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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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실로암
제목: 실로암
본문: 요한복음 9장 6-12절
본문: 요한복음 9장 6-12절
찬송: 545장 이 눈에 아무 증거 아니뵈어도
찬송: 545장 이 눈에 아무 증거 아니뵈어도
말씀의 문을 열며
말씀의 문을 열며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는 편리함을 추구하는 시대입니다. 모든 것이 빠르고 쉬워야 합니다. 한 번의 터치로 음식이 배달되고, 클릭 한 번으로 원하는 물건이 문 앞까지 옵니다. 불편한 것은 개선되어야 할 문제이고, 이해되지 않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을 보면, 예수님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방법으로 한 맹인을 고치십니다. 그냥 "눈을 떠라" 한 마디 하시면 될 일을, 땅에 침을 뱉어 진흙을 만들어 그의 눈에 바르시고 멀리 있는 실로암 못에 가서 씻으라고 하십니다.
왜 이렇게 불편하고 번거로운 방법을 택하셨을까요? 오늘 우리가 함께 살펴볼 이 사건 속에는, 하나님이 우리의 삶 가운데 일하시는 깊은 뜻이 담겨 있습니다.
예수님의 '불편한 은혜'
예수님의 '불편한 은혜'
"이 말씀을 하시고 땅에 침을 뱉어 진흙을 이겨 그의 눈에 바르시고"(6절)
이 장면을 상상해보십시오. 예수님이 땅에 침을 뱉으시는 모습. 그 침과 흙을 섞어 진흙을 만드시는 모습. 그리고 그것을 맹인의 눈에 바르시는 모습. 전혀 거룩해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좀 엽기적이기까지 합니다.
주님은 다른 때처럼 말씀 한 마디로도 그 사람의 눈을 밝히실 수 있었습니다. 손을 얹으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왜 굳이 이런 번거롭고 불편한 방법을 택하셨을까요?
병원에 가면 때때로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처방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선생님, 왜 이 약을 먹어야 하나요?" "이 검사가 꼭 필요한가요?" 하고 묻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의사를 신뢰하기 때문에 이해되지 않아도 따릅니다. 그 처방 뒤에는 환자를 치료하려는 의사의 전문적 판단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도 때로는 그러합니다. 우리가 원하고 기대하는 방식이 아닐 때가 있습니다. 우리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일어납니다. 왜 이렇게 어렵게 가야 하는지, 왜 이렇게 불편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알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런 순간들이 하나님이 우리의 삶에 개입하기 시작하신 신호일 수 있습니다. "주님, 왜 이렇게 하십니까?"라는 질문이 나올 때, 사실은 "주님이 시작하셨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예상과 계획을 뛰어넘어 일하십니다. 때로는 우리를 불편하게 하시는 방법으로도 은혜를 베푸십니다. 그 불편함 속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게 되고, 우리의 한계를 깨닫게 되며, 전적인 의존을 배우게 됩니다.
오늘 본문의 맹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는 예수님을 찾아온 것도 아니고, 고쳐달라고 요청한 것도 아닙니다. 그냥 길을 가다가 일방적으로 은혜를 받게 된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 은혜가 참으로 불편한 방식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실로암까지의 순종의 여정
실로암까지의 순종의 여정
"이르시되 실로암 못에 가서 씻으라 하시니"(7절)
이제 이 맹인에게는 선택의 순간이 왔습니다. 눈에 진흙을 바른 채로 실로암 못까지 가서 씻을 것인가, 아니면 그냥 포기할 것인가.
이 사람에게 실로암까지 가는 길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었습니다. 날 때부터 맹인이었던 그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길이었습니다. 평소 구걸하던 성전 근처에서 실로암 못까지는 꽤 먼 거리였습니다. 게다가 눈에는 진흙이 발라진 상태에서 더듬더듬 걸어가야 했습니다.
얼마나 불편했을까요? 진흙이 흘러내리지 않게 조심하면서, 넘어지지 않게 천천히 한 걸음씩 내딛어야 했습니다. 사람들의 시선도 신경 쓰였을 것입니다. "저 사람 왜 저래?" 하는 사람들의 수군거림도 들렸을 것입니다.
의심도 들었을 것입니다. "정말 나을까?" "혹시 속는 건 아닐까?" "이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르는데..."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몇 번씩 들었을 것입니다.
우리의 인생도 그렇지 않습니까? 하나님의 뜻대로 살아가려고 하면 때때로 예상치 못한 길을 가게 됩니다. 내 계획대로, 내 방식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쉽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씨를 뿌렸다고 바로 열매가 맺히지 않음을 우리는 다 알고 있습니다. 기다림의 시간이 있고, 염려의 시간이 있고, 인내의 시간이 있습니다. 때로는 날씨가 도와주지 않을 때도 있고, 예상하지 못한 병충해를 만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주님이 말씀하셨다는 사실입니다. "실로암 못에 가서 씻으라"고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씀이 있었기에 이 맹인은 불편함을 감수하고 순종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님의 말씀이 있기에 우리는 이 세상에서 순례자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때로는 이해되지 않고, 때로는 불편하고, 때로는 외로운 길일지라도, 그 말씀을 따라 걸어가는 것이 우리가 택해야 할 길입니다.
