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하고 신실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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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진실하고 신실하게
제목: 진실하고 신실하게
본문: 이사야 49장 1-7절
본문: 이사야 49장 1-7절
찬송: 321장
찬송: 321장
서론: 도초의 거친 손마디에 깃든 하나님의 흔적
서론: 도초의 거친 손마디에 깃든 하나님의 흔적
주님의 평화가 우리 도초 중앙교회 모든 성도님과 이 땅 위에 가득하기를 축복합니다.
오늘은 주님이 이 땅의 빛으로 나타나신 주현절 둘째 주일입니다. 예배를 시작하면 예배를 마치고 나갈 때 이야기를 하자니 조금 어색합니다.
예배를 마치고 나갈 때 우리 성도님들과 손을 잡으면, 제 손에 전해지는 특별한 느낌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제 마음속에 깊은 존경과 뭉클함이 올라오게 합니다. 도초에서 밭을 일구고, 사계절 뙤약볕 아래서 자식들을 키워낸 그 단단하고 거친 손마디입니다. 굳은살이 박이고 마디가 굵어진 그 손, 세월의 풍파에 깊게 패인 주름들을 봅니다. 어떤 분들은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굽은 등과 떨리는 손을 보며 "이제 나도 다 되었구나. 평생 고생하며 일했는데 남은 것은 아픈 몸뿐이네"라고 쓸쓸해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마을 어귀에서 인사를 나누던 분들이 한 분 두 분 요양병원으로 가시고, 빈집이 늘어가는 것을 보며 "결국 우리 지역도, 내 인생도 이렇게 줄어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이 우리 마음의 안개처럼 깔려 있습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여러분, 오늘 성경은 바로 그 '사라짐의 두려움' 앞에 서 있는 우리에게, 결코 변하지 않는 '진실하고 신실하신 하나님'의 약속을 들려줍니다.
우리의 가치는
우리의 가치는
오늘 본문 이사야 49장은 '종의 노래'라고 불리는 아주 귀한 말씀입니다. 바벨론 포로로 잡혀가 "우리는 이제 끝났다"라고 절망하던 이스라엘에게 주신 위로의 말씀입니다. 하나님은 오늘 본문 1절에서 우리에게 놀라운 사실을 알려주십니다. "여호와께서 태에서부터 나를 부르셨고 내 어머니의 복중에서부터 내 이름을 기억하셨으며."
우리는 우연히 이 멀고 먼 섬 도초에 태어나 평생 고생만 하다가 소리 없이 사라지는 존재가 결코 아닙니다. 세상 사람들은 이곳을 육지에서 떨어진 외로운 섬이라 부를지 모르지만, 하나님께 이곳은가장 소중한 종들을 심어두신 거룩한 땅입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어머니 뱃속에서 생명의 기운을 얻기도 전부터, 아니 이 세상이 만들어지기도 전부터 여러분의 이름을 알고 계셨고, 바로 이 도초의 흙을 맡기시려고 여러분을 지명하여 부르셨습니다.
"내 이름을 기억하셨다"는 것은 우리가 무언가 훌륭한 업적을 쌓기 전부터 이미 하나님의 특별한 사랑 안에 있었다는 뜻입니다. 여러분이 농사지어 큰돈을 벌었기 때문이 아니라, 혹은 자녀들을 세상에서 잘나가게 키웠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우리 자신'이기 때문에 사랑하신다는 것입니다. 3절에 보면 하나님은 우리를 향해 "너는 나의 종이요 내 영광을 네 속에 나타낼 이스라엘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 성도님들 한 분 한 분의 인생 속에 하나님의 영광이 깃들어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얼마나 많은 마지기의 농사를 지었는지, 쌀 가마니가 얼마나 나왔는지로 가을의 추수로 내 인생의 성적표를 매기려 합니다. 세상의 눈은 언제나 '얼마나 수확했
느냐', '얼마나 쓸모가 있느냐'를 가지고 사람의 가치를 매깁니다. 기력이 떨어져 일을 못 하게 되면 "이제 나는 아무 가치도 없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세상의 매정한 논리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다르게 말씀하십니다. 고린도전서 1장 2절 말씀처럼, 우리가 거룩한 '성도'라 불리는 이유는 우리가 완벽하거나 능력이 많아서가 아니라, 하나님이 우리를 하나님의 것으로 '불러주셨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굽은 손마디는 인생의 실패나 고생의 흔적이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님이 맡기신 이 도초의 땅을 묵묵히 지켜내고, 기도로 자녀들을 길러낸 '신실한 종'의 훈장입니다.
지금 우리 육신이 약해져 밭에 나가지 못하고 방 안에 앉아 계실지라도, 여러분의 존재 자체가 이미 하나님의 영광을 담은 보배로운 그릇입니다. 하나님은 우리 성도님들의 그 거친 손을 잡으시며 "고생했다, 나의 신실한 종아. 나는 여전히 너를 귀하게 여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의 가치는 우리가 '하는 일'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부르신 '하나님의 사랑'에 있습니다.
