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021주일예배_전2: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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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기쁘게 하는 것
더 기쁘게 하는 것
전도서 2:24-25
사람이 먹고 마시며 수고하는 것보다 그의 마음을 더 기쁘게 하는 것은 없나니 내가 이것도 본즉 하나님의 손에서 나오는 것이로다
아, 먹고 즐기는 일을 누가 나보다 더 해 보았으랴
예전에 여론조사를 보니까, 직장 생활하는 사람들 80 퍼센트 이상이 사표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고 합니다. 남들보다 더 적은 월급을 받고 있다고 느끼거나, 직장 상사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 그런 생각을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사표를 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그 가운데 대략 20 퍼센트 정도이고, 나머지 60 퍼센트는 경제적 이유로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사회 전체적으로 경제적 풍요를 누리면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경제적 풍요를 누리고자 하면 할수록 더 허덕일 수밖에 없고, 그 허덕이는 삶이 자기 스스로의 삶을 향유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보여 주는 하나의 실례인 듯합니다. 오늘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삶의 현실은 이 사례가 보여주는 것보다 사실은 더 고약합니다. 그나마 사표를 낼까 말까 고심할 수라도 있는 처지에 있는 사람이면 오히려 형편이 나은 축에 속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예 그처럼 ‘행복한’ 고민마저도 할 기회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 현실입니다.
이와 같은 상황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삶에 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게 만듭니다.
오늘 우리는 삶의 지혜를 일깨워 주는 전도서의 한 대목을 함께 읽었습니다. 전도서는 욥기와 함께 일상적 통념을 넘어서는 지혜를 일깨우는 책입니다. 흔히 지혜서의 대표격으로 간주되는 잠언서가 일상적 통념에 근거한 지혜를 말하고 있다면, 욥기와 함께 전도서는 그 통념을 뒤집고 삶의 근본 문제를 깨우치게 하는 지혜를 말합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말씀은 크게 두 마디로 삶의 지혜를 압축하고 있습니다. “사람에게는 먹는 것과 마시는 것, 자기가 하는 수고에서 스스로 보람을 느끼는 것,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알고 보니, 이것도 하나님이 주시는 것, 그분께서 주시지 않고서야, 누가 먹을 수 있으며, 누가 즐길 수 있겠는가?”
“사람에게는 먹는 것과 마시는 것, 자기가 하는 수고에서 스스로 보람을 느끼는 것,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이것은 어쩌면 매우 평범한 지혜를 일깨우는 말씀 같습니다. 사실 매우 단순하고 평범한 지혜입니다. 먹고 사는 것 걱정하지 않고, 자기가 하는 일에서 보람을 느낀다면 이는 더 없이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그 단순하고 평범한 지혜대로 사람들이 살지 못한다는 사실 때문에, 이 단순하고 평범한 지혜는 거꾸로 심오하고 비범한 지혜가 되고 맙니다. 이 말씀 바로 앞에는 이런 말씀이 나옵니다. “사람이 세상에서 온갖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속썩이지만, 무슨 보람이 있단 말인가? 평생에 그가 하는 일이 괴로움과 슬픔뿐이고, 밤에도 그의 마음이 편히 쉬지 못하니, 이 수고 또한 헛된 일이다.”(22~23절)
재물을 쌓고 뭔가를 이루기 위해 허덕이는 삶은, 오늘날이나 전도서의 지혜자가 이 말씀을 새겨 넣을 때나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입니다. 이 평범한 지혜를 말하면서 스스로 감탄하는 듯하고, 제발 사람들이 그 진실을 깨닫기를 바라는 듯 힘주어 말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렇습니다. 아마도 지혜자는 그 누구도 그 단순한 진실을 잘 말하지 않는 현실에서 그 단순한 진실에 인간 삶의 기쁨이 있다는 것을 힘주어 말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오늘날 그 단순하고 평범한 지혜는 우리에게 더욱 절실해졌습니다. 이미 수천 년 전에 깨우친 지혜이기에 더 이상 새삼스럽게 말할 필요가 없는 지혜가 되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세상은 그 지혜에 역행하는 삶의 방식을 더욱 강고히 해 왔습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쉼 없이 수고를 하고 걱정을 하고 있지만, 삶의 보람은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지적 능력은 확장되었지만 진정한 삶의 지혜는 더욱 둔해지고 있습니다. 스스로의 삶을 향유하기보다는 뭔가에 예속된 삶의 방식은 더더욱 강화되고 있습니다.
