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30주일
Notes
Transcript
다시 일어납시다
다시 일어납시다
다시 보게 해 주십시오
다시 보게 해 주십시오
오소서 성령님. 새로 나게 하소서. 오늘 복음 말씀 잘 들으셨는지요. 아 잘 들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자, 그러면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주요 인물들이 누가 있지요. 맞습니다. 예수님과 눈먼 거지, 이름은 티매오의 아들 바르티매오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 눈먼 거지 바르티매오는 태어날 때부터 눈이 멀었을까요, 아니면 원래 볼 수 있었다가 멀게 된 것일까요. 맞습니다. 원래 볼 수 있었는데 어떤 사건으로 인해 못 보게 된 것이지요. 이를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예수님께 이 사람이 어떻게 요청했는지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정확히 “스승님, 제가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라고 했습니다. 복음 마지막에도 “그가 다시 보게 되었다.”라고 되어 있지요. 다시 본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원래 볼 수 있었으니까 다시 보게 해 달라는 말이 성립이 되지요. 그러니 이 바르티매오는 원래 볼 수 있습니다.
길가에 앉아 있다
길가에 앉아 있다
두 번째로 우리가 눈여겨 볼 부분이 있습니다. 그가 길가에 앉아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예리코라는 도시에서. 이것에 의미가 또 있습니다. 예리코는 어디인가. 예루살렘을 가기 위해서는 예리코를 꼭 거쳐야 했습니다. 예루살렘은 고도가 높은 도시입니다. 거기로 올라가기 직전 그 앞에 있는 도시가 예리코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올라가시면 어떻게 됩니까. 그렇습니다. 십자가에 못박힙니다. 실제로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 직전에 당신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실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렇다면 이 예수님께서 예리코에서 걷는 이 길은 무엇인가. 바로 십자가를 향한 길, 십자가 길입니다. 바르티매오는 이 길 위에 있습니까. 아닙니다. 이 길 위에 있지 않고 이 길가에, 그것도 서 있는 것도 아니고 앉아 있습니다.
다시 예수님을 따라 길을 나서자
다시 예수님을 따라 길을 나서자
정리하자면, 바르티매오는 원래 볼 수 있는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못 보는 사람이고, 또 십자가 길을 걷지 않고 그 길가에 앉아 있는 사람입니다. 어떤 상징적인 뜻이 있다고 느껴지지 않으신가요?
아까 오늘 복음 직전에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 못 박히실 것이라고 예고하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제자들이 여기에 어떻게 반응했는가. 제자들은 예수님의 십자가에 관심이 없습니다. 오히려 야고보와 요한이 다가와서 “스승님께서 영광을 받으실 때 하나는 오른쪽에 하나는 왼쪽에 앉게 해 주십시오.”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다른 열 제자가 이를 불쾌하게 여깁니다. 무엇입니까. 이들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가시는 것을 어떤 영광스럽게 되는 일,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일, 무언가 혁명을 일으키고 왕권을 차지하는 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이들은 예수님의 십자가를 잘 모르고 있습니다.
이런 제자들의 모습이 바로 바르티매오의 모습과 아주 똑같습니다. 예수님을 예전에 보았지만, 이제는 제대로 보지 못하는 모습. 예전에는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 길을 걸었지만, 이제는 세속적인 욕망에 사로잡혀 그 길을 버린 모습입니다.
더 나아가서 우리의 모습과도 크게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이제 곧 올해가 끝나갑니다. 전례력으로 따지면 4주 후에 올해가 마무리됩니다. 이번 한 해가 시작하면서 어떤 마음을 다잡으셨나요. 어떤 좋은 목표와 선의를 가지셨나요. 그것을 올 한 해 잘 실천하셨나요. 어쩌면 바르티매오처럼, 제자들처럼 처음에는 그 길을 잘 걸어갔으나 어느 순간 길가에 주저앉아버렸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복음에는 반전이 있습니다. 바르티매오가 외칩니다.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일부 사람들이 그를 막자 더 큰 소리로 외칩니다.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라고 말씀하시면서 그를 고쳐 주십니다. 그는 어디로 갔습니까. 한 번 찾아 보십시오. “그리고 그는 예수님을 따라 길을 나섰다.” 예수님을 따라 십자가 길을 걸어 갔습니다.
오늘 한 번 그렇게 청해 봅시다. 나의 상태를 돌아보고, 다시 예수님의 자비를 청하십시오. 그렇게 다시 예수님을 따라 십자가 길을 걸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