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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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본문: 마가복음 4:3-9(신약 57쪽)
설교제목: 그래도 자란다.
3 들으라 씨를 뿌리는 자가 뿌리러 나가서
4 뿌릴새 더러는 길 가에 떨어지매
새들이 와서 먹어 버렸고
5 더러는 흙이 얕은 돌밭에 떨어지매
흙이 깊지 아니하므로 곧 싹이 나오나
6 해가 돋은 후에 타서 뿌리가 없으므로 말랐고
7 더러는 가시떨기에 떨어지매 가시가 자라
기운을 막으므로 결실하지 못하였고
8 더러는 좋은 땅에 떨어지매 자라
무성하여 결실하였으니
삼십 배나 육십 배나 백 배가 되었느니라 하시고
9 또 이르시되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으라 하시니라
반갑습니다.
오늘도 은혜의 자리에 나오신 분들을 축복합니다.
여러분은 저를 잘 모르실 겁니다. 제가 과거에 얼마나 형편없는 사람이었는지 말입니다.
이 이야기는 너무 부끄러워서 설교 때는 거의 꺼낸 적이 없는데, 저는 군대를 두 번 갔다왔습니다. 제가 처음에 공군으로 군대를 갔습니다. 공군은 입대 전에 체력검증을 합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당시에는 저의 체감으로는 1600m 정도 되는 운동장을 한 바퀴 정해진 시간 안에 들어와야 했습니다. 불행히도 저는 떨어져서 귀가조치당했습니다. 탈락자들은 거의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분들이었습니다. 저와 같이 그들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 멍한 눈빛이었습니다.
군대간다고 머리짧게 깎고 교회에서도 환송식 크게 하고 집에도 오래 떠날 것처럼 분위기 잡고 왔는데 집으로 돌아가라니 얼마나 당황스러웠는지 모릅니다. 처음에는 부모님에게도 목사님에게도 민망하고 부끄러워 꼭꼭 숨어버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마땅히 갈데도 없고 집으로 가서 사정을 말씀드리고 주일에 교회가서 어색하게 인사했습니다. 당시 대학에서 신학공부하던 제가 교회를 안 가기는 차마 양심에 걸렸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급하게 서둘러서 3개월 만에 육군에 다시 입대할 수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언젠가 설교 때 꺼낸 이야기인데, 저는 외모에 관한 컴플렉스가 매우 심하였습니다. 제가 지금은 이른바 볼륨매직을 하여서 머리카락이 좀 펴진 상태이지만, 본래는 심한 곱슬머리입니다. 또 저는 보시는 바와 같이 네모나고 각진 얼굴형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저의 모습이 너무 싫었습니다. 왜 나는 이렇게 태어났나, 심지어 제 동생은 저와는 완전 다르게 생겼습니다. 저는 아버지를 닮고 동생은 어머니를 닮았기 때문입니다. 혹은 저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안 좋은 것만 물려받고 동생은 반대로 좋은 것만 물려받았는지도 모르고요.
그런데 이러한 외모에 관한 불만과 원망이 제게 부정적인 영향을 많이 주었습니다. 예전에는 정말 진지하게 저의 외모를 가지고 놀리듯 장난치는 어린 아이 아마 초등학교 3학년쯤 됐을까요? 그런 아이의 말에도 큰 상처를 받곤 했습니다. 이러한 생각들이 부정적인 자아상을 만들어서 특별히 이성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주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여자들은 나를 싫어한다는 왜곡된 생각이 저에게 여성에 관한 불편한 마음을 갖게 했습니다. 오해하지는 마세요. 여성을 싫어했다는 뜻이 아니라 여성을 어려워했다는 뜻입니다.
그 외에도 저의 형편없음을 더 말할 수 있지만, 이 정도 이야기하면, 제가 얼마나 문제가 많은 사람인지 잘 아실 겁니다. 참 다행스러운 것은 제가 여전히 그 상태에 머물러있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완전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저는 이전과 달라졌습니다. 제 생각에 이전보다 자라난 것 같고, 앞으로도 더 자라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저는 그것이 하나님 또는 예수님으로 말미암은 변화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성경 이야기를 통해서도 예수님은 이를 교훈해주고 있습니다. 간단히 오늘 성경이야기를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농부가 씨앗을 뿌렸는데, 어떤 씨앗은 길 가나 돌밭이나 가시덤불에 떨어졌지만 또 어떤 씨앗은 좋은 땅에 떨어져서 30배, 60배 100배라는 엄청난 열매를 맺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읽은 성경 이야기 다음에 예수님은 이 비유의 뜻을 풀어주셨는데,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씨앗은 주님의 말씀이고 땅은 그 말씀을 받는 사람들을 상징합니다. 그래서 씨앗이 좋은 땅에서 큰 결실을 맺었다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잘 듣고 따른 사람이 큰 결실을 맺게 되었음을 말해줍니다.
