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기도(7) 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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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복음 6:12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시옵고”
사람이 생존하기 위해 가장 기본적이며 필수적인 것, ‘일용할 양식’을 구하는 기도를 드리라고 가르치신 주님께서는 다음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평화를 누리며 살아갈 방법을 위해 기도하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이 처음 만드신 세상에서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따라 살아가던 인간이 창조 질서를 무시하고 스스로 왕이 된(죄, 자기중심성) 결과는 하나님과의 관계 단절이었습니다. 인간의 모든 문제는 여기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하나님과의 관계 단절 이후 가장 먼저 찾아온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평화가 깨지고 갈등하고 다투고 미움과 증오가 생긴 것입니다. 자기가 주인 된 세상에서 자기가 모든 것을 통제하고 다스리고 싶어하는 욕망으로 살아가다 보면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평화를 누리는 삶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더 나아가서 인간은 모든 피조 세계와 관계가 깨지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깨어진 처음 창조를 회복시키기 위해서 끈질기게 일하고 계셨으며 지금도 일하고 계십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목적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통해 자신이 주인 노릇하던 것으로부터 돌이켜 하나님을 주인으로 인정하고 살아가는 사람, 하나님 나라 백성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깨어진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되고 사람과의 관계가 회복되고 세상과의 관계가 회복되어 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의 삶은 “내가 온 것은 양으로 생명을 얻게 하고 더 풍성하게 얻게 하려는 것이라”(요 10:10)는 예수님 말씀처럼, 생명을 얻고 점점 더 풍성해지는 과정에 있습니다. 더욱 풍성해지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용서’입니다. 우리 삶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용서와 관련된 일인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주님께서는 이것을 너무 잘 아셨기에 일용할 양식을 구한 후에 용서에 관해 기도하라고 말씀하셨을지도 모릅니다.
1. 용서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로부터 시작됩니다.
만약 하나님께서 우리를 용서하지 않으셨다면 우리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가 여기에서 살아 숨을 쉬는 것, 더 나아가 우리가 감히 하나님의 자녀가 되고 하나님 나라를 상속받게 된 것은 우리를 용서하신 하나님의 사랑 때문입니다. 용서는 성경이 말하는 이 진리를 전인격적으로 받아들여 계속 기억하고 용서하기로 결단하는 것입니다. 결단을 하고 나면 감정이 정리되기 시작합니다. 용서는 잊어버리거나 감정적으로 다 해결이 된 다음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과 용서에 근거하여 먼저 용서하기로 결단하는 믿음의 반응임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마태 18:23~35 / 1만 달란트와 100 데나리온 비교
1 데나리온 : 당시 일용직 노동자의 하루 임금(최저 생계비 시간당 1만원, 하루 8만원)
100데나리온 : 800만원 –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매우 큰 돈(4달 치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은 돈)
1 달란트 : 6천 데나리온 = 6천일(20년) 임금(약 480,000,000원 /4억 8천만 원)
1만 달란트 : 20만 년 임금 / 4,800,000,000,000 / 4조 8천억 원
4조 8천억 탕감받은 우리가 800만원 빚진 자의 빚을 탕감하지 않는 모습
우리가 하나님에게 진 빚은 도무지 갚을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가장 큰 반역죄. 무시와 모욕, 거절과 배신. 그럼에도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간다.
우리가 상대방에게 빌려준 빚이 매우 큰 것은 사실이지만, 상대방에게 받은 상처와 아픔이 크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또 하나 기억할 것은 우리가 하나님께 진 빚, 우리가 하나님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은 그것과 비교할 수 없는,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이 큰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힘으로는 도무지 해결할 수 없는 이 문제를 하나님께서 먼저 찾아오셔서 해결해주셨습니다. 그러면 하나님은 엄청난 댓가를 지불하신 것이며 손해를 입으신 것입니다. 1만 달란트를 낭비하신 것이며, 아들 예수님을 우리의 죄를 위한 댓가로 지불하신 것입니다. 아들을 잃어버리는 희생을 기꺼이 치르셨습니다.
