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기도(4) 하나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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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복음 6:10a
주님께서 가르쳐주신 기도 중 하나님 기도의 첫 번째가 ‘하나님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소서’라는 간구였다면, 다음에 이어지는 간구는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소서’입니다. 하나님 나라는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셔서 가르치시고 행하신 일의 전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첫 번째 설교는 “때가 찼고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막 1:15; 참조 마 4:17)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자신의 사명이 하나님 나라 복음을 전하는 것이라고 분명히 말씀하고 있습니다. “내가 다른 동네들에서도 하나님의 나라 복음을 전하여야 하리니 나는 이 일을 위해 보내심을 받았노라”(눅 4:43; 막 1:38) 예수님이 쉬지 않고 가르치시고 보여주신 것이 바로 ‘하나님 나라’였습니다. 치유와 이적 이야기들은 모두 하나님 나라가 임했음을 드러내는 사건들입니다. “그러나 내가 하나님의 성령을 힘입어 귀신을 쫓아내는 것이면 하나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임하였느니라”(마 22:28). 예수님이 그곳에 임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일입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으셨다가 다시 살아나셔서 잠시 제자들과 함께 계시면서 하신 마지막 일은 바로 하나님 나라의 일을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가 고난 받으신 후에 또한 그들에게 확실한 많은 증거로 친히 살아 계심을 나타내사 사십 일 동안 그들에게 보이시며 하나님 나라의 일을 말씀하시니라”(행 1:3). 예수님이 오셔서 시작하신 하나님 나라는 그분이 다시 오실 때 완성될 것입니다.
사도행전에 보면 바울의 사역을 요약하는 장면에서 바울이 무엇을 했는지 잘 보여줍니다. “바울이 회당에 들어가 석 달 동안 담대히 하나님 나라에 관하여 강론하며 권면하되”(행 19:8), “보라 내가 여러분 중에 왕래하며 하나님의 나라를 전파하였으나 이제는 여러분이 다 내 얼굴을 다시 보지 못할 줄 아노라”(행 20:25). “그들이 날짜를 정하고 그가 유숙하는 집에 많이 오니 바울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강론하여 하나님의 나라를 증언하고 모세의 율법과 선지자의 말을 가지고 예수에 대하여 권하더라”(행 28:23) “바울이 온 이태를 자기 셋집에 머물면서 자기에게 오는 사람을 다 영접하고 하나님의 나라를 전파하며 주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모든 것을 담대하게 거침없이 가르치더라”(행 28:31)
하나님 나라는 세상 나라와 달리 일정한 영토와 공간 안에서 이루어지는 나라가 아닙니다. 하나님의 통치가 이루어지는 곳이라면, 어디나 하나님 나라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하나님 나라는 우리와 관계없이 이미 이루어진 나라이며 이루어져 가는 나라입니다. 하나님의 통치는 하나님이 온 세상을 창조하신 순간부터, 엄밀히 말하면 그 이전부터 이 우주와 인류 역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그것을 믿음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차이가 있을 뿐, 하나님의 다스림은 늘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하나님의 나라를 차지하고 그 백성이 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여기에는 인격적인 관계가 필요합니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하나님의 다스림을 인정하고 하나님의 다스림 안에서 살아가기로 결단하고 거기에 자신의 생명을 거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누구에게나 개방된 나라이지만, 아무나 차지할 수 없는 나라입니다. 하나님과 인격적인 관계, 예수 그리스도를 자신의 주인으로 삼고 따라가는 믿음의 결단 없이 그 나라는 우리와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사람이 거듭나지 아니하면 하나님의 나라를 볼 수 없느니라”(요 3:3). “사람이 물과 성령으로 나지 아니하면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느니라”(요 3:5). 이것은 엄청난 특권이다. 우리는 하나님 나라를 차지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지만,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으로 그 나라 백성이 되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것을 기억하며 드리는 이 기도, ‘아버지의 나라가 임하소서’는 어떤 기도인지 알아봅시다. 먼저,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이 땅은 하나님 나라가 이미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중의 권세 잡은 자가 활동하고 있는 나라, 즉 하나님 나라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임을 기억하는 기도입니다. 우리는 중간기를 살고 있습니다. 이 말은 싸워야 할 싸움이 여전히 많이 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님 나라가 속히 오기를 기도하는 것입니다.
