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사랑을 한다는 것(대상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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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봐도 다윗이 하나님께 사랑을 받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내가 많았던 다윗. 당시 일부다처제가 문화였으며, 때로는 여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편으로 존재했다고 하더라도, 다윗의 모습은 일부다처제가 존재하는 그 이유와 목적을 넘어선 수준처럼 보이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수많은 후궁들이 있었던 이유가, 그 후궁들을 보살피고 지키기 위한 의도였을지, 자신의 성욕을 채우고, 왕이기 때문에 상대의 선택권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하기 위한 의지의 표현이었을지, 알 수 없지만, 지금으로서는 후자 쪽의 판단으로 마음이 기운다.
아내들과 후궁들이 많았던 다윗. 성욕이 많았던 것일까. 권력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일까. 주변의 눈치가 보이지는 않았을까. 아니면 그냥 자신이 하고 싶던대로 하고 싶었던 것일까. 왕상1:2의 말씀대로 여인은 ‘자신의 따뜻함을 채우던 수단’이었을까.
하나님께서 이에 대해 별말씀 하지 않으시는 것처럼 보인다. 다른 것에 대해서는 질책하시고 질타하시는데, 이에 대해서는 별말씀 하지 않으시는 것처럼 보인다. 이해할 수 없는 하나님의 행동. 이해되지 않고,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하지 않으신다.
이해도 되지 않고, 이유도 없는데, 그게 사랑이라 하신다. 묻어두신다. 묻어가신다. 충분히 들춰낼 수 있는데, 덮어두신다. 덮어두시는 하나님. 어떤 것은 들춰내시지만, 어떤 것은 덮어두신다. 다 아시면서도 덮어두신다. 이유는 없다. 그저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는다고 하셨는데, 다윗을 덮으시는 하나님에 대해 우린 나무랄 자격이 없다. 하나님이 우리의 모든 것을 하나하나 다 들추시면서 여기까지 오셨다면, 누가 그 하나님의 들추심 앞에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살아갈 수 있겠는가?
우리는 오늘도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마치 아무 잘못 없었다는 듯, 고개르 들고 잘 살아간다. 하나님이 덮으셨기 때문이다. 다윗을 덮으시는 하나님에 대해 그 누가 반기를 들 수 있겠는가. 그 하나님, 오늘도 세상 죄악을 덮기에 바쁘시다. 눈 감은 척, 모른 척 하기에 바쁘시다. ‘내가 덮고 있단다’ 알기까지 오래 참으신다. 오래 참으심으로 돌이키게 하신다.
덮으시는 하나님.
왜 나를 덮으셨습니까.
당신께서 덮으시면, 당신이 오해를 받으실 것을 아시면서도, 왜 나를 덮으셨습니까.
죄가 있다면, 잘못이 있다면, 들춰내고 처리하는 게 마땅한 것인데,
왜 마땅한 것을 택하지 않으시고, 그냥 덮으셨습니까.
나는 그동안 사랑이 무엇인지 안다고 생각했고, 사랑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내가 하던 것은 사랑의 전부가 아닌 사랑의 일부였다. 사랑을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성경에 직면하면 직면할수록,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점점 알아간다.
오, 주여, 은혜를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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