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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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설교>
민수기 35:1-34
“도피성”
2019. 4. 9
조 정 수
오늘 본문인 민수기 35장은 가나안 땅을 기업으로 받지 못하는 레위지파에게 각 지파들이 성읍을 각출하여 주어서 레위지파가 거주할 수 있게 하도록 규례를 명령하시는 내용입니다. 레위지파는 땅을 기업으로 받지 않는 대신에 이스라엘의 백성들로부터 십일조를 받아 생활하며 성막을 위해 봉사하는 사명을 갖고 있었습니다.
광야에서 40년간 하나님이 배치한 진영대로 텐트를 쳐서 생활하던 이스라엘 자손은 이제 가나안 땅에 들어가면 각자의 땅을 분배받기 때문에 지금의 진영에서 흩어져 각자의 땅으로 가서 살게 됩니다. 그런데 레위지파는 가진 땅이 없기 때문에 다른 지파의 땅에 얹혀 살아야 하는 처지가 되고 마는 것이죠.
그래서 하나님은 레위지파가 떠돌이 생활을 하지 않도록 거주할 수 있는 성읍을 주게 하셨습니다. 7절을 보면 레위인에게 주도록 하신 성읍은 모두 마흔여덟 개입니다. 밑에 8절에 보니까 각 지파별로 기업을 많이 받은 지파는 성읍을 많이 떼어주고, 기업을 적게 받은 지파는 보다 적은 성읍을 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형평성을 고려하여 각 지파들이 불만을 제기하지 않도록 하시는 배려가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레위지파는 하나님의 이 규례로 말미암아 마음놓고 거주하며 하나님을 위해 섬길 수 있는 마흔여덟 개의 성읍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위로 올라가서 6절을 보면 이 마흔여덟 성읍 중에 여섯 개의 성읍이 무슨 성이라고 되어 있습니까? 네, 도피성입니다. 도피성은 부지중에 살인한 살인자들이 도피하여 살아갈 성읍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하나님은 아직 가나안 땅에 들어가지도 않은 백성들을 향해서 도피성을 마련하라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마치 너희가 반드시 이웃을 죽이는 살인자가 될 것이라고 예고하고 계시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죠.
11절부터 보면, 하나님이 이 도피성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설명을 시작하십니다. 먼저 하나님이 도피성에 대하여 하시는 말씀은, 부지중에 살인한 자가 복수할 자를 피하여 회중 앞에 서서 판결을 받기까지 죽지 않게 하기 위함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이 사람이 고의를 가지고 살인을 저질렀는지, 아니면 아무런 고의 없이 실수로 사람을 죽인 것인지에 대하여 회중이 판결을 내리기 전까지 이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피성을 정하신 것이라는 말입니다.
이것은 한 번의 살인이 또 다른 살인으로 이어지는 연쇄살인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백성으로 택함 받은 한 공동체가 피의 복수로 인하여 분열이 일어나는 것을 막는 장치였으며, 또한 한 명의 백성도 헛되이 잃지 않으시려는 하나님의 사랑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도피성은 살인자의 목숨을 보호하는 보호센터의 역할도 있지만, 반대로 보면 다른 곳으로 떠나지 못하게 하는 감옥의 모습도 갖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도피성 밖에는 복수자가 이를 갈며 살인자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도피성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누가 그를 감금하고 있는 것이 아니지만 목숨을 보존하기 위하여 자기 자신을 스스로 도피성에 감금해야만 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 살인자는 언제 도피성에서 나올 수 있을까요? 평생 도피성에 갇힌 채로 살아야 하는 것일까요?
33절을 보면 꼭 그렇게 평생 갇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33절을 함께 볼까요? 시작, “너희는 너희가 거주하는 땅을 더럽히지 말라 피는 땅을 더럽히나니 피 흘림을 받은 땅은 그 피를 흘리게 한 자의 피가 아니면 속함을 받을 수 없느니라.”
이 말씀에 의하면 살인으로 흘린 피가 땅을 더럽히게 되며, 그 땅이 속함 받기 위해서는 살인자의 피가 흘려져야만 합니다. 고의로 살인을 했든, 부지중에 살인을 했든 어쨌든 간에 살인한 자의 피가 흘려져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본다면 부지중에 살인한 자는 결국 죽을 때까지 도피성에서 살아야만 합니다. 그의 피가 흘려져야만 땅이 깨끗해질 수 있기 때문에 도피성에서 늙어 죽든지, 아니면 도피성 밖에서 복수자의 칼에 맞아 죽든지 어쨌든 그가 죽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34절을 보면 하나님이 자신이 거주하는 땅을 더럽히지 말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왜냐하면 더럽혀진 땅에는 하나님이 거하시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피로 인하여 더럽혀진 땅은 피 흘린 자의 피의 호소가 땅에서부터 올라와 하나님의 귀에 상달되기 때문에 하나님은 결코 살인자를 용인하지 않으십니다. 그래서 오직 살인자의 피만이 피의 호소를 잠재울 수 있고, 그 땅을 속량할 수 있다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안에서도 하나님이 놀라운 긍휼과 자비를 베풀고 계시는 모습을 발견할 수가 있습니다.
오직 피 흘리게 만든 자의 피로만 땅의 속량을 얻을 수 있지만, 하나님은 예외적으로 다른 방법이 있음을 말씀하셨습니다.
바로 25절 말씀인데요. 25절을 함께 보겠습니다. 시작, “피를 보복하는 자의 손에서 살인자를 건져내어 그가 피하였던 도피성으로 돌려보낼 것이요 그는 거룩한 기름 부음을 받은 대제사장이 죽기까지 거기 거주할 것이니라.” 아멘.
도피성에 언제까지 거주할 것이라고요? 대제사장이 죽을 때까지 도피성에 거주해야 한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대제사장이 죽으면 도피성을 떠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부지중에 살인한 자가 자기 피를 흘리지 않더라도 그가 더럽힌 땅의 핏값에서 자유함을 얻게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대제사장이 죽으면서 흘린 피가 그 핏값을 대신 갚았기 때문입니다. 백성들의 죄를 사하는 일을 하던 대제사장이 흘린 피는 거룩한 피로서 부지중에 살인한 자의 피를 속량하고 다시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살아가도록 할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백성을 다시 공동체로 받아들이고 거룩함을 회복시키시는 하나님의 긍휼과 자비가 얼마나 크신지를 잘 알 수 있는 장면입니다.
공동체를 지키기 위하여 피의 복수를 막으시고, 또 한편으로는 헛되이 목숨을 잃는 백성들이 생기지 않도록 도피성을 마련하신 하나님은 또한 거룩한 대제사장의 피를 통하여 자신의 백성을 속량하여 주십니다. 그리고 오늘날 진정한 큰 대제사장이신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서 흘리신 그 보혈이 우리를 속량하여 주심을 우리는 믿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날마다 범죄하며 거룩한 땅을 더럽히는 우리를 위하여서 기꺼이 피흘림을 당하신 주님의 은혜를 항상 기억하시기를 바랍니다. 자격 없는 우리를 위하여 죽으신 그 은혜를 기억하며 주님이 거하시는 우리 영혼의 성소가 더럽혀지지 않도록 나 자신을 돌보며 거룩함을 지켜 영원히 하나님과 함께 살아가는 사랑하는 성도님들이 되시기를 간절히 바라고 소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