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서 성령님, 새로 나게 하소서. 우리는 주변에 너무 익숙해진 것에 감사를 잊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장 가까운 가족 사이에서도 그러합니다. 예를 들어, 집안에서 어머니가, 아내가 항상 밥을 차려 주시지요. 이것이 당연한 게 아닌데, 매일 항상 일어나는 일이다 보니까 익숙해지고 당연해집니다. 그래서 감사를 잊지요. 오히려 어머니가 무슨 사정이 있어서 밥을 간단하게 해 주시거나 못 챙겨 주실 때 화를 냅니다. 제가 어린 시절에 그랬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비유를 들어서 말씀하십니다. 어느 부자가 사람들을 큰 잔치에 초대하십니다. 첫 번째로 초대한 사람들이 있지만 그들은 여러 이유를 대며 거절합니다. 복음을 잘 보면 잔치의 주인이 갑자기, 즉흥적으로 그들을 초대한 게 아닙니다. 미리 초대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복음에서 “초대받은 이들”이라고 언급한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갑자기 초대한 게 아니라 미리 잔치의 날짜와 시간을 알려주었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그들은 잔치를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밭을 사고, 누군가는 소를 사고, 누군가는 방금 장가를 듭니다. 주인이 미리 잔치 날짜를 알려주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우리도 항상 하늘 나라 잔치에 초대받습니다. 바로 성체성사라는 잔치에 초대받지요. 이게 정말 중요하고 정말 감사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언젠가 익숙해집니다. 매 주일에 성당에서 당연히 미사가 있으니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이라는 식으로 익숙해지지요. 저도 매일 미사를 드리는데, 어느 순간 미사를 드리는 것이 예수님의 사제직에 참여하는 감사한 순간이라기 보다, 부담스러운 일상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오늘 다시금 우리의 마음을 다잡고 우리를 위해서 큰 잔칫상을 마련하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정성껏 미사 봉헌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