도무지 용서받을 수 없는 우리가 용서받은 것을 생각한다면 우리 사이에서 용서할 수 없는 잘못은 없습니다. 물론 잘못한 사람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하는 것도 맞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용서는 그것과 관계없이 내가 먼저 그 사람의 잘못을, 그 사람에 대한 분노를 떠나 보내기로 결심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나님께 일만 달란트 빚진 자여서 도무지 갚을 길이 없는 상태였지만, 하나님께서 먼저 우리의 빚을 탕감해 주셨기 때문에 하나님과 관계를 회복할 수 있었음을 믿음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이것을 전제로 나에게 빚진 사람, 나에게 잘못한 사람을 용서하겠다고 결단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희생할 것이 있기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포기할 것이 있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댓가를 지불해야 하니 억울한 마음이 듭니다. 그러나 먼저 그런 댓가를 지불하시고 우리를 용서하신 하나님을 믿기에 그에 합당한 반응을 보이는 것입니다. 용서는 하나님의 용서에 근거하여 내리는 용기있는 결단입니다.
2. 용서는 상대방을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을 위한 일입니다.
군에서 만났던 장병들 가운데, 도움이 필요한 장병들이 있었습니다. 정신적인 고통과 부정적인 생각, 비합리적인 신념과 부정적 감정 등으로 괴로워하는 친구들이었습니다. 이들과 대화를 나누어보면,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린 시절 부정적인 사건에 대한 상처가 치유되지 않고 현재의 삶에 영향을 지나치게 강하게 미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그 부정적인 사건을 저지른 사람에 대한 원망, 미움, 복수심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안고 살아갑니다. 과거의 상처가 현재의 삶을 망가뜨리고 있는 것입니다. ‘과거’라는 감옥에 자신을 가두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부정적 감정과 사고’라는 사슬에 매여 꼼짝 못하고 살아갑니다. 그리고 이런 부정적인 감정과 사고는 부정적인 삶의 행동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오랜 세월 지나면 부정적인 습관과 인격으로 자라서 건강하지 못한 살을 살아가게 됩니다. 여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상처가 치유되는 것인데, 상처 치유에서 매우 핵심적인 부분이 바로 ‘용서’입니다.
우리는 용서를 통해 자신에게 잘못한 사람을 무거운 죄책감과 수치심에서 벗어나게 해 줄 뿐 아니라, 우리 자신을 가두고 있었던 모든 상처와 분노와 복수심, 그리고 이로 인한 부정적 사고와 행동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켜 줍니다. 용서하지 않고 꽁꽁 매어 놓은 매듭이 많을수록 삶은 고통스럽습니다. 어린 시절의 상처가 치유되지 않을 때 삶은 매우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릅니다. 이 매듭이 풀리는 순간 자신을 가두고 있었던 감옥에서 나오게 되고 자유와 평화를 누리게 됩니다. 용서는 바로 이 매듭을 푸는 것입니다.
3. 우리의 죄를 용서해달라는 기도는 죄의 연대성을 깨닫게 합니다.
상대방의 죄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죄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나와 아무런 관계 없이 벌어지는 것 같은 상황에서도 우리의 책임이 있음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작게는 둘 사이의 문제에서, 크게는 집단과 조직의 문제에서, 더 크게는 우리 사회와 인류 공동의 문제에 대해서 우리 자신의 책임이 있음을 깨닫고 인정하는 것입니다. 우리도 책임져야 할 빚, 죄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하고 결단하는 것입니다.
용서받은 죄인인 우리들이 하나님을 닮아 용서하고 공동체와 세상의 문제에 대해 책임감 있는 태도로 살아갈 것을 결단하여 하나님 나라의 평화를 이루는 석교 공동체가 되기를 바랍니다.
공동체 기도
도무지 용서받을 수 없는 죄인인 우리를 아무런 조건 없이 용서하신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기억하며 감사와 찬양을 올려드립니다. 우리를 용서하신 하나님의 그 크신 사랑 때문에 우리도 잘못한 사람을 용서하기로 결단합니다. 우리의 용기 있는 결단을 통해 상대방을 죄책감에서 벗어나고 우리 자신을 부정적 감정과 행동의 사슬에서 풀려나게 하소서. 나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상대방과 다른 사람들과 세상만 문제가 있다고 여기는 교만함을 내려놓습니다. ‘우리의 죄’를 인정하며 자신을 돌아보고 공동체와 세상의 문제와 죄악에 대해 책임감 있는 태도로 살아가게 하소서. 우리 석교교회가 하나님의 무조건적인 용서와 사랑으로 하나님 나라를 경험하고 드러내는 공동체가 되게 하소서. 우리를 용서하기 위해 자신을 내어 주신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