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는 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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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본문 : 시편 40:5(구약 831쪽)
설교제목 : 기억하는 신앙
5 여호와 나의 하나님이여 주께서 행하신 기적이 많고
우리를 향하신 주의 생각도 많아 누구도 주와 견줄
수가 없나이다 내가 널리 알려 말하고자 하나
너무 많아 그 수를 셀 수도 없나이다
반갑습니다.
새해에 풍성한 주님의 은혜를 누리시길 받으시길 바랍니다.
언젠가 보았던 미국에서 만든 영화입니다. 2001년도에 개봉을 했으니 무려 25년 전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내용이 재밌지는 않았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 영화를 보면 참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영화의 반전도 상당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오래된 영화이니 반전까지 포함해서 간단하게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주인공은 아내의 살인범을 찾아 복수하기를 원합니다. 그런데 주인공은 단기 기억상실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억을 10분 이상 유지하지 못합니다. 기억을 유지하기 위해 주인공은 정보를 이곳저곳에 암호처럼 기록합니다. 몸에 문신을 새기고 주변 사물에 메모를 하면서 아내의 복수를 실행에 옮기고자 합니다.
그렇게 흔들리는 기억 속에서 주인공과 함께 기억을 더듬어 가는 관객인 우리는 뜻밖의 진실과 만나게 됩니다. 사실 주인공의 아내를 죽인 것은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주인공 자신이었습니다. 그가 단기 기억상실증을 앎음으로 인해서 생긴 문제였습니다. 주인공이 그의 아내에게 인슐린 주사를 놓아주어야 했는데요. 그것을 10분마다 잊어버리는 기억 때문에 너무 과도하게 인슐린 주사를 놓아주는 바람에 아내가 사망하게 된 것입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기억이라는 것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지탱하고 얼마나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는지 말입니다. 어쩌면 기억이 사라진다는 것이 얼마나 우리의 삶을 위태롭게 하고 무섭게 작용하는지를 말입니다.
저는 이것이 우리의 신앙생활에도 동일하다는 생각을 하는데요. 제가 생각할 때 우리가 지금까지 신앙생활을 이어 오고 있는 것도 이 기억의 영향 때문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과거부터 지금까지 신앙생활을 이어 올 수 있는 것은요. 우리가 하나님에 관해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저는 오늘 시편의 말씀을 살피면서요. 이를 또한 확인하게 되는데요. 시은은 자신이 살면서,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베풀어주신 은혜가 많음을 고백합니다. 달리 말하면 이는 시인의 기도에 하나님이 응답해주셨던 경험을 얘기하는데요. 그것이 오늘 우리가 읽은 시편 구절의 내용이에요. 그리고 시인은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자신이 어려운 처지에 있음을 호소하면서요. 하나님께 도움을 구하고 있어요.
이렇게 오늘 시편은 시인이 과거를 통해 기억하는 하나님의 은혜로 말미암아서요. 현재에도 또는 미래에도 하나님께서 은혜 베풀어주실 것을 기도하고 있는데요. 결국 시인의 신앙의 원천이 이 기억에 있음을 알 수 있어요. 만약 시인이 하나님께 받은 은혜를 기억하지 못했다면요. 시인은 하나님께 도움을 구하지도 못했을 거라 생각해보는데요. 이를 통해서 저는 깨닫게 되는 거예요. 아! 기억이 신앙생활을 유지하는 것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구나 하고 말이죠.
그리고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사실은 기억이라는 것이 신앙생활뿐만 아니라요. 아마도 우리의 삶의 모든 것을 지탱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돼요.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는데요. 만약에 내 머리 속에서 모든 기억이 사라진다면, 어떨까요? 여기가 어딘지, 내가 누군지, 심지어 내 이름은 무엇인지 아무것도 알 수 없게 된다고 하면, 어떨까요?
이런 생각을 할 때, 이렇게 구분해서 생각해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은데요. 기억이 사라지는 것을 생각하면요. 문득 알츠하이머 또는 치매라는 것을 바로 떠올릴지 모르겠는데요. 저는 그것과는 좀 구분해서 생각해 보았으면 해요. 왜냐하면, 보통 알츠하이머나 치매는 대체로는 스스로가 그와 같은 상태라는 것을 잘 모르고 있잖아요. 우리가 종종 기억력이 떨어지면 내가 치매가 오나 걱정하시는 분들이 계신데요. 그런 걱정을 하고 있는 단계는 그래도 상황이 좋은 편이지요. 실상 치매에 오면 내가 기억을 잃었다는 것조차 모르는 상태가 되니까요.