둘째,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중 국적자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기도입니다. 신약성경은 ‘나그네’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이 땅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진짜 소속은 이 땅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입니다. 이 땅의 문화를 배우고 익히면서 살아가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하나님 나라 가치에 반대되는 문화는 거부해야 합니다. 두 가치가 충돌할 때 우리는 이 세상 나라 가치를 포기하고 하나님 나라 가치를 따라야 합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계속해서 하나님 나라가 오기를 소망하고 기대하며 기도해야 합니다.
셋째, 이 기도는 깨어진 세상을 안타까워하며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는 기도입니다. 하나님 없는 세상은 망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하나님 없는 행복을 추구합니다. 그래서 점점 깊은 수렁으로 빠집니다. 이런 세상 속에 하나님의 나라가 오게 해달라는 기도는 멈출 수 없습니다.
넷째, 주님의 재림을 통해 완성될 새 하늘과 새 땅(계 21~22장)을 기다리며 소망하는 기도입니다.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하나님 나라는 부분적입니다. 완전한 하나님 나라, 완전한 사랑과 공의가 실현되는 나라가 속히 오기를 간절히 소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가진 성경은 창세기로 시작하여 요한계시록으로 끝납니다. 창세기는 하나님께서 온 세상을 창조하셨고, 다스리신다는 선포입니다. 하나님이 왕이시라는 말입니다. 그러나 인간은 하나님의 다스림에 도전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하나님과의 관계가 깨어졌고, 스스로가 왕이 된 인간은 점점 더 세상을 망가뜨리기 시작합니다. 그런 인간을 회복하시고 세상을 회복하시려는 하나님의 계획이 시작됩니다. 아브람을 부르시고 이스라엘을 선택하시고 약속의 땅을 주시고 새로운 나라를 세우도록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나라가 바로 하나님의 다스림을 구현하는 나라가 되기를 바라셨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계속 거부하고 결국 망하고 맙니다. 포로로 잡혀갔다가 돌아왔지만, 여전히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이 넘치는 나라를 회복하지 못합니다. 이것이 구약 이야기입니다.
이제 하나님은 또 다른 결정적인 계획을 세우십니다. 자신이 직접 세상 속으로 들어가 하나님 나라를 보여주시기로 한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예수께서 이 땅에 오신 사건입니다. 하나님 나라를 가르치시고 보여주시고 초대하셨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목격한 제자들에 의해서 이 일은 지속되었고, 교회가 되어 그 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신약성경 이야기입니다. 그 마지막에 요한계시록, 그 책의 마지막에서 간절히 기대하는 것이 바로 새 하늘과 새 땅으로 묘사되는 하나님 나라의 완성, 주님의 재림입니다. 요한계시록은 마지막 21~22장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새 하늘과 새 땅에 대해서 언급하고서 이럭헤 기도합니다. “아멘, 주 예수여 오시옵소서.”(22:20)
다섯째, 우리 자신이 하나님 나라의 대사로 살겠다는 다짐과 결단의 기도입니다. 달리 말하면 충성의 대상을 명확히 하겠다는 것입니다. 더 이상 우리 자신이나 이 세상의 그 어떤 것도 충성의 대상으로 삼지 않겠다는 결단입니다. 그동안 주인 삼았던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하나님 한 분만을 주인으로 모시고 살겠다는 기도입니다.
사랑하는 석교 공동체 여러분, 하나님의 나라를 소망하고 기다리며 믿음으로 그 나라를 살아내어 온 땅에 그 나라를 드러내는 하늘 나그네로 살아갑시다.
공동체 기도
아무 자격 없는 우리들이 하나님의 은혜에 의하며 믿음으로 하나님 나라 백성이 되었으니 감사합니다. 예수께서 이 땅에 오셔서 시작하셨고 지금도 성령을 통하여 세워지고 있으며 장차 다시 오실 때 완성될 하나님 나라를 믿음으로 선포하며 기다립니다. 하나님 나라를 소망하는 나그네로 이 땅을 살아가면서 하나님 나라를 대적하는 세력들과 싸워 승리하게 하소서. 하나님 없는 세상을 만들어가다가 깨지고 망가진 세상을 바라보며 안타까운 마음으로 기도하오니 무너진 이 땅을 고쳐주소서. 우리는 이 땅에 파견받은 하나님 나라 대사임을 기억하며 오직 하나님께만 충성하게 하소서. 마라나타! 주 예수여, 어서 오시옵소서. 다시 오실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