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아는 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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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를 아는 은혜

본문: 요한복음 13장 18-20절

찬송: 445장 태산을 넘어 험곡에 가도

말씀의 문을 열며

우리는 신앙생활을 하면서 종종 자기 자신에게 깊이 실망하는 순간을 마주합니다. 뜨겁게 기도하며 주님을 위해 살겠다고 다짐하지만, 현실의 작은 이익 앞에서 무너지고 누군가를 미워하며 주님의 뜻을 저버리는 우리를 봅니다. 이럴 때마다 우리는 과연 내가 주님의 자녀가 맞는지 의심하며 스스로를 정죄의 감옥에 가둡니다. 반복되는 실패와 죄책감은 우리를 영적인 무력감에 빠뜨리고, 하나님 앞에 나아갈 용기마저 앗아갑니다. 그러나 오늘 본문은 우리의 믿음이 결코 우리 자신의 결단이나 도덕적인 완벽함 위에 서 있지 않음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주님께서는 지금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는 지극히 겸손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현장에서 갑자기 배반의 어두운 그림자를 언급하십니다. 이것은 제자들을 당황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의 흔들리는 발걸음을 붙잡아줄 가장 견고한 기초가 무엇인지를 가르쳐주시기 위함입니다. 신앙의 승리는 내가 얼마나 강한가에 있지 않고, 나를 붙드시는 주님이 얼마나 신실하신가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는 오늘 말씀을 통해 나보다 나를 더 잘 아시는 주님의 은혜가 어떻게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지 깊이 묵상해야 합니다.

나의 배반보다 큰 주님의 선택

우리는 주님께서 우리의 연약함과 배반의 가능성까지 이미 다 알고 우리를 선택하셨다는 사실을 믿어야 합니다. 주님은 본문 18절에서 "내가 택한 자들이 누구인지 앎이라"고 선언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주님께서 제자들의 겉모습뿐만 아니라 그들의 깊은 내면과 미래에 저지를 실수까지도 꿰뚫어 보고 계심을 의미합니다. 주님은 가룟 유다가 발꿈치를 들고 자신을 배반할 것을 이미 알고 계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끝까지 식탁의 동료로 부르셨습니다. 이것은 인간의 배반조차도 하나님의 거대한 구원 계획을 무너뜨릴 수 없음을 보여주는 하나님 주권의 신비입니다. 주님께서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주님을 짓밟는 배신의 행위가 일어날 것을 아시면서도 끝까지 그 자리를 허락하셨습니다.
주님이 인용하신 "내 떡을 먹는 자가 내게 발꿈치를 들었다"는 시편의 말씀은 중동 문화에서 가장 친밀한 환대를 가장 비열한 모욕으로 갚는 행위를 뜻합니다. 식탁을 공유한다는 것은 생명을 공유한다는 뜻인데, 그 생명의 떡을 입에 넣으면서 동시에 주님을 짓밟으려는 발꿈치를 드는 것이 우리 인간의 실상입니다. 이것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타락한 본성의 민낯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주님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우리를 선택하셨기에 소망이 있습니다. 우리의 선택은 상황에 따라 변하고 감정에 따라 흔들리지만, 주님의 선택은 영원하며 결코 취소되지 않습니다.
주님은 우리의 완악함과 비겁함을 이미 십자가의 사랑 안에서 다 끌어안으셨습니다. 주님의 '아심'은 감시나 정죄를 위한 지식이 아니라, 우리의 밑바닥을 보고서도 여전히 우리를 품으시는 긍휼의 지식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우리가 주님을 배반하지 않을 만큼 선해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주님을 배반할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아시기에 더욱 강력하게 우리를 붙드시는 사랑입니다.
그러므로 신앙의 기초를 나의 신실함에 두지 말고, 나를 아시는 주님의 신실하심에 두어야 합니다. 내가 나를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주님은 여전히 나를 알고 계시며, 그분의 선택 안에서 우리를 끝까지 책임지십니다. 주님의 은혜는 우리의 죄보다 훨씬 더 크고 깊어서, 우리가 어둠 속으로 도망치려 할 때조차 그 어둠을 뚫고 우리를 붙잡아 식탁의 자리로 되돌려 놓습니다. 이 거대한 은혜를 깨달을 때 우리는 비로소 정죄에서 벗어나 참된 자유를 누릴 수 있습니다.