보통 이 성경 이야기의 교훈을 우리가 좋은 땅을 만들자는 것으로 설명하곤 합니다. 그러나 이 비유에서 중요한 것은 좋은 땅은 아닙니다. 오히려 씨앗이 중요합니다. 더 나아가서는 씨앗을 뿌리는 농부가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씨앗이 좋지 않으면 좋은 땅에서도 열매를 맺을 수 없기 때문이니다. 그리고 땅은 스스로 좋아질 수 없습니다. 농부의 수고와 손길이 땅을 좋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실 이 비유는 땅에 관심하는 비유가 아니라 씨앗의 능력게 관심하는 비유입니다. 그러므로 이 비유의 교훈은 이렇습니다. 주님의 말씀이 우리를 변화시킨다.
이 비유를 통해 우리는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또한 예수님이 누구인지를 알게 됩니다.
여러분이 생각할 때, 하나님 또는 예수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여러 가지로 설명을 할 수 있겠지만, 저는 오늘 성경 이야기에 근거해서 이렇게 말해 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자라게 하시는 분입니다.’ 우리에게는 오늘 비유에 나오는 것과 같은 여러 종류의 땅과 같은 마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거의 대부분 매주일 교회를 나오고 이렇게 예배하며 주님의 말씀을 듣지만 늘 같은 마음으로 말씀을 듣고 있지 않음으 생각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예배하고 설교를 듣는 일이 시간낭비같다고 여기는 때도 있겠지만, 우리의 인생에서 그보다 중요하고 필요한 일은 없다고 여길 때도 있거나 앞으로 올 것입니다. 그리고 꼭 설교에 관한 우리의 반응이 아니더라도 늘 변화하는 우리의 마음을 통해 알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사랑스럽던 친구와 애인 또는 가족이 원수와 다를바 없다고 느껴지는 순간도 있으니 말입니다. 이렇게 우리의 마음 안에는 여러 종류의 땅과 같은 복잡한 마음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성경 이야기에 나오는 네 가지 종류의 땅은 이미 우리가 모두 가지고 있는 마음입니다. 문제는 좋은 땅에 씨앗이 심겨야만 큰 결실을 이룰 수 있다는 것입니다. 참 다행스러운 것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셔서 예수님을 보내어 계속해서 씨앗을 우리에게 심고 계시다는 것입니다. 좋은 땅에 심겨지지 위해서 얼마나 많은 씨앗의 희생이 있었는지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죽으시는 희생을 치루면서까지 우리에게 씨앗을 심는 일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그 씨앗을 통해 우리가 자라고 변화하게 됩니다.
제가 군대 두번 갔다왔다 했잖아요. 정확히 말하면, 공군에서 떨어져서 육군으로 간 것이지만요. 한번 낙방을 했으니 얼마나 걱정이 되었겠어요. 과연 내가 군생활을 온전히 버틸 수 있을까에 관해 자신이 별로 없었어요. 막 자랑할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저 스스로에게는 자랑스러운 것이 제가 다행히 육군은 떨어지지 않고 끝까지 마치고 왔다는 거예요.
또 제가 외모 컴플렉스가 심했다고 했잖아요. 아직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니 제 외모를 품평하시면 안 됩니다. 상처받으니까요. 저는 이러한 마음으로 평생 연애고 결혼이고 못하고 혼자 잘 먹고 잘 살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시겠지만, 제가 올해 결혼을 했어요. 저는 이 과정에서요. 저를 다시 바라보게 됐어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내가 조금은 더 괜찮은 사람일지도 모른다고요.
저는 이와 같은 일이 제가 잘해서 생긴 변화라고 결코 여기지 않아요. 사실 저는 이러한 문제들 앞에서 포기하거나 좌절상태에 머물러 있었죠. 그런데 하나님은 제게 계속해서 씨앗을 심으시고 저를 자라게 하셨어요. 여전히 제 안에 길 가, 돌밭, 가시덤불이 없지 않아요. 그런데 하나님은 저를 포기하지 않으셔서 저의 좋은 땅에 씨앗을 심으셨어요. 그것이 언젠가는 큰 결실이 되어서 풍성한 수확을 거둘 날이 올거라 저는 믿어요.
물론 저의 이야기에 동의가 안 되는 분들도 있을 줄 알아요. 아직까지 좋은 땅에 씨앗이 심기지 않은 분들 여전히 엄한 곳에 떨어지는 씨앗들로 인해 아무런 변화를 경험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을 수 있어요. 그런데 저같이 형편없는 사람에게도 하나님은 포기하지 않고 씨앗을 심으셨잖아요. 저보다 훨씬 훌륭한 여러분들에게 씨앗을 안 심을리 없어요. 아마 여러분은 저보다 훨씬더 풍성한 결실을 거두게 될 줄을 믿어요.
오늘 이 비유의 이야기를 통해 하나님 또는 예수님이 어떤 분인지를 기억하면 좋겠어요. 그 분은 여러분을 자라게 하실 분이에요. 우리를 향한 사랑을 가지고 계속해서 여러분의 마음에 풍성한 씨앗을 심고 계실 거예요. 여러분이 이러한 주님을 끝까지 믿음으로 아름다운 결실이뤄갈 수 있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
기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