리니"라고 합니다. 적들이 어떻게 약해지는지, 예루살렘이 어떻게 적들을 물리치는지 언급이 없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고 비약적인 결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입니다. 삼국지 적벽대전을 보면 조조가 백만대군을 이끌고 오나라로 쳐들어왔을 때, 제갈량이 계책을 세웁니다. 수전에 약한 조조군이 배들을 다 묶어서 화공을 하기 좋은 환경으로 만들기 위해 오나라 충신인 황개를 희생시키기까지 하면서 전쟁을 승리로 만들 계략을 세우죠. 어떻게 백만대군이 몰살 당할 수 있는가? 그 과정이 구체적으로 서술이 되면서 납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본문은 그런게 없습니다. 막을 적이 없이 밀려오던 적군이 갑자기 꺾이고 베여져 망하게 된다? 납득하기 어려운 이야기가 쓰여져 있는 것입니다.
왜 본문은 이 사건에 대한 구체적 설득을 제시하지 않는 것일까요? 이 일이 일어날 수 있는 배경을 말하지 않는 것일까요? 저는 2가지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첫째는 구체적인 사례륻 언급하게 되면, 우리 스스로의 노력을 포기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인류의 역사는 하나님의 주권하에 움직이지만 우리는 그 주권이 어떤 방향으로 이뤄지는지 알 수 없습니다. 알수 없기 때문에 그 구성원인 우리는 그때마다 우리 각자의 최선의 방향으로 선택하고 움직입니다. 우리의 움직임들이 모여 하나의 결과를 만들어내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성경이 그 구체적 사례를 제시하는 순간, 우리는 그 구체적인 것을 쫓아감으로 우리의 선택을 제한하게 됩니다. 우리의 자유의지가 사라지고 제한적 선택만이 남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셨던 삶의 모습이 아닙니다. 우리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되 그것이 하나님의 뜻을 성취하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성도의 삶이고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움직이시는 방법입니다. 그래서 이 전쟁의 때 적들이 예루살렘 앞에 진치고 그 칼날을 들이밀었을 때, 어떻게 이 일을 이루실진 모르지만, 적들을 물리치실 하나님의 역사를 기대하며 우리의 최선을 다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둘째는 배경이 없는 것이 더 큰 은혜가 되기 때문입니다. ‘스포한다'는 단어가 있습니다. 영어 스포일러에 우리말 한다는 붙인 것이죠. 영화나 티비 드라마 등에 관련하여 주로 사용하는데, 그 결말이나 중요 포인트 등을 미리 알려주는 것을 말합니다. 결과를 알고 내용을 보게 되면 재미가 없겠죠. 하나님께서 적들을 물리치신다는 것은 위로가 됩니다. 위기에서 승리할 것을 알기에 두려움없이 나아갈 용기를 줍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 승리를 얻게 되는지를 다 알고 들어가면 용기는 얻지만 흥미는 잃습니다. 재미가 없어진다는 것이죠. 때로는 논리적 비약이 오히려 성도에게 은혜가 되는 것입니다. 모르기 때문에 어떻게 이 일을 이루실 것인지 기대되고, 모르기 때문에, 주님이 주시는 은혜가 기대되는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의 삶에서도 예루살렘을 향해 막을 수 없는 방법으로 진격해오는 적들처럼, 여러 인생의 고난과 역경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를 시험이라 말합니다. 이 시험은 때로 너무 크게 여겨져서 나는 이 시험을 도저히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감당 못할 시험은 주지 않으신다고 하시고, 때로는 피할 길도 내신다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우리 삶에 행하여주실 하나님을 신뢰하고 있지만, 도무지 어떤 방법으로 그 일을 이뤄주실 것인가에 대해서는 정답을 알 수 있는 길이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신뢰하면서 동시에 두려워합니다. 이길 것을 알지만 어떻게, 언제 이길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여 스스로 넘어지곤 하는 것입니다. 그런 때에 오늘의 말씀이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하나님의 방법으로 하나님의 때에 이루실 것인데, 우리의 자유의지 안에서 우리가 선택한 최선으로 살아가는 것을 통해 그 시험을 이기게 하신다는 것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매순간 최선을 다하는 삶으로,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기대함을 가지고 살아가는 은혜가 저와 우리 성도님들에게 있기를 소망합니다.
또 오늘의 말씀처럼 하나님은 구체적으로 보여주지 않으실지라도 반드시 승리하게 하시는 분이심을 믿으십시요. 내게 알려주지 않으신다고 하여 실망하지 않고, 구체적인 방법이 제시되지 않는다고 하여 포기하지 않고, 알지 못하는 시험에서 승리하게 하실 하나님의 역사를 기대하길 바랍니다. 다 아는 자에게는 은혜가 없습니다. 모르는 자가 최선을 다해 나아갈 때 은혜가 주어집니다. 오늘 그 은혜가 우리에게 반드시 임할 것을 믿고, 여러 세상의 고난들 속에서 시험을 이기게 하실 하나님의 알지못할 역사들을 경험하게 하실 것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대하며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같이 기도하겠습니다.
사랑과 은혜가 많으신 하나님 아버지, 오늘 이 새벽 주님 전에 나아와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같이 나누게 하시니 감사를 드립니다. 예루살렘을 향한 대적자들의 진군과 그 대적자들을 꺽으시는 하나님의 예언의 말씀을 통해, 하나님은 반드시 예언을 성취하시는 분이심을 다시 확인합니다. 오늘 우리에게 약속하신 말씀이 있다면 이 시간 그 약속을 신뢰함으로 나아가게 하시고, 반드시 응답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세상의 시험들이 우리를 넘어뜨리고 좌절하게 할 때가 많음을 고백합니다. 오늘 말씀에서처럼 하나님은 우리에게 구체적인 승리의 방법을 말씀해주지 않으시는 분이지만, 반드시 승리하게 하시는 분이심은 알게 하셨사오니, 이 말씀을 신뢰하여 오늘 우리에게 주어질 시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이기게 하실 하나님의 역사를 기대하며,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삶으로 살아가게 하시옵소서.
감사를 드리며 우리를 구원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리옵나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