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4주간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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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이 용서받은 사람이 더 많이 사랑한다
더 많이 용서받은 사람이 더 많이 사랑한다
체험담: 총고해
체험담: 총고해
오소서 성령님. 새로 나게 하소서. 오늘 복음 말씀을 읽다 보면 한 가지 기억이 떠오릅니다. 신학교 과정에서 5학년 이후에 이냐시오 30일 피정을 갑니다. 거기서 첫째 주를 지낸 다음에 적당한 시기가 오면 총고해를 해야 합니다. 총고해란 자신이 살아오면서 지었던 모든 죄를 고백하는 고해성사입니다. 총고해를 준비하면서, 처음에는 그냥 성찰한 것을 기억해서 고해해야 겠다라고 생각했다가, 워낙 잘 까먹기도 하고 죄의 종류도 다양해서 결국 글로 써서 고해성사 때 들고 가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기억나는 거 몇 개만 썼다가, 또 조금 시간이 지나니 예전에 이것도 떠오르고, 저것도 떠오르고 해서 쭉 쓰다 보니 두 세 장은 그냥 넘기더라구요.
그렇게 총고해를 할 죄들을 보고 있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것도 용서해 주실까? 너무 부끄러워서 그 동안 “이 밖에 알아내지 못한 죄도 용서하여 주십시오.”라고 하는 그 기도문에 숨겨 놓았던 그런 죄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너무 유치한 것도 있고 너무 크게 느껴지는 죄도 있어서 이런 죄도 용서받을 수 있을지, 또 이런 죄를 고백하면 신부님이 이상하게 보지는 않을지 걱정되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하느님의 은총으로 숨김 없이 솔직하게 다 고백했습니다. 신부님께서는 훈화 말씀과 사죄경을 해 주셨고 그렇게 총고해는 끝이 났습니다. 총고해가 끝나고 피정의 집 주변 언덕을 산책하는데, 참 처음으로 느껴보는 해방감이었습니다. 무언가 마음속을 짓누르고 있던 죄책감에서 자유로워 지고, 그래서 저를 둘러싼 나무며 풀이며 자연 사물들이 참 하느님의 은총으로 느껴지는 그래서 아름다워 보이는 그런 체험을 했습니다.
죄 없는 사람은 없다
죄 없는 사람은 없다
오늘 복음에서는 두 명의 사람이 서로 대조됩니다. 하나는 율법을 철저하게 지키면서 죄 없이 살려고 노력하는 바리사이입니다. 다른 하나는 죄를 많이 지은 여자가 있습니다. 어떤 죄를 지었는지는 나오지 않습니다. 그저 “죄인인 여자”라고 기록되어 있을 뿐이지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 여자만 죄를 많이 짓고 바리사이는 죄를 하나도 안 지었을까요. 이 여자는 겉으로 보이는 죄가 확실하게 있었을 뿐이지요. 바리사이는 겉으로 보이지 않을 뿐이지 마음속으로 지은 죄가 없다고는 말하지 못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내 죄를 용서해 주실 분이 예수님이심을 알고, 나의 죄를 솔직하게 성찰하고, 그 죄를 예수님께 말씀드리면서 용서받는 것이지요.
그런 과정 속에 무엇을 느끼겠습니까. 정말 이 죄를 용서받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내가 이런 죄를 짓다니 하는 실망감이 처음에는 들 것입니다. 그러나 이 죄를 용서받고 나면 이런 큰 죄에도 불구하고 예수님께서 나를 용서해 주신다는 깨달음, 그리고 그에 감사하며 생기는 사랑이 더 커집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죄 없다고 하면서 내 죄를 솔직하게 인정하지 않거나 내 죄를 있는 그대로 고백하지 못한다면, 예수님을 향한 사랑이 생길 소중한 기회를 스스로 없애 버리는 것입니다. 이 시간 나의 죄를 인정하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고백할 수 있는 은총을 하느님께 청합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