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품에 머물라

주일오후설교  •  Sermon  •  Submitted   •  Presented
0 ratings
· 2 views
Notes
Transcript

제목: 주님 품에 머물라

본문: 요한복음 13장 21-30절

찬송: 321장 날 대속하신 예수께

말씀의 문을 열며

오늘 이 자리는 바쁜 농사일과 분주한 일상 속에서 주님의 몸 된 교회를 묵묵히 섬겨오신 우리 제직들이 잠시 멈추어 서는 시간입니다. 우리는 때로 사명이라는 이름으로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정작 우리 영혼이 쉬어야 할 자리를 놓칠 때가 참 많습니다. 그런 우리를 위해 주님은 오늘 본문의 배경이 되는 다락방을 예비하셨습니다. 다락방은 화려하게 치장된 잔칫집이 아니라, 주님과 제자들이 가장 가까이에서 서로의 숨결을 느끼며 깊은 속마음을 나누던 따뜻한 안식처입니다.
우리 중앙교회의 제직들은 누구보다 주님을 사랑하고, 교회를 위해 열심을 내고 싶어 하는 진실한 마음을 가진 분들입니다. 그 뜨거운 진심과 헌신이 있었기에 우리 교회가 오늘까지 든든하게 서 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주님은 우리의 수고를 격려하시면서 동시에 아주 소중한 질문 하나를 우리에게 던지십니다. 우리가 주님을 위해 '무엇을 하는가'보다, 지금 우리의 마음이 '어디에 머물러 있는가'가 우리 영혼과 사명에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오늘 이 시간, 우리를 향한 주님의 세밀한 음성을 들으며 우리가 지켜야 할 진정한 제직의 자리가 어디인지를 함께 묵상하며 은혜를 나누고자 합니다.

1. 직분의 영예보다 주님과의 친밀함이 우선입니다.

우리는 흔히 가룟 유다가 예수님과 아주 멀리 떨어진 구석 자리에 앉아 눈치를 보았을 것이라 짐작하곤 합니다. 하지만 당시 유대인들의 식탁 문화를 살펴보면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유대인들은 비스듬히 누워 식사하는 습관이 있었는데, 주인인 예수님의 바로 옆자리가 가장 영예로운 상석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떡 한 조각을 적셔 바로 건네주실 수 있었다는 것은, 유다가 예수님의 바로 옆인 가장 가까운 상석에 앉아 있었음을 의미합니다. 유다는 제자 공동체 내에서 '돈궤'를 맡을 정도로 일을 처리하는 능력을 잘 갖추었을지는 모르지만, 그의 마음은 정작 주님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왜 우리는 주님과 친밀해야 합니까?
제직의 봉사는 내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이 공급하시는 힘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우리처럼 농사일로 육체가 고단한 환경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주님과 친밀하지 않은 채 일에만 몰두하면, 우리는 쉽게 지치고 작은 갈등에도 마음이 무너집니다. 주님과의 친밀함은 우리 영혼의 생명줄과 같습니다. 뿌리가 깊은 나무가 가뭄을 견디듯, 주님과 친밀한 제직만이 교회의 어려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소망을 지켜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친밀한 관계어떻게 만들고 유지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바쁜 농사일 중에도, 혹은 집안일을 하다가도 잠시 눈을 감고 "주님, 제가 지금 여기 있습니다"라고 고백하는 찰나의 기도가 시작입니다. 하루의 첫 시간을 말씀 한 구절로 시작하고, 잠들기 전 하루를 주님께 맡기는 그 작은 신앙의 습관들이 모여 주님의 품이라는 안식처를 만듭니다. 요한이 주님의 품에 의지하여 주님의 심장 소리를 들었던 것처럼, 우리도 일상의 소음을 잠시 멈추고 주님의 세밀한 음성에 귀를 기울이는 '멈춤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직분은 우리의 유능함을 증명하는 계급장이 아니라, 주님께 더 가까이 오라는 사랑의 초대장입니다. 우리가 유다처럼 교회의 일을 처리하는 기술에는 능숙해졌을지 모르나, 정작 요한처럼 주님의 마음을 읽는 영적인 친밀함을 놓치고 있다면 그것은 참으로 아픈 일입니다. 주님 품에 머물지 않는 열심은 결국 자기 의가 되고, 타인을 정죄하는 도구가 되기 쉽습니다.
우리 중앙교회의 제직들은 무엇을 하기 전에 먼저 주님 품에 머물기를 힘쓰는 예배자가 되어야 합니다. 주님과 마음이 닿아 있을 때, 비로소 우리의 헌신은 메마른 노동이 아닌 향기로운 제사가 될 수 있습니다.

