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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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예수님의 대야
제목: 예수님의 대야
본문: 요한복음 13장 12-17절
본문: 요한복음 13장 12-17절
찬송: 461장 십자가를 질 수 있나
찬송: 461장 십자가를 질 수 있나
말씀의 문을 열며
말씀의 문을 열며
우리 인생은 매 순간 어떤 그릇을 손에 들고 살아갈 것인가를 선택하는 과정의 연속입니다. 주님은 우리에게 아주 특별한 상징 하나를 보여주십니다. 그것은 바로 대야입니다. 성경에는 우리 신앙의 두 갈래 길을 상징하는 두 종류의 대야가 등장합니다. 하나는 자신의 안위를 위해 손을 씻었던 빌라도의 대야이고, 다른 하나는 제자들의 발을 씻기기 위해 주님이 무릎을 굽히신 예수의 대야입니다.
우리는 흔히 본디오 빌라도를 우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성경 속의 먼 나라 인물로만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우리 삶의 자리를 정직하게 들여다보면, 예수님의 대야보다는 빌라도의 대야가 훨씬 더 가깝고 익숙하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손해를 피하고 싶어 하며, 타인의 고통에 깊이 발을 담가 내 옷을 더럽히기보다는 적당한 거리에서 내 손의 깨끗함을 유지하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인간적인 연약함과 자기보호의 본능이 우리로 하여금 예수님의 대야보다는 빌라도의 대야를 먼저 붙잡게 만듭니다.
이제 우리는 우리 내면에 깊이 뿌리박힌 이 빌라도의 모습을 먼저 정직하게 대면하고, 주님이 보여주신 참된 섬김의 길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빌라도의 대야
빌라도의 대야
우리가 먼저 조용히 들여다보아야 할 모습은 본문 이후에 곧 등장하게 될 빌라도가 들었던 그 차가운 대야입니다. 빌라도는 로마 총독으로서 예수님이 무죄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성난 군중의 소요가 두려웠고, 자신의 자리가 흔들릴까 염려되었습니다. 그는 대야를 가져와 사람들 앞에서 손을 씻으며 "나는 이 일과 상관이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거대한 갈등 속에서 자신을 보호하고 싶었던 한 인간의 비겁하지만 솔직한 선택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 빌라도의 대야는 타인의 아픔으로부터 자신을 살며시 떼어놓으려는 조심스러운 방관을 상징합니다. 우리 공동체 안에서도 이러한 마음의 유혹은 소리 없이 찾아옵니다. 지체가 남몰래 눈물 흘릴 때, 혹은 우리 모두가 함께 짊어져야 할 무거운 짐이 생겼을 때, 우리는 마음의 대야에 손을 씻으며 "그것은 내 소관이 아니다"라거나 "나는 내 몫을 다했으니 이쯤에서 물러나도 되겠지"라며 조용히 발걸음을 옮기곤 합니다. 이것은 누군가를 해치려는 악한 의도는 아닐지라도, 사랑의 온기가 스며드는 것을 막는 차가운 그림자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가 "나는 이제 나이가 많아 힘이 없다"거나 "누군가 젊고 유능한 사람이 하겠지"라고 생각하며 기도의 자리나 섬김의 현장에서 조금씩 멀어질 때,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빌라도의 대야 곁에 서 있게 됩니다. 이러한 마음들이 하나둘 모이면 공동체의 결속력은 조금씩 헐거워지고, 서로를 향한 애틋한 관심은 어느덧 메마른 의무감으로 바뀌고 맙니다. 빌라도가 손을 씻은 물은 정결함을 주는 듯 보였으나, 실제로는 진실과 사랑으로부터 자신을 차단하는 위선의 장벽이었습니다.