오늘 많은 사람들의 삶은 지금 당장 누려야 할 것을 누리는 삶이 아니라 그 뭔가에 저당 잡혀 허덕이는 삶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기에 전도서 지혜자의 말씀은 오늘 우리에게 새삼스럽게 비범한 지혜가 되고 있습니다. “사람에게는 먹는 것과 마시는 것, 자기가 하는 수고에서 스스로 보람을 느끼는 것,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이 말씀은, 자기의 삶을 유보 당한 우리 모두를 다시 일깨우는 말씀입니다.
그 지혜를 깨우친 지혜자는 또 말합니다. “알고 보니, 이것도 하나님이 주시는 것, 그분께서 주시지 않고서야, 누가 먹을 수 있으며, 누가 즐길 수 있겠는가?” 이것도 언뜻 보기에는 그저 상투적인 지혜를 말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것의 근원이 하나님에게 있다는 믿음에서 보면 특별할 것이 없는 지혜인 셈입니다.
그러나 이 말씀 역시 앞에서 말한 사람의 수고, 그 보람 없는 수고(22~23절)와 대비하여 뜻을 새기면 새삼스러운 의미를 지닙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누리는 것을 자신의 능력과 수고의 결과로만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자신의 능력을 자랑하고 수고를 하며 또한 노심초사합니다. 우리의 삶의 방식은 아예 능력의 체계, 업적의 체계가 되어 있습니다. 더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더 많은 업적을 쌓아야 더 많은 것을 누리게 되어 있습니다. 그것이 삶의 철칙이 되어 있습니다.
“알고 보니, 이것도 하나님이 주시는 것, 그분께서 주시지 않고서야, 누가 먹을 수 있으며, 누가 즐길 수 있겠는가?” 이 말씀은 그 능력의 체계, 업적의 체계를 부정합니다. 사람이 먹고 사는 것, 사람이 자신의 삶을 향유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원초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부여해주신 은혜의 결과라는 것을 말합니다. 먹고 사는 것, 자기 스스로의 삶을 향유하는 것은 능력이나 업적에 의해 좌우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예컨대, 오늘날 전 세계의 식량생산량은 전 세계 모든 인구가 먹고 사는 데 전혀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한편에서는 너무 많이 먹어 탈이 나고, 다른 한편에서는 너무 못 먹어 굶어 죽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지금 세계의 삶의 방식이 하나님의 은혜를 배반하고 인간의 능력과 업적의 체계를 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말씀은 그 잘못된 삶의 방식, 삶의 체계를 부정합니다. 누구나 마땅히 누려야 할 삶의 권리, 누구나 마땅히 자신의 삶에서 보람을 느껴야 할 천부적 권리를 회복하여야 한다는 것을, 오늘 말씀은 일깨웁니다. 이렇게, 오늘 말씀은 우리의 통념을 넘어선 지혜를 일깨우고 있습니다.
오늘 말씀은 자신의 삶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게 만드는 삶의 방식, 그리고 그에 대해 아무런 의문을 제기하지 않은 채 그 잘못된 삶의 방식을 정당화할 뿐인 통념을 문제시합니다. 나아가 진정으로 자신의 삶을 누리라는 것을 역설합니다. 그것은 마음의 변화와 개인적 삶의 태도 변화를 동반함과 동시에 나아가 삶의 관계를 바꿔나가는 의지를 동반합니다.
“사람에게는 먹는 것과 마시는 것, 자기가 하는 수고에서 스스로 보람을 느끼는 것,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알고 보니, 이것도 하나님이 주시는 것, 그분께서 주시지 않고서야, 누가 먹을 수 있으며, 누가 즐길 수 있겠는가?” 이 말씀은, 지금 당장 마땅히 누려야 할 삶을 유보 당하고, 보람 없는 수고로 허무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자신의 삶을 누릴 것을 깨우칩니다.
그래서 사치가 아닌 한 우리의 삶에 즐거움과 열정을 주는 것들이 필요합니다. 삶의 무게 속에서도 평범한 사람들에게 숨을 쉴 수 있는 것들 말입니다. 밤낮 수고하면서도 보람을 느끼지 못했던 인생에 기쁨을 주는 빛 같은 것들 말입니다. 삶의 무게가 아무리 무겁다 해도 너끈히 감당하게 해 주는 활력과도 같은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신앙이 그런 빛이 되어야 합니다. 일상에 숨을 쉬고 빛을 비춰주는 역할, 그래서 그 기쁨으로 살아가고, 모두가 하나님으로부터 부여 받은, 삶의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신앙의 공동체는 그 기쁨의 삶을 나누는 공동체입니다. 나아가 그 기쁨을 세상에 전하며 그 기쁨으로 세상에 희망을 주는 공동체입니다.
우리들 모두 각자 하는 수고에서 진정한 보람을 맛보며 자기 삶을 향유하고, 우리의 공동체가 그 보람을 더욱 배가시키고 그 보람을 세상에 나누게 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