순종은 완전히 이해한 다음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순종은 신뢰를 바탕으로 감행하는 믿음의 행동입니다. 이 맹인도 예수님이 누구신지 정확히 알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그가 고백하듯이 "예수라 하는 그 사람" (11a절)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말씀에는 신뢰할 만한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일은 순종을 통해 완성됩니다
하나님의 일은 순종을 통해 완성됩니다
"이에 가서 씻고 밝은 눈으로 왔더라"(7절)
놀라운 결과입니다. 날 때부터 보지 못했던 그가 처음으로 세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의 감격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빛이란 무엇인지, 색깔이란 무엇인지, 사람의 얼굴이란 어떤 것인지 처음으로 알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치유는 순종을 통해서 완성되었습니다. 만약 그가 "이상한 방법이네요. 다른 방법은 없나요?"라고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만약 "실로암까지는 너무 멀어요. 가까운 곳은 없나요?"라고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치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요한은 "실로암"의 의미를 특별히 설명합니다. "실로암은 번역하면 보냄을 받았다는 뜻이라"(7절). 실로암은 바로 예수님을 가리키는 상징입니다. 하나님이 이 세상에 보내신 분, 그분이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결국 이 맹인이 실로암에서 씻었다는 것은 예수님께로 나아와 은혜를 받았다는 의미입니다. 물리적으로는 실로암 못에서 진흙을 씻어냈지만, 영적으로는 예수님을 통해 새로운 빛을 받게 된 것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깨닫게 되는 진리가 있습니다. 젊을 때는 모든 것을 이해하고 납득한 다음에 행동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이해'보다는 '신뢰'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하나님의 뜻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을 신뢰할 수는 있습니다. 그 신뢰를 바탕으로 한 순종이 결국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의 일하심을 보는 눈을 밝혀줍니다.
이 맹인은 이제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되었습니다. 더 이상 구걸할 필요가 없습니다. 더 이상 남의 도움에만 의존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립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한 산 증인이 되었습니다.
"그들이 묻되 그러면 네 눈이 어떻게 떠졌느냐 대답하되 예수라 하는 그 사람이 진흙을 이겨 내 눈에 바르고 나더러 실로암에 가서 씻으라 하기에 가서 씻었더니 보게 되었노라"(10-11절)
그는 이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단순하지만 분명한 고백입니다. "가서 씻었더니 보게 되었노라." 순종했더니 하나님의 일이 일어났다는 것입니다.
말씀에 대한 순종이 결국 우리의 영적 시야를 밝혀줍니다. 처음에는 이해되지 않았던 하나님의 뜻이, 순종을 통해 점점 명확해지기 시작합니다. 하나님이 왜 그런 방법을 사용하셨는지, 왜 그런 과정을 거치게 하셨는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말씀의 문을 닫으며
말씀의 문을 닫으며
사랑하는 우리 중앙교회 성도 여러분, 지금 여러분 앞에 '실로암으로 가는 길'이 있습니까?
어쩌면 그 길이 여러분이 기대했던 길과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 좀 더 편하고 쉬운 길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왜 이렇게 불편하고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으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억하십시오. 그 길 끝에는 주님의 일하심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지금 겪고 계시는 그 불편함과 어려움이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하나님은 여러분을 통해 당신의 영광을 나타내기를 원하십니다.
건강의 문제로 고민하고 계신 분들, 자녀 문제로 마음 아파하시는 분들, 경제적 어려움 가운데 있는 분들, 관계의 문제로 힘들어하시는 분들. 주님이 여러분을 실로암으로 부르고 계십니다.
순종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순종을 통해서만 하나님의 역사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해되지 않아도, 불편해도, 그 말씀을 따라 나아가시기 바랍니다.
오늘도 주님은 우리를 부르십니다. "실로암 못에 가서 씻으라."
그 부르심에 순종하여 나아가는 우리 중앙교회 모든 성도님들이 되시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거둠의 기도
거둠의 기도
참 좋으신 아버지 하나님, 때로는 이해되지 않는 방법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시지만, 그 모든 것이 우리를 향한 사랑임을 믿습니다.
우리의 고집과 편견을 내려놓고 주님의 뜻에 순종할 수 있는 믿음을 주시옵소서. 불편하고 어려워 보이는 길일지라도 주님이 함께 하신다는 믿음으로 담대히 나아갈 수 있게 하여 주시옵소서.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실로암으로 가는 길'을 통해 주님의 놀라운 역사를 경험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순종을 통해 영적 눈이 밝아지고, 하나님의 뜻을 더욱 분명히 알아가는 성숙한 믿음의 사람들이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어려움 가운데서도 포기하지 않는 인내와 끝까지 신뢰하는 믿음을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우리의 순종을 통해 하나님께 영광이 되고, 이웃에게는 은혜가 되는 삶을 살게 하여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