우리가 타인의 고통에 기꺼이 손을 담그지 못하고 뒷걸음질 칠 때, 우리 공동체의 영혼의 온도는 서서히 식어갑니다. 빌라도의 대야는 결국 우리를 고립된 평안으로 인도할 뿐이며, 주님과 깊이 연결된 생명의 관계를 가로막습니다. "나와는 상관없다"라는 그 마음의 외침이 우리 공동체의 연합을 조금씩 갉아먹고, 영적 성장을 방해하는 아쉬운 소리가 됩니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일지 몰라도, 그 대야 속의 물은 타인의 아픔을 외면한 우리의 침묵으로 흐려져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이제 내 안위만을 생각하며 공동체의 짐을 조용히 내려놓으려 했던 그 마음을 정직하게 돌아보아야 합니다. 나를 지키려는 그 조심스러운 마음이, 어쩌면 우리 공동체에 스며들어야 할 성령의 뜨거운 온기를 가로막는 작은 벽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 스스로의 내면을 조용히 살피게 됩니다. 진정한 정결은 손을 씻어 책임을 면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마음으로 그 아픔의 자리에 끝까지 머무는 인내와 사랑에 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예수님의 대야
예수님의 대야
빌라도의 차가운 대야와 대조되는 것이 바로 주님이 드신 뜨거운 사랑의 대야입니다. 오늘 본문의 배경이 되는 유월절 밤, 주님은 십자가라는 거대한 '때(hōra)'가 이르렀음을 아셨습니다. 주님은 하나님 아버지로부터 모든 권세를 위임받은 만왕의 왕이셨지만, 그 권세를 휘두르는 대신 종의 수건을 허리에 두르셨습니다. 당시 유대 사회에서 손님의 발을 씻기는 일은 유대인 노예에게도 시키지 않을 만큼 가장 비천한 종이 하던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기꺼이 무릎을 굽혀 제자들의 흙먼지 묻고 냄새나는 발을 만지셨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겸손이 아니라 세상을 이기고 어둠을 다스리는 주권적인 사랑의 능력이었습니다. 주님은 자신의 가장 높으신 권위를 가장 낮은 곳을 닦아내는 데 사용하셨습니다. 이러한 주님의 행동은 우리에게 진정한 권위가 어디서 오는지를 분명하게 가르쳐 줍니다.
이 주님의 대야는 우리 중앙교회 모든 성도를 하나로 묶어주는 강력한 연합의 도구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14절에서 "내가 주와 또는 선생이 되어 너희 발을 씻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는 것이 옳으니라" 라고 말씀하십니다.
주님의 이 대야 곁에서 우리는 누가 앞서가는 사람인지, 누가 그 뒤를 따르는 사람인지 따지는 마음을 내려놓고, 그저 주님의 사랑을 함께 입은 소중한 가족으로 서로를 마주하게 됩니다. 우리는 모두 주님께 씻김을 받아야 할 부족한 죄인들이며, 동시에 주님의 사랑으로 서로의 발을 씻겨 주어야 할 한 가족임을 믿고 따르시기 바랍니다.
15절에서 주님은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같이 너희도 행하게 하려 하여 본을 보였노라"고 말씀하십니다.
농사일로 거칠어진 서로의 손을 맞잡고, 삶의 무게로 지친 서로의 영혼을 기도로 씻어주는 것이 바로 주님이 우리에게 보여주신 삶의 본입니다. 주님은 결코 말로만 사랑을 가르치지 않으시고, 직접 대야를 들고 제자들의 발끝에 묻은 가장 더러운 것들을 닦아내심으로 그 사랑을 확증하셨습니다.
