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의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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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서론
오늘 우리 교회의 창립기념 주일입니다. 사실 오늘 그 동안 해오던 주기도문 강해를 잠시 멈추고 다른 본문으로 설교를 할까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저에게 “용서”의 가치에 대해서 설교함으로써 창립기념주일의 의미를 더욱 깊게 할 수 있다는 마음을 주셨습니다.
오늘 간구는 다른 사람의 죄를 용서하는 삶을 살게 해달라는 것이 핵심이 아니라, 우리의 죄를 사하여 달라는 것이 핵심입니다.
“우리가 우리의 죄를 사하여 준 것처럼”은 우리가 죄를 사하여 주었기 때문에 우리 죄를 사하여 달라는 간구가 아니라, 우리가 죄를 사하여주는 것과 같이 하나님께서 그렇게 우리의 죄를 사하여 달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비유의 표현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용서하듯이, 하나님이 사람을 용서해 달라는 간구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다른 사람의 죄를 용서하는 것이 하나님으로부터 죄 용서를 받는 조건이라고 해석하지는 말아야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해 속에서 14절과 15절도 읽어야 합니다. 오늘 읽지는 않았지만, 거기는 우리가 용서하는 것이 용서받는 조건인 것처럼 보이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주기도문 바로 다음에 그런 말을 넣으심으로써 의도하신 것은 용서는 용서 받는 것과 용서 하는 관계가 분리가 될 수 없다는 의미인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자기 중심적인 태도로 용서의 열매는 내가 누리면서 용서의 열매를 맺는 것을 싫어하는 태도에서 돌이키라는 권면인 것입니다.
참으로 용서를 경험한 사람은 참으로 다른 사람을 용서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으로부터 죄용서를 체험한 사람은 또한 지속적으로 다른 사람의 죄를 용서하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입니다.
사실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용서를 기억하는 만큼 우리는 용서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용서하지 못하는 이유는 참으로 용서 받았음을 망각했기 때문인 것입니다. 우리는 너무나 쉽게 망각하는 존재입니다. 어제 설교도 잊어버리는 존재라는 것을 아실 것입니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로 안다라는 영화 속의 명대사가 있습니다. 용서의 은혜를 망각하면 용서는 내가 누려야 할 권리로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권리로 누리는 것이므로, 거기에는 다른 의무가 따라오지 못합니다. 나는 용서받아 마땅하고, 다른 사람은 용서 받아서는 안된다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반복적인 예배와 기도를 통해서 우리가 죄 용서 받았음을 계속해서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죄용서를 받음을 확인함으로써 죄를 용서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우리의 죄를 사하여 달라는 기도를 반복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용서하지 못하는 죄를 반복적으로 용서하셔서, 우리가 용서 받는 것을 계속 누리게 하시고 그 은혜로 용서하는 삶을 살게 하옵소서라는 간구인 것입니다.
교회는 무엇입니까?
제가 처음 부임해서 교회에 대해서 몇 주를 설교했었습니다. 교회는 교회당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인들, 예수를 구주로 고백하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를 구주로 고백하는 사람이 그리스도인은 원래 어떤 사람들이었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들은 죄인들이었습니다.
우리들은 용서받은 죄인들입니다. 그런데, 어찌보면, 그냥 죄인들보다 우리가 더 나쁠지도 모릅니다. 그냥 죄인들은 용서를 경험해본 적이 없으므로, 하나님의 사랑도 모릅니다. 그래서, 자기 마음대로 살아도 그냥 죄인입니다. 다른 사람을 용서할 이유도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용서받은 죄인은 조금 상황이 다릅니다. 우리는 이미 용서를 받은 자들이므로 용서를 해주어야 하는 존재들입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용서를 잘 하십니까? 용서를 못하십니까? 각자가 답을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아주 극심한 핍박이나 씻을 수 없는 죄에 대해서 용서하라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일상 속에서 나에게 조금이라도 서운한 말을 한다거나, 나의 자존심을 조금이라도 건드리는 말이나 태도를 보이는 사람에 대해서 용서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느냐는 것입니다. 나와 조금 다른 사람에 대해서, 내가 생각하는 기준에 못미치는 사람에 대해서, 내가 기대했던 것과 다르게 행동하는 사람에 대해서 용서하고 용납하고 화목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가 입니다.
그렇게 보면, 오늘도 우리는 죄를 짓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간절한 마음으로 우리의 죄를 용서해 달라고 기도하는 것입니다.
지난 23년을 지내오면서 혹은 여기에 계신 분들 중에 어떤 분들은 그 보다 짧은 시간을 함께 계시기는 했지만, 서로 미워하고 다투고 갈등하는 관계 속에 있을 수 있습니다.
서로 너그럽게 대하지 못할 때도 있고,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았을 때도 있습니다. 심지어는 용서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이 복수하고 싶고 혹은 그 사람이 잘 안됐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할 때도 있었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을 용서할 마음이 추호도 없으면서, 나의 죄를 용서해달라고 하나님께 구하는 것은 얼마나 뻔뻔한 일입니까?
오늘 우리는 창립 23주년을 맞이하면서 다시 한 번 성령의 은혜로 마음을 새롭게 하게 되기를 원합니다. 이전에는 용서와 용납은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었다면, 오늘부터는 용서와 용납이 내 삶의 가장 우선 순위에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서로 용서하고 용납함으로써 우리가 죄 용서를 받은 공동체라는 사실을 세상에 증거하는 기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작은 것부터 시작합시다.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용서하거나 용납하지 못한 죄를 용서해 주시고, 참된 은혜 안에서 용서하는 삶을 살아가도록 도와달라고 기도합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