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35: 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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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본문은 야곱이 외삼촌의 집이었던 밧단아람에서 돌아오고 나서 벧엘에 있는데, 하나님께서 야곱에게 나타나시고 복을 주시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을 잘 살펴보시면, 익숙한 내용들이 오늘 본문에 들어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오늘 이 내용들을 살펴보아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시고자 하시는 바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먼저 하나님께서는 야곱에게 복을 주신 후에 말씀을 하시는데, 10절을 보면 야곱으로 하여금 더 이상 야곱이라 부르지 않고 이스라엘이라고 부르겠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이 내용은 이미 하나님께서 야곱에게 하셨던 말씀입니다. 32장 24절부터 보시면, 야곱은 밧단아람에서 다시 자신의 고향을 향해 돌아오는 길에 에서를 만나기 전 브니엘이라는 지역에서 어떤 사람과 씨름을 하게 됩니다. 한참을 씨름하다 어떤 사람이 야곱을 이기지 못함을 보고 가려고 하니 야곱이 자신을 축복하지 않으면 놓지 않겠다고 하자 32장 28절을 보시면 야곱에게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을 줍니다.
이미 32장 28절에 하나님께서 야곱에게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을 주시고 야곱이라 부르지 않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왜 오늘 본문에서 굳이 똑같은 말씀을 하셨을까요? 하나님께서 야곱에게 나타나시자마자 하시는 말씀이 이스라엘이라고 부르겠다는 내용인데,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창세기 35장이라는 내용의 맥락을 이해하셔야 합니다. 우선 10절과 가까이 있는 근접 구절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0절 다음에 있는 11절을 보시면, 하나님께서 자신이 어떤 분이신지를 먼저 밝히신 후에, 야곱에게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명령을 하십니다. 그리고 한 백성과 총회, 왕이 야곱을 통해서 나오게 된다고 말씀하고 계시지요. 야곱이 하나님으로부터 이 말을 들었을 때, 이미 야곱에게는 베냐민을 제외한 자녀들을 슬하에 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 것은 지금 있는 자녀들이 적었기에 생육하고 번성하라고 말씀하셨을까요? 그것도 아닙니다.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내용도 지금 이 본문에서 처음 등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명령은 창세기 1장 22절에서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창조하실 때, 아담과 하와에게 명령하신 내용이며, 또한 창세기 9:7 하나님께서 홍수로 심판 후에 노아에게 명령하실 때 나타납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생육하고 번성하게 하실거라는 내용이 창 17:6절 아브라함과 하나님께서 언약을 맺으셨을 때, 그리고 28:3에서 야곱이 에서를 피해 외삼촌 라반에게 도망갈 때 이삭이 야곱을 축복해줄 때 하나님께서 생육하게 하시고 번성하게 하신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것은, 피조물인 사람이 하나님의 대리자로써 이 땅을 다스리며 하나님 나라를 세워가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늘 본문에서 하나님께서 이를 또 말씀하셨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어서 12절의 내용을 보면, 하나님께서는 야곱에게 야곱의 조상인 아브라함에게도 약속하셨고 아버지인 이삭에게도 약속하셨던 땅을 야곱에게, 그리고 야곱의 후손에게도 줄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말씀을 마치신 후에 하나님께서는 올라가시는데요. 하나님께서 이 내용을 말씀하신 것은 야곱이 이 내용에 대해서 모르고 있기 때문이 아닙니다. 분명 할아버지와 아버지로부터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내용에 대해서 알고 있었으며, 창세기 28:13-14절을 보면 야곱이 에서를 피해서 외삼촌 라반의 집에 가는 길인 벧엘에서 하나님을 만났을 때, 하나님께서는 분명 야곱에게 너가 누워 있는 땅을 너뿐만 아니라 너의 후손에게까지 주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오늘 본문에서 하나님께서 야곱에게 이 이야기를 다시 하시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야곱으로 하여금 하나님께서 약속하셨던 내용을 다시 상기시키기 위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야곱이 있는 곳이 어디이지요? 15절을 보면 알 수 있다시피 벧엘입니다. 야곱이 벧엘에 오니 하나님께서 지금 이 내용을 다시 상기시켜주시기 위해서 이 말씀들을 하신 것입니다.