주님께서 우리의 발을 만지실 때, 그것은 우리의 수고와 아픔을 직접 만지시는 위로의 손길입니다. 우리가 서로를 향해 허리를 굽히고 낮은 자리에서 섬길 때, 우리 공동체를 어지럽히는 모든 어둠의 기운은 떠나가게 됩니다.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는 것이 옳으니라"(14b절)라는 주님의 명령은 우리가 지켜야 할 최고의 영적 질서입니다. 우리가 서로의 고단함을 닦아주고 허물을 덮어주는 섬김의 도구가 될 때, 우리 중앙교회는 비로소 성령의 능력으로 다시 부흥하는 역사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주님의 대야에 담긴 물은 우리의 메마른 영혼을 적시고 공동체의 상처를 치유하는 생명수입니다. 우리가 든 대야에 담긴 물이 주님의 보혈과 섞여 흐를 때, 우리 공동체는 세상이 줄 수 없는 참된 평안과 기쁨을 누리게 됩니다. 우리는 이제 섬김을 받는 자리에서 내려와 섬김의 도구로 쓰임 받기를 소망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예수의 마음을 품는 교회의 본질이며, 우리 교회가 다시 일어서는 유일한 길입니다.
말씀의 문을 닫으며
말씀의 문을 닫으며
이제 말씀을 맺겠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중앙교회 모든 성도 여러분,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을 많이 아는 것만으로는 우리 삶이 바뀌지 않습니다. 주님은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17절에서 "너희가 이것을 알고 행하면 복이 있으리라." 빌라도는 진리가 무엇인지 알았음에도 손을 씻으며 그 진리로부터 도망쳤지만, 주님은 우리를 살리시기 위해 기꺼이 대야의 물에 자신의 손과 마음을 담그셨습니다.
앎이 행함으로 이어지지 않는 신앙은 빌라도의 대야처럼 겉만 번지르르한 껍데기가 될 뿐입니다. 이제 우리는 우리 손에 든 대야를 과감히 바꾸어야 합니다. 나를 정당화하기 위해 손을 씻는 빌라도의 대야를 버리고, 형제를 세우기 위해 발을 씻기는 예수의 대야를 들어야 합니다.
우리가 낮아진 자리에서 서로를 섬길 때,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통해 중앙교회를 새롭게 하시고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실 것입니다. 섬김의 도구로 쓰임 받는 것이 우리 인생의 가장 큰 영광임을 기억합시다. 날마다 낮은 곳에서 주님의 본을 따르며, 하나님이 예비하신 참된 복을 풍성히 누리는 우리 중앙교회 모든 성도님들 되시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거둠의 기도
거둠의 기도
참 좋으신 아버지 하나님,
오늘 말씀을 통해 우리 삶의 중심을 정직하게 비추어 주시니 감사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빌라도처럼 내 이익과 안위만을 생각하며 공동체의 책임을 회피하고, 지체의 아픔 앞에서 손을 씻으며 무관심으로 일관해 왔음을 고백합니다. 우리의 위선과 냉담함을 용서하여 주시고, 이제는 예수님처럼 기꺼이 무릎을 굽혀 섬김의 대야를 드는 사람이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우리 중앙교회가 "예수의 마음을 품는 교회"로서 온전히 일어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직분과 연수를 떠나 우리 모두가 주님의 대야 앞에 선 한 가족임을 깊이 고백하게 하옵소서. 서로의 허물을 비판하기보다 사랑으로 닦아주게 하시고, 지체의 고단한 삶을 위로하며 함께 짐을 지는 성령 충만한 공동체가 되게 하옵소서. 우리 안에 여전히 남아 있는 갈등의 찌꺼기와 어수선한 마음은 주님의 보혈로 깨끗이 씻어 주시고, 오직 연합과 사랑의 기쁨만이 넘쳐나게 하옵소서.
고된 삶의 현장에서 땀 흘리며 수고하는 우리 성도들을 축복하여 주시옵소서. 우리가 든 대야가 나를 증명하는 도구가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을 흘려보내는 거룩한 통로가 되게 하옵소서. 이번 한 주간도 삶의 자리에서 예수님처럼 낮은 자로 살아가며, 주님이 약속하신 참된 복과 평강을 누리는 우리 모두가 되게 하옵소서. 우리를 끝까지 사랑하셔서 자신의 생명까지 내어주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