2. 정성스러운 준비는 사랑에 대한 제직의 응답입니다.

오늘 본문 29절에는 유다가 밤중에 밖으로 나갈 때, 다른 제자들이 그가 예배와 명절에 쓸 물건을 사러 가거나 가난한 자들을 돕기 위해 나간다고 생각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짧은 기록은 제자들 공동체 안에서 '미리 준비하고 섬기는 일'이 얼마나 소중하고 당연한 일상의 경건이었는지를 보여줍니다. 제자들에게 예배를 위한 준비는 단순히 해야만 하는 숙제가 아니라, 주님을 향한 가장 정중한 예의이자 사랑의 표현이었습니다.
과거 솔로몬 성전 앞에는 제사장들이 제사를 드리기 전 온몸을 씻는 거대한 물두멍이 있었습니다. 제사장들이 그곳에서 몸을 씻은 것은 단순히 위생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거룩한 하나님 앞에 서기 전, 일상의 삶을 돌아보고 회개하며 예배로 들어가는 영적 준비였습니다. 우리 제직들이 성전 문을 들어서기 전, 물두멍 앞에서 자신을 비춰보듯 우리 제직들이 예배 위원으로 서기 전 입을 옷을 정돈하고 기도의 내용을 미리 묵상하는 시간은 바로 우리 자신을 씻는 거룩한 물두멍의 시간입니다.
사실 우리가 하나님을 향한 뜨거운 열심을 가지고 있다 보면, 때로는 그 열정이 너무 앞서서 함께 예배드리는 공동체를 향한 세심한 배려를 놓칠 때가 있습니다. 실제 김제연정교회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평소 기도를 참 은혜롭게 잘하시던 한 장로님이 계셨습니다. 언제나 무슨 기도를 대표로 하든 그 기도가 짧지도 길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한번은 농사일로 모두가 몹시 지쳐있던 농번기 철에 대표기도를 맡으셨습니다. 그런데 그날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장로님의 기도가 무려 11분이나 이어졌습니다. 마치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성경 전체를 훑는 듯한 그 간절하고 긴 기도가 이어지는 동안, 몸이 고단했던 성가대원들과 반주자까지도 그만 고개를 떨구고 잠이 들어버리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후에 사람들은 그 기도가 너무나 은혜로워 "주께서 사랑하시는 자에게 잠을 주신다"는 시편 127편 2절 말씀이 그대로 이루어진 것 같다고 농담처럼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장로님의 기도는 분명 하나님을 향한 깊은 진심이었겠지만, "하나님은 무질서의 하나님이 아니시요 오직 화평의 하나님이시니라" (고전 14:33)는 말씀을 기억해야 합니다. 모든 것을 "품위 있게 하고 질서 있게 하라" (고전 14:40)는 권면은 하나님을 향한 정성이자 성도를 향한 사랑의 배레이기도 합니다.
기도는 길어야만 정성인 것이 아닙니다. (신학교에 설교를 하러 오신 목사님들이 자주 하는 농담 중 하나가 스데반이 왜 죽었는지 아느냐는 질문입니다.) 오히려 예배 전체를 품에 안고 성도들의 마음을 하나님께로 이끌 가장 적절한 언어를 고민하는 그 준비의 시간이 주님이 받으시는 더 큰 정성입니다.
그러므로 기도를 준비하실 때 모든 내용을 다 적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기도의 굵직한 맥락만큼은 정성껏 정리해 보시기를 권면합니다. 기도를 시작하며 먼저 이 예배가 오직 하나님께만 영광이 되게 해달라고 빌어주십시오. 그리고 예배드리는 성도님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은혜를 사모하는 예배자가 되도록, 또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하는 설교자와 주일 오전의 성가대, 오후의 특송팀을 위해 구체적으로 축복하며 기도의 다리를 놓아주십시오. 이러한 정성스러운 준비가 있을 때, 우리의 기도는 성도들의 심령을 하나님께로 이끌어가는 거룩한 통로가 될 것입니다.

