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2주일

다해 부활시기  •  Sermon  •  Submitted   •  Presen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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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지만 모든 것이 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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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변했습니다

1. 부활하신 예수님의 몸

오소서 성령님. 새로 나게 하소서. 어제 말씀드리길, 네 개의 복음서마다 예수님의 부활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래서 각 복음서를 비교해 보면서 읽고 묵상하는 것도 아주 유익합니다. 오늘은 요한이 전해주는 예수님 부활 이야기입니다.
가장 비슷한 게 루카 복음에 나오는 예수님 부활 이야기입니다. 똑같이 제자들 사이에서 예수님께서 발현하십니다. 그러나 차이가 있습니다. 루카 복음은 예수님께서 육신을 지니시고 온전히 부활하셨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예수님께서 나타나신 게, 단순히 유령으로 나타나신 게 아니라 몸을 지니신 그런 모습으로 부활하셨다는 것이지요. 예수님께서 물고기를 잡수신 것은 그런 측면을 강조합니다.
요한 복음은 무엇을 강조할까요? 여러가지가 있겠습니다. 제자 토마스의 믿음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용서의 직무를 제자들에게 맡겨 주신 것도 있지요. 그런데, 이번에 저는 부활하신 예수님의 몸에 집중해 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의 몸이라고 하면 뭔가 완전해 져야 할 것 같습니다. 상처 하나 없이 깨끗하고, 거룩하고, 빛나는 몸이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지요. 예수님의 몸은 상처를 가지고 있습니다. 십자가에 못 박혀서 구멍이 뚫린 손, 그리고 창에 찔려 뚫린 옆구리가 그대로 있습니다. 그런 상처를 제자들에게 보여주기까지 하십니다. 토마스에게는 직접 손을 넣어 보라고도 말씀하시지요.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

2. 나의 이야기

제 이야기를 좀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이제 서품 받은 지 2년 되는 신부입니다. 동시에 요양 중에 있지요. 머리도 짧게 깎았지요. 이유가 있습니다.
작년에 서품받고, 천안에 있는 첫 본당에 부임했습니다. 거기서 처음 준비하는 성삼일을 열심히 준비해서 보내고 나니 몸에 좀 이상한 것이 느껴졌습니다. 뭔가 오른쪽 얼굴이 마비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발음도 예전처럼 잘 안 되었습니다. 왜 우리가 피곤하면 ‘입 돌아간다’라고 하는 구안와사가 있지 않습니까. 저는 ‘성삼일 처음 준비하느라 힘들어서 구안와사가 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한의원만 다녔지요.
당시 주임신부님께서 빨리 성모병원 가서 MRI 찍어 보라고 하셨지요. 그래서 MRI 찍고 진료를 보았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안면신경을 담당하는 부분에 뇌종양이 생긴 것입니다. 그것도 꽤 커다란 크기로 생겼습니다.
크기가 크다 보니 급하게 수술을 한 번 했고, 그걸로는 다 제거가 안 되어서 작년 12월에 수술을 한 번 더 했습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후유증은 두 번째 수술 때 다 생긴 것입니다. 수술 경로를 확보하기 위해서 오른쪽 귀 쪽에 청신경을 잘랐습니다. 그래서 오른쪽 귀가 들리지 않습니다. 또 수술을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오른쪽 안면 신경을 일부분 건드렸습니다. 그래서 오른쪽에 이렇게 안면 마비가 생겼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지금은 요양을 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다른 것은 다 괜찮습니다. 밥먹고 움직이고 이런 것은 다 할 수 있는데, 속상한 것이 딱 하나 있습니다. 바로 사진 찍을 때. 신자 분들을 만났을 때 같이 사진 찍자고 요청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같이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받아 보았을 때. 나는 웃는다고 열심히 웃었는데, 오른쪽은 전혀 움직이지 않고, 왼쪽만 과하게 움직여서 입이 올라갔을 때. 그 모습을 보면 참 마음이 아픕니다.

3. 부활의 신비

그런데 이번 성삼일을 보내면서 성금요일 제1독서의 구절 하나가 마음에 와서 콱 박혔습니다. “그의 모습이 사람 같지 않게 망가지고 그의 자태가 인간 같지 않게 망가져 많은 이들이 그를 보고 질겁하였다.” 이 말씀이 바로 저를 두고 하는 말씀 같았습니다.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말씀은 바로 예수님을 두고 한 말씀이지요. 매 맞고, 모욕 받고,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님을 두고 한 말씀입니다. 그러니 저는 이 병을 통해서 예수님과 조금이라도 같아질 수 있는 그런 은총을 받은 것입니다.
우리는 한낱 인간이기 때문에 어찌할 수 없는 것이 많습니다.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있지만, 해결할 수 없는 것도 있지요. 예컨대 자연재해, 질병, 죽음이 그렇습니다. 어떻게 극복하려 해도 할 수가 없지요.
그런데 그런 상황 속에서도 변할 수 있는 것 한 가지는 있습니다. 나는 변할 수 있습니다. 상황을 어찌할 수는 없어도 나는 변할 수 있습니다. 나의 생각과 마음과 영혼은 변해서 이 상황을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이것이 오늘 복음이 전해주는 부활하신 예수님의 몸에도 상처가 있었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지만, 모든 것이 변하였다.
우리는 신앙인이고 예수님을 닮으려는 사람들입니다. 오늘 하루 지내면서 나의 영혼이 부활하신 예수님처럼 변할 수 있기를 청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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