그렇다면, 10절에 하나님께서 야곱에게 이스라엘이라고 이름 부르신것과,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명령을 하신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브니엘에서 야곱이 하나님께 자신을 축복하지 않으면 놓지 않겠다고 하여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을 받았던 것을 상기시키고,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명령도 언약의 하나님께서 야곱의 조상들뿐만 아니라 야곱과 야곱의 후손에게도 분명히 동일하게 약속하고 계신다는 것을 상기시키시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야곱에게 왜 이러한 내용을 다시 말씀하시어 상기시키고 계실까요? 그것은 바로 이러한 하나님을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야곱이 보이는 신앙의 태도 때문에 그렇습니다. 벧엘은 분명 하나님께서 야곱에게 약속하신 땅이기에 야곱은 벧엘로 돌아오는 것이 마땅했습니다. 그러나 야곱은 벧엘로 온 것이 아니라 34장을 보면 세겜이라는 지역에 머물고 있었지요. 그래서 결국 하몰의 아들들에게 딸 딤나가 강간당하고, 시므온과 레위가 그 지역을 토벌하자 야곱은 오히려 자신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것을 깨뜨렸다고 그 둘을 나무라며 가정에 불화가 일어났습니다.
분명 브니엘에서 축복해달라고 하나님을 붙잡았으며, 벧엘에서 하나님을 만나는 경험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야곱은 언약의 백성이라는 정체성을 잃고 살아갔습니다. 분명 아버지, 할아버지를 거슬러 조상 대대로 하나님께서 어떤 약속을 주셨는지를 배웠고, 더 나아가 직접 하나님을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세겜이라는 세상속에서 그저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구별된 삶을 살아가기보단 그곳에서 세상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이 타협하면서 살아갔습니다.
35장 2절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야곱은 오히려 하나님을 믿는다고하면서도 집안에 여러 이방 신상과 주술적인 것을 숭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모습을 본 하나님께서 야곱에게 오셔서 벧엘로 가라고 명령하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벧엘로 가라고 하시자 야곱이 그때서야 자신이 경험했던 하나님을 깨닫고 자신의 집안 사람들로 하여금 우상 숭배를 다 버리고 의복을 바꿔 입게 한다음, 벧엘에 하나님을 위한 제단을 쌓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하나님께서 오늘 본문과 같이 야곱에게 전에 했던 이야기를 상기시키는 것은, 바로 언약 백성의 정체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하시기 위함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일어나 벧엘로 올라가라고 명령하시자 야곱이 보인 모습은, 오늘날 교회에 예배하러 종교적 활동을 하기 위한 성도들의 모습과 별 다를바가 없습니다. 언제든지 다시 세상과 타협하며, 세상속에서 안주하며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그에 걸맞는 신앙의 모습을 보이지 않을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야곱의 이름에서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는 것은 새로운 정체성으로서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하며, 생육하고 번성하며 또한 그 땅을 우리에게 주신다는 것은 우리를 통해 하나님의 나라를 세워나가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야곱에게 약속하신 이유와 의미 그리고 언약 백성인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거룩한 부담감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지를 깨닫게 하시려고 이렇게 오늘 본문에서 말씀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이 야곱의 모습이 우리들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입니다. 하나님 앞에 나아갈 수 없었던 자들이었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공로를 힘입어 감히 하나님 앞에 나아갈 수 있게 되었고, 하나님과 동행이라는 영원한 복을 누리며 살아가게 되었는데, 우리는 자꾸만 하나님의 은혜를 망각하며 살아갑니다. 하나님을 믿고 교회를 다니고 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안주하여, 하나님 앞에서 어떠한 두려움과 떨림도 없이 현실의 안일함속에 감히 하나님의 백성이라고 자부하는 우리의 교만함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겉모습만 그리스도인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세상속에서 하나님보다 다른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며 우상숭배하는 우리들은 세상 사람들과 다를바 없는 삶을 살아갑니다.
오늘 본문에서 나타난 것처럼,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을 믿는 거룩한 백성이라 칭함받는 우리들에게 말씀하십니다. 거룩한 하나님 나라의 백성답게, 합당한 삶을 거룩한 부담감을 갖고 살아가라고요. 그렇기에 우리는 하나님 나라 백성답게 마땅히 거룩한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힘과 능력으로는 이 사명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야곱에게 찾아와 일으키시고 다시한번 은혜를 허락하신 것처럼, 이러한 우리의 연약하고 볼품없는 모습에도 불구하고 우리와 함께하시는 성령님께서 우리를 향한 탄식과 긍휼과 사랑으로 도우십니다. 그래서 우리가 진정한 하나님의 나라 백성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힘과 능력을 주십니다.
그렇기에 어떤 상황속에서도 하나님 나라의 언약 백성이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고, 그에 합당한 삶을 살아가도록 늘 성령님의 도우심과 은혜를 구하시고, 늘 하나님 앞에서 두려움과 떨림으로 마지막 때를 바라보며 하나님의 기쁨이 되시는 우리 사랑하는 성도님들 되시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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