말씀의 문을 닫으며

이제 말씀을 맺겠습니다.
사랑하는 중앙교회 제직 여러분, 오늘 본문은 유다가 밖으로 나갔을 때 "밤이러라"는 짧고도 무거운 문장으로 끝을 맺습니다. 주님의 품을 떠난 영혼에게는 아무리 화려한 직분이 있어도 어둠이 찾아옵니다. 그러나 주님의 품 안을 사모하며 그 곁에 머물기를 힘쓰는 우리에게는 소망의 빛이 가득할 것입니다.
2026년 헌신을 다짐하는 우리는 이제 일하는 제직이기 전에, 정성스러운 예배자로 서기를 다짐해야 합니다. 우리가 주님 품에 머물며 기도로 예배를 준비하고, 삶의 자리에서 물두멍의 영성을 지켜낼 때 하나님은 우리를 통해 참으로 기뻐하실 것입니다. 우리 중앙교회가 어떤 화려한 결과나 세상적인 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오직 하나님 한 분만을 온전히 기쁘시게 해드리는 복된 공동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제직의 자리는 고된 짐이 아니라 주님과 가장 가까이서 동행하는 특권입니다. 주님의 품 안에서 참된 안식을 누리며, 정성껏 준비된 예배자로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여러분이 되십시오. 그럴 때 우리 중앙교회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교회, 하나님을 진심으로 즐겁게 해드리는 아름다운 공동체로 서게 될 것입니다. 주님의 품 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며 사명 감당하는 우리 중앙교회 모든 제직과 성도님들 되시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거둠의 기도

참 좋으신 아버지 하나님,
오늘 제직헌신예배를 통해 우리를 부르신 주님의 따뜻한 음성을 듣게 하시니 참으로 감사합니다.
교회를 위해 땀 흘려 수고해온 우리 제직들의 모든 손길을 주님께서 친히 기억하여 주시고, 무엇보다 이들의 영혼이 주님의 따뜻한 품 안에서 참된 안식과 위로를 얻게 하여 주옵소서. 직분의 자리가 주는 익숙함에 젖어 마음이 멀어지지 않게 하시고, 날마다 주님의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친밀함의 자리로 나아가는 참된 제직들이 되게 하옵소서.
특별히 예배 위원으로 부름받은 종들의 입술에 기도의 영을 허락하여 주시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내 생각이나 습관적인 말이 아니라, 성령께서 주장하시는 하늘의 언어를 담아내게 하옵소서. 예배가 하나님께 영광이 되게 하시고, 예배드리는 성도들이 은혜의 자리를 지키게 하옵소서. 설교자와 찬양대를 위해 간절히 빌며, 모든 예배의 순서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질서 속에서 드려지게 하옵소서.
예배를 위해 복장을 정돈하고 기도의 맥락을 짚어보는 모든 과정이 주님 앞에 자신을 씻는 거룩한 물두멍의 시간이 되게 하옵소서. 우리 중앙교회가 어떤 성과보다 오직 하나님만을 기쁘시게 하는 거룩한 공동체 되게 하실 줄 믿사오며, 우리를 끝까지 사랑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Related Media
See more
Related Sermons
See more
Earn an accredited degree from Redemption Seminary with Log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