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서 성령님. 새로 나게 하소서. 오늘 복음을 보면 병이 나은 두 사람이 등장합니다. 열두 해 동안 하혈하는 병이 나은 여인과 회당장 야이로의 딸이지요. 그런데 복음을 묵상하면서 병이 나은 사람보다는 그 주변 사람들에 눈이 갔습니다. 특별히 예수님의 제자들에 눈이 갔습니다.
제자들의 입장이 되었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수많은 군중이 모여 있고 예수님과 함께 그 틈새를 비집고 지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예수님께서 갑자기 말씀하십니다. “누가 내 옷에 손을 대었느냐?” 제자들은 어떻게 답했습니까. 성경에 보면 반문했다고 나옵니다. “이렇게 군중이 스승님을 밀쳐 대는데, 누가 손을 대었냐고 물으십니까?”라고 반문했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지 잘 모르고 있는 것입니다. 전에도 예수님께서 병자들을 고쳐 주신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예수님께서 병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직접 만나셨을 때입니다. 이렇게 예수님께 손만 대어도 치유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몰랐습니다. 다시 말해 예수님께서 하느님이심을, 정말 하느님다운 능력으로 가득 차 계시다는 것을 몰랐지요.
그러나 제자들도 보았습니다. 예수님께 손만 대어도 하혈하는 여인이 병이 낫는 것을 두 눈으로 보았습니다. 제자들의 믿음이 한발짝 더 나아가는 순간입니다.
우리도 그럴 때가 있습니다. 나에게 예수님의 기적이 직접 일어나면 좋겠지요. 물론 그런 일도 있지만, 내 주변에서 그런 기적이 일어나는 것을 봅니다. 누군가 정말 깊이 회개하고 오랫동안 했던 냉담을 풀기도 하고, 누군가 정말 하느님을 필요로 해서 세례를 받기도 하고, 누군가는 깊은 기도 속에서 하느님을 만나기도 하지요.
저도 그렇습니다. 저에게 직접 기적이 일어나면 좋겠지만, 그보다는 신자분들을 통해서, 또 우리 애들을 통해서 하느님의 능력을 간접적으로 볼 때가 있습니다. 예컨대 아이들이 신앙적으로 변화하고 성장하는 것을 볼 때, 하느님께서 이 아이들 안에서 활동하신다는 것을 느낍니다. 어쩌면 오늘 복음 속 제자들과 비슷한 모습이겠습니다.
그런 것을 볼 때마다 내가 아니어도, 우리라는 공동체 안에서 계속해서 활동하시는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우리의 믿음을 더욱 키워 나가면 좋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