그래서 기억을 잃는다는 것은 치매와는 다르게 생각을 해볼 수 있겠어요. 치매는 기억을 잃었다는 사실 조차 모르지만요. 기억을 잃는 것은 자신에게 기억이 사라졌다는 것을 분명이 알고 있는 상태니까요. 그런 상태를 놓고 생각해보면요. 갑자기 모든 기억들이 사라졌면 참으로 막막함과 더불어서 불안감이 밀려들지 않겠어요. 제가 예전에 기억이 순간 사라져서 당황한 적이 있었는데요. 제가 여기 신황등교회에 오고서요. 새벽에 이렇게 기도회를 인도하고서 집에 가는데요. 갑자기 집 비밀번호가 생각아 안나요. 몇번 누르다가 계속 틀렸다고 나와서 당황해 하고 있는데요.
문득 오래전에 휴대전화에 메모해 놓은 것이 생각났어요. 집 비밀번호를 교회에서 처음 받은 번호 그대로 변경을 하지 않아서 기록해둔 것이 있었는데요. 부랴부랴 그것을 찾아서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에 들어간 적이 있었어요. 작은 소동에 불과한 일이었지만요. 이러한 상태가 계속되었다면 어땠을까요? 가령 매일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날 때마다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말이죠. 과연 우리는 온전한 삶을 살아갈 수나 있을까요?
이렇게 보면, 우리의 삶에서 기억이라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어쩌면, 어제의 기억이 오늘을 만들어간다고도 할 수 있을 거예요. 왜냐하면, 기억을 통해서, 우리는 방향을 정하고 앞으로 나갈 수 있거든요. 또 상상해 보는 거예요. 미로를 통과하는데요. 분명 출구가 있어요. 그런데, 지나갔던 길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면, 어디로 나아가야할지 어떻게 벗어나야할지 전혀 알 수가 없는 것이죠. 이처럼 기억할 수 있음을 통해서 우리는 오늘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것이죠.
한편 기억이라는 것이 인간을 위대하게 만든다는 생각도 해봐요. 우리가 이른바 만물의 영장이 되었고요. 또 지금과 같은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었던 까닭도 이 기억의 산물이라는 생각을 해요. 우리는 그것을 교육이라는 것을 통해서 전수해 왔어요. 예를 들면, 동굴에서 살던 인간이 농사를 짓게 되었고요. 기계를 만들게 되었어요. 그것은 과거에 기억을 후대에 전수했기 때문에 이룩한 성과였죠.
이처럼, 기억이라는 것이 인간의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데요. 그것은 앞서 말했던 것과 같이 신앙생활에서도 중요하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인간의 삶을 유지하는 것에 있어서 기억이 반드시 필요했던 것처럼, 신앙생활을 유지하는 것에도 기억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만약, 우리에게 하나님에 관한 모든 이야기와 기억들이 사라진다면 어떨까요? 여전히 우리는 신앙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불가능한 일일 거예요.
오늘 시편의 시인처럼, 하나님을 경험한 일들이 내 안에 쌓이고 쌓여서, 신앙생활을 하게 되는 것이거든요. 그와 같은 경험 없는 신앙생활을 생각해 보세요. 그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될 거예요. 그건 마치 아무런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돌이나, 금속 따위에 새겨진 우상들에게 비는 행위처럼, 우스꽝스럽고 어리석은 일이 될 거예요. 그것은 그저 맹목적인 종교행위에 불과할 뿐인 것이죠.
그래서 하나님을 경험하는 일들이 중요한데요. 저는 오늘 이곳에 계신 성도님들께서는 과거에 어떤 방식으로든 하나님을 경험하셨을 것이라 생각해요. 그렇지 않고서 신앙생활을 시작하긴 쉽지 않을 테니까요. 그러니 오늘 우리는 하나님을 경험한 그 기억들을 잊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어요. 그 기억을 통해서 우리는 신앙생활을 유지할 수 있고요. 그 기억을 통해서 우리는 여전히 하나님을 믿고 의지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한편으로 하나님에 관한 우리의 기억들이 우리의 신앙생활을 위대하게 만들어간다는 생각을 해보게 돼요.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이후로 무려 200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어요. 우리는 그 오랜 역사의 기억 속에서 이 신앙을 지키고 있어요. 그와 같은 기억의 무게 속에서 기독교 신앙은 얼마나 견고해지고, 풍성해졌는지 몰라요. 오래된 나무를 보신 적이 있나요? 그 오래된 나무들이 내뿜는 위엄은 참으로 대단한 것이지요.
오늘 우리 성도님들은 하나님에 관한 무슨 기억을 가지고 계신가요? 저는 그 기억이 우리의 신앙생활을 견고하게 하고, 위대하게 만들어줄 것을 기대해 봅니다. 그리하여 바라기로는 2026년을 통해서도 하나님과 좋은 기억을 만들어 가시길 바래봅니다. 앞으로의 신앙생활을 힘있게 해나가는 소중한 기억을 만들어 가시길 간절히 간절히 축원합니다.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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