흔들림 속에서 세워지는 사명의 존엄

주님은 우리가 인생의 밤을 만나기 전 미리 말씀하심으로 우리의 믿음이 오직 그리스도라는 반석 위에 서게 하십니다. 본문 19절에서 주님은 배반의 일이 일어나기 전에 미리 말씀하신 이유가 제자들이 "내가 그인 줄 믿게 하려 함"이라고 하셨습니다. 여기서 "내가 그"라는 표현은 시간을 다스리시고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자기 선언입니다. 주님은 제자들이 겪게 될 당혹감과 배신감 너머에 하나님의 주권적인 통치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음을 확신시키십니다. 인생의 위기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닥쳐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주님께는 단 한 순간도 우연이 없습니다. 우리 삶에 예기치 못한 실패가 찾아오고 영적인 침체가 덮쳐올 때, 우리는 주님이 누구신지를 더 깊이 경험하고 신뢰하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배반을 예고하신 주님께서 곧바로 우리를 세상으로 보내시는 파송의 은혜를 선언하신다는 점입니다. 주님은 제자들이 자신을 버리고 도망칠 것을 아시면서도 그들에게 주님의 권위를 위임하셨습니다. "내가 보낸 자를 영접하는 자는 나를 영접하는 것이요"라는 20절의 말씀은 실패한 우리를 다시 존귀한 자의 자리로 복귀시키시는 선언입니다. 주님은 우리의 허물을 씻기시는 것에 멈추지 않고, 우리를 주님과 동일시하시며 세상을 향한 대리자로 삼아주셨습니다. 우리가 넘어질 것을 아시면서도 우리에게 하늘의 권세를 맡기신 것은, 우리의 어떠함이 아니라 주님의 이름이 가진 능력을 신뢰하시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그리스도인이 가진 말할 수 없는 존엄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넘어지고 발꿈치를 드는 연약한 자들이지만, 주님은 우리를 통해 세상에 하나님 아버지를 나타내기를 원하십니다. 주님은 우리를 단순한 죄인으로 남겨두지 않으시고, 하나님의 영광을 운반하는 대사로 부르셨습니다. 신앙은 내 허물을 묵상하며 자책하는 자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나를 믿어주시고 다시 보내시는 주님의 파송에 응답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주님의 보냄을 받은 자라는 정체성을 회복할 때, 우리의 일상은 단순히 생존을 위한 투쟁이 아니라 주님을 영접하게 하는 거룩한 통로가 됩니다.
우리가 주님의 파송을 받은 자임을 자각할 때 우리 삶의 모든 현장은 성소가 됩니다. 일터에서, 가정에서, 그리고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우리는 그리스도의 현존을 드러내는 사람들입니다. 비록 우리의 발걸음이 때로는 비틀거리고 우리의 손이 떨릴지라도, 우리를 보내신 분이 만왕의 왕이시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주님은 우리의 실패를 보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통해 이루실 하나님의 영광을 보고 계십니다. 이 파송의 영광이 우리의 연약함을 덮고 우리를 다시 세상으로 나아가게 하는 강력한 동력이 됩니다. 우리가 이 거룩한 직분을 수행할 때, 세상은 우리를 통해 주님을 만나고 하나님의 통치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말씀의 문을 닫으며

신앙생활의 진정한 평안은 내가 주님을 얼마나 사랑하느냐보다 주님이 나를 얼마나 정확히 알고 계시는가를 깨닫는 데서 옵니다. 주님은 우리의 배반보다 크신 분이며, 우리의 실패를 구원의 영광으로 바꾸시는 능력의 주님이십니다. 나를 아시는 주님의 선택은 결코 흔들리지 않으며, 우리를 향한 주님의 기대는 우리의 실수보다 훨씬 더 깊고 높습니다.
오늘도 주님은 발꿈치를 들고 방황하는 우리를 향해 여전히 식탁의 자리를 내어주시고 떡을 건네십니다. 그 떡을 먹으며 우리가 붙들어야 할 것은 다시는 실수하지 않겠다는 결심이 아니라, 나를 아시는 주님의 무한한 긍정입니다. 그 사랑 안에서 다시 일어서야 합니다. 우리는 실패한 자로 남지 않고 주님의 영광을 운반하는 사명자로 부름받았습니다. 우리 중앙교회 모든 성도님들 되시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거둠의 기도

참 좋으신 아버지 하나님,
오늘 말씀을 통해 우리 신앙의 뿌리가 어디에 내려져 있어야 하는지를 다시금 깨닫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우리는 늘 우리 자신의 연약함과 부족함에 매몰되어 주님의 부르심을 잊고 살 때가 많았습니다. 주님을 위해 살겠노라 고백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주님을 등졌던 우리의 완악함을 이 시간 정직하게 고백합니다.
그러나 주님은 우리의 그런 모습까지도 이미 다 아시고 우리를 선택하셨음을 믿습니다. 우리의 실패가 주님의 계획을 멈출 수 없으며, 오히려 그 아픔 속에서 주님의 영광을 보게 하시는 신비로운 은혜에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를 단순히 용서하시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시 세상을 향해 주님의 대리자로 보내시는 그 존귀한 사명을 잊지 않게 하옵소서.
우리 중앙교회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이 내가 주님의 보냄을 받은 자라는 자부심을 가지게 하옵소서. 인생의 어두운 밤이 찾아올 때 "내가 그니라" 말씀하시는 주님의 음성을 듣게 하시고, 흔들리는 믿음이 도리어 주님을 더 깊이 신뢰하는 통로가 되게 하옵소서. 우리를 아시는 주님의 은혜가 우리의 삶을 이끌어 가실 줄 믿으며, 우리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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