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6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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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게 물 한 잔을 주는 공동체가 되자

Notes
Transcript

서로에게 물 한 잔을 주는 공동체가 됩시다.

이 단락의 핵심은 공동체

오소서 성령님. 새로 나게 하소서. 오늘 예수님께서는 굉장히 다양한 말씀을 하십니다. “막지 마라.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이는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라는 말씀도 하시고, 연연자매에 관한 이야기도 하시고, 죄 지을 바에는 손이나 발, 눈을 잘라 버리라는 말씀도 하시지요. 굉장히 다양한 말씀입니다.
이 말씀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요. 바로 공동체입니다. 더 구체적으로 하자면 사람 사이의 관계, 인간 관계, 특히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되겠지요. 제자들의 상황을 생각해 봅시다. 한 번 넓은 시야로 바라 봅시다. 제자들은 언제나 평이한 그런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마르코 복음 전체를 훑어보면 제자들은 평이한 상태가 아니라 점점 못난 모습을 보이는, 점점 부정적으로 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좋았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예수님께로부터 제자로 뽑히고, 또 사도라는 나름의 직책도 받지요. 특별히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여러 마을로 파견하십니다. 제자들은 예수님과 떨어져서 자기들이 한 번 복음을 선포해 봅니다. 그러면서 제자들도 직접 마귀를 쫓아내는 일을 하고, 또 병자를 고치는 기적도 행합니다. 제자들의 기분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나도 이런 놀라운 일을 할 수 있구나. 나도 이런 능력을 받았구나.’ 그런 생각이 절로 들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점점 하락세를 걷지요. 예수님의 사명을 올바로 이해하지 못해서 “사탄”이라는 꾸지람도 듣고, 우리 중에 누가 가장 잘난 사람인가로 서로 싸우다가 예수님께 혼나기도 합니다. 그렇게 예수님께 혼나고 꾸지람을 듣는 와중에 마귀를 쫓아내는 어느 사람을 본 것입니다. 어땠을까요. ‘나도 저런 엄청난 일을 했는데, 지금은 이렇게 혼나기만 하는구나.’하며 질투가 나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그 사람이 마귀를 쫓아내는 것을 막았을 것입니다.
그것을 드러내는 한 마디가 있습니다. 예수님께 이 사건을 말하면서 “그가 저희를 따르는 사람이 아닙니다.”라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그가 당신을 따르는 사람이 아닙니다.”라고 하지 않고 “저희”라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제자들의 마음속에는 예수님보다는 자신으로, 자신의 질투심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부정적: 질투 유발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것은 비단 제자들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에게도 일어나는 일이지요. 저도 그렇습니다. 신부가 된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같이 살던 동기 신부들이, 또 몇 년 차이나지 않던 선배들이 어떤 새로운 일을 해서 좋은 결과를 냈다고 할 때 자연스럽게 질투심이 먼저 생깁니다.
예컨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동기 모임 같은 데 가서 여름 행사를 어떻게 했나 이런 것이 자연스럽게 이야깃거리가 되었습니다. 그러면 누가 초등부 캠프를 했는 데, 새로운 프로그램을 시도해서 반응이 아주 좋았다, 누가 뭐 이런 저런 모임을 새로 만들었는데 반응이 좋았다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참 그러면 잘 했다고 칭찬해 주면 좋을 텐데, 사람 마음이 그렇지 않나 봅니다. 같이 신학교 살 때에는 특별한 것 없이 비슷비슷한 친구들도, 아니 사실은 마음속으로 나보다 못하다고 무시했던 친구가 그런 엄청난 일을 했다니. 그런 생각에 질투심이 들면 어떻게 반응할까요. 비꼬기도 하고, 별 것 아닌 걸로 트집잡기도 하지요. 그러다 보면 서로 싸우기도 하고 감정도 상하면서 끝이 납니다.
예수님의 말씀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나를 믿는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죄짓게 하는 자는 연자매를 목에 걸고 바다에 던져지는 편이 오히려 낫다.” 또 “네 손, 발, 눈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잘라버려라.”는 말씀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안에 있는 질투심, 우월감, 교만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악을 저지르고, 그것 때문에 서로 죄를 주고 받을 바에는 그것을 칼같이 잘라 버리라는 말씀입니다.

기준: 물 한 잔을 주는 공동체

대신 예수님께서는 이런 관계를 맺으라고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그리스도도의 사람이기 때문에 마실 물 한 잔이라도 주는 이는, 자기가 받을 상을 결코 잃지 않을 것이다.” 여기 그리스도의 사람이 아니신 분 계십니까. 없지요. 모두가 다 그리스도의 사람입니다. 그러니 서로에게 물 한 잔이라도 주는 그런 관계를 맺으라는 것입니다. 내 마음속에 있는 악 때문에 서로 죄를 주고 받지 말고, 서로가 하는 좋은 일을 응원하고, 북돋는 관계를 맺으라는 것이지요.
이번 한 주를 또 새롭게 시작하며 서로 인정하고 서로 선한 일을 할 수 있도록 북돋는 그런 공동체가 될 수 있기를 하느님께 청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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