"인생이 텅 빈 것 같다"는 마음의 우상
"인생이 텅 빈 것 같다"는 마음의 우상
하지만 우리 마음에는 여전히 찬바람이 붑니다. 평생 땀 흘려 일했어도 몸은 병들고, 마을은 적막해지니 허무함이 밀려옵니다. 본문 4절에서 이사야 선지자도 우리의 속마음 같은 고백을 합니다. "내가 말하기를 내가 헛되이 수고하였으며 무익하게 공연히 내 힘을 다하였다 하였도다."
히브리어로 '헛되이'라는 말은 '리크(לְרִיק)'라고 하는데, 이는 알곡이 없는 '텅 빈 쭉정이'를 뜻합니다. 인생의 황혼기에 "내 손에 쥔 것이 아무것도 없구나, 내 인생 농사는 쭉정이였나"라고 탄식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왜 이렇게 불안해할까요? 그것은 우리가 하나님보다 '나의 건강, 나의 능력, 나의 업적'을 더 의지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해마다 늘어가는 나이를 두려워하고, 예전 같지 않은 체력에 서글퍼하며, 주변의 것들이 줄어드는 것에 예민해지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우리 마음 깊은 곳에 '내 힘으로 일궈야 산다'이라는 고집이 견고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평생 땅 일구며 살아오신 우리에게 '일'은 곧 '나 자신'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내 몸에 기운이 빠지는 것을 보며 마치 내 인생의 가치도 함께 빠져나가는 것처럼 느끼게 됩니다. 곁을 지키던 이웃들이 떠나고 마을이 적막해질 때마다, 내 존재의 흔적조차 이 섬에서 영영 사라져 버릴 것 같은 공포에 휩싸이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이제 무슨 쓸모가 있느냐"는 사단의 거짓말에 속지 마십시오. 내 힘으로 인생을 채우려던 노력이 한계에 부딪히는 그 자리가, 역설적으로 우리를 채우시는 하나님을 가장 선명하게 만날 수 있는 축복의 자리입니다. "지옥은 선한 의도로 포장되어 있다"는 격언처럼, 자식을 키우고 땅을 일구려던 선한 의도조차 하나님보다 앞서 내 가치를 증명하는 도구가 되면 평안 대신 무거운 짐이 됩니다. 내 건강이나 성실함으로 삶을 지탱하려 하면 세월의 흐름 앞에 결코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우리가 약해지는 이 시간은 버려지는 시간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만이 우리의 참된 힘이심을 배우게 하시는 거룩한 초대장입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위해 '텅 비워지신' 참된 종
예수님은 우리를 위해 '텅 비워지신' 참된 종
이 절망의 자리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어린 양"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세례 요한이 외쳤던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이로다"라는 말씀이 바로 우리의 답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참되고 더 나은 종(True and Better Servant)’ 예수 그리스도를 발견합니다. 예수님은 본래 하늘의 모든 영광을 가지신 분이셨으나, 우리를 위해 스스로를 완전히 '비우기로' 작정하셨습니다. 오늘 본문 7절 말씀처럼, 예수님은 우리 대신 "사람에게 멸시를 당하는 자", "백성에게 미움을 받는 자”, "관원들에게 종이 된 자"가 되셨습니다.
우리는 평생을 바쳐 일군 내 인생이 줄어들까 봐, 혹은 내가 세상을 떠나면 내 이름조차 이 섬에서 잊힐까 봐 평생을 전전긍긍하며 삽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십자가 위에서 자신의 물과 피를 한 방울도 남김없이 다 쏟아내셨습니다. 그분은 진실로 우리 대신 완전히 ‘텅 빈(riq)’ 상태가 되기를 자처하셨습니다. 예수님이 십자가 위에서 가장 비참하고 무기력하게 죽음을 맞이하셨을 때, 그 현장의 사람들은 입을 모아 “저 인생은 결국 실패였다, 헛수고였다”라며 비웃고 조롱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 ‘실패해 보이는 처절한 죽음’을 세상의 그 무엇보다 밝은 “이방의 빛”으로 바꾸셨습니다(사 49:6). 주님의 철저한 비워짐이 곧 우리의 영원한 채워짐이 된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여러분들께서 겪고 계신 노년의 쇠약함,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육신의 고통, 그리고 내 존재가 조금씩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그 깊은 공포를 예수님이 이미 십자가에서 온몸으로 겪으셨음을 믿으시기 바랍니다.
그분이 우리를 위해 가장 낮은 자리에서 멸시를 당하고 철저히 ‘텅 비워지셨기에’, 이제 우리는 그 빈자리를 하나님의 변함없는 은혜로 ‘꽉 채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인생의 가을에 느끼는 그 형언할 수 없는 허전함과 쓸쓸함을 주님은 당신의 몸으로 다 받아내셨습니다. 예수님은 단순히 우리를 위로하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의 비참함을 당신의 영광과 맞바꾸신 진실하고 참된 종이십니다.
신실하신 하나님이 우리를 끝까지 견고하게
신실하신 하나님이 우리를 끝까지 견고하게
이제 우리는 사라지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사야 49장 5절 은 말씀합니다. "야곡을 그에게로 돌아오게 하시는 이시니... 나의 하나님은 나의 힘이 되셨도다." 고린도전서 1장 9절도 약속합니다. "너희를 불러... 교제하게 하시는 하나님은 미쁘시도다(신실하시도다)."
‘미쁘시다’는 말은 헬라어로 ‘피스토스’라고 하는데, 이는 바람이 불어도 비가 내려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 바위 같은 ‘믿음직함’과 ‘변함없음’을 뜻합니다. 우리의 계절은 봄에 심고 가을에 거두면 그만이지만,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신실함은 유통기한이 없는 영원한 것입니다. 혹시 여러분의 몸이 예전 같지 않아 서글픈 마음이 드십니까? 그것은 인생이 서서히 소멸해가는 과정이 아니라, 비로소 ‘내 힘’이 빠진 그 빈자리에 ‘하나님의 전능하신 팔’이 틈 없이 채워지는 신비로운 은혜의 과정입니다. 내가 강할 때는 내 힘을 의지했지만, 내가 약해질 때 우리는 비로소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온전히 맛보게 됩니다.
"우리가 시간 속에서 짜는 것을 영원 속에서 입게 된다"는 말처럼, 여러분이 기도의 자리를 지키며 흘린 눈물과 정직한 수고는 결코 헛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영원한 하늘나라의 옷감으로 정교하게 짜이고 있습니다. 한 줄의 기도가 실이 되고, 한 번의 인내가 무늬가 되어, 하나님은 여러분을 위해 세상 어떤 왕도 입어보지 못한 가장 영광스러운 옷을 준비하고 계십니다.
나아가 여러분이 더 이상 밭에 나갈 기력이 없어 방 안에 누워 조용히 기도하실 때, 여러분의 사역은 중단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때 여러분은 하나님의 가장 비밀스러운 병기인 '기도의 파수꾼'으로 부름받은 것입니다. 하나님은 누워 계신 여러분의 그 간절한 기도를 통해 "땅 끝까지 구원을 베푸시는" 위대한 역사를 지금도 행하고 계십니다. 여러분의 기도가 도초를 넘어 자녀들의 삶으로, 그리고 땅끝까지 흘러가고 있음을 잊지 마십시오.
결론: 영원한 소망으로의 초대
결론: 영원한 소망으로의 초대
이제 말씀을 맺겠습니다. 인생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품으로 돌아가는 거룩한 과정입니다. 우리가 악수하며 나누었던 그 거친 손마디는 여러분이 하나님의 땅을 얼마나 신실하게 지켰는지를 보여주는 영광스러운 훈장입니다.
"참으로 나에 대한 판단이 여호와께 있고 나의 보응이 나의 하나님께 있느니라"는 이사야 선지자의 고백이 오늘 여러분의 굳건한 확신이 되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모든 수고를 하나님이 기억하시고, 그분이 직접 여러분의 인생을 평가하시며 가장 좋은 것으로 갚아주실 것입니다.
사랑하는 우리 중앙교회 성도 여러분, 여러분의 이름은 여전히 하나님의 손바닥에 새겨져 있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소금의 짠맛처럼, 하나님의 사랑은 여러분의 인생 끝날까지 여러분을 결코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진실하고 신실하신 하나님께서 여러분의 남은 생애를 가장 영화로운 길로 인도하실 것입니다. 그 미쁘신 하나님을 힘입어 오늘도 세상 속에서 당당히 승리하십시오.
주께서 여러분을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날에 책망할 것이 없는 자로 끝까지 견고하게" 하실 것입니다(고전 1:8). 오늘도 그 은혜 안에서 진실하게, 그리고 소망차게 살아가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거둠의 기도
거둠의 기도
참 좋으신 아버지 하나님,
오늘 이사야의 말씀을 통해 우리를 태에서부터 부르시고 이름을 기억하신 신실하신 사랑을 깨닫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세월이 흘러 기력이 쇠하고 마을의 자리가 비어갈 때마다 저희 마음속에 찾아오는 허무함과 사라짐의 공포를 주님 앞에 정직하게 내려놓습니다.
우리 대신 텅 비워지신 하나님의 어린 양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봅니다. 우리가 약해지는 그 빈자리가 도리어 주님의 은혜로 꽉 채워지는 축복의 자리가 되게 하소서. 평생 흙을 만져온 성도들의 거친 손마디를 주님께서 영광스러운 훈장으로 귀히 여겨주시고, 남은 생애 동안 도초 땅과 자녀들을 위한 기도의 파수꾼으로 우리를 든든히 세워 주시옵소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다시 오실 그날까지 우리를 끝까지 견고하게 붙들어 주실 미쁘신 하나님만 신뢰합니다. 오늘도 우리 인생의 힘이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