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의 주재

사도행전 강해  •  Sermon  •  Submitted   •  Presen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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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천지의 주재

본문: 사도행전 17장 22-25절

찬송: 210장

말씀의 문을 열며

오늘 우리는 사도 바울이 그리스 아덴의 아레오바고 언덕 위에서 선포한 장엄한 말씀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당시 아덴은 온 세상의 지혜와 철학이 모여드는 지성의 중심지였으나, 영적으로는 수만 개의 우상 앞에 무릎을 꿇은 칠흑 같은 어둠의 도시였습니다. 그곳 사람들은 지적으로는 화려했고 논리적으로는 치밀했으나, 마음속 깊은 곳에는 늘 정체를 알 수 없는 근원적인 불안함이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혹시라도 자신들이 놓친 신이 있을까 두려워하며 '알지 못하는 신에게'라고 새긴 제단까지 만들 만큼, 그들의 종교심은 곧 해결되지 않는 영적인 갈급함의 표현이었습니다.
바울은 그들의 이러한 막연한 불안함과 종교심을 복음의 결정적인 연결점으로 삼았습니다. 그들이 알지도 못하고 위하던 그 '알지 못하는 신'이 실상은 온 우주를 지으시고 지금도 다스리시는 유일한 참 하나님이심을 담대히 선포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우리 역시 수십 년간 신앙생활을 해오면서도 하나님을 우리만의 좁은 편견이나 차가운 예배당 건물 안에만 가두어 두고 있지는 않은지 이 시간 진지하게 돌아보아야 합니다. 오늘 선포되는 말씀을 통하여 천지의 주재이신 하나님의 크심을 새롭게 발견하고, 그분 안에서 참된 자유를 누리는 은혜가 우리 중앙교회 모든 성도님들께 충만히 임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만물의 참된 주인

본문 24절의 말씀대로 우주와 그 가운데 있는 만물을 지으신 하나님은 모든 만물의 유일하고 영원한 소유자이시며, 오늘날 우리의 삶 전체를 친히 다스리시는 주인이십니다. 우선 우리는 하나님이 만물을 직접 빚으신 근본적인 창조주이심을 기억해야 합니다. 바울이 아덴 사람들 앞에서 선포한 하나님은 사람들이 돌을 깎거나 금속을 녹여서 만든 수동적인 우상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은 인간을 창조하셨을 뿐만 아니라, 인간이 우상을 만드는 데 사용한 나무와 흙, 금과 은조차도 무(無)에서 유(有)로 창조하신 근원적인 분입니다. 본문 24절에서 바울은 이 하나님을 가리켜 '천지의 주재'라고 불렀습니다. 여기서 '주재'라는 말은 헬라어로 '퀴리오스'이며, 이는 우리가 평소 고백하는 '주님' 즉 '주인'을 의미합니다. 이 고백은 세상의 모든 것이 우연히 생겨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철저한 설계와 목적 아래 존재하게 되었음을 뜻합니다.
이러한 하나님의 주권은 곧 우리 삶에 대한 완전한 소유권과 통치권을 의미합니다. 주인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이름만 빌려주는 명예직이 아니라, 그 대상에 대한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으며 그 용도를 결정할 권리가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농사를 지을 때 사용하는 작은 호미나 낫 하나도 그것이 내 것이기에 내가 원하는 곳에 보관하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쓸 수 있습니다. 만약 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다면 저는 그 도구의 진정한 주인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천지의 주인이시라는 고백은, 이 세상의 모든 산천초목과 우리가 피땀 흘려 일구는 논밭, 심지어 우리 자신의 생명까지도 전적으로 하나님의 소유이며 오직 하나님의 뜻대로 통치된다는 위대한 신앙의 선포입니다.
또한 하나님은 우리에게 모든 것을 아낌없이 공급하시는 풍성한 근원이십니다. 하나님께서는 무엇이 부족하여 사람의 손으로 섬김을 받으시는 분이 아닙니다. 도리어 하나님은 만민에게 생명과 호흡을 친히 주시는 분입니다. 우리가 매일 공짜로 숨 쉬는 공기 한 모금, 타들어 가는 대지를 적시는 시원한 단비,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우리 가슴 속에서 멈추지 않고 심장이 뛰는 생명조차도 원래 우리의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잠시 빌려주신 것입니다. 우리는 내 것이라고 주장하는 그 모든 소중한 것들을 잠시 맡아서 정성껏 돌보는 청지기의 사명을 받은 사람들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진리는 우리를 삶의 무거운 책임감과 염려로부터 자유롭게 합니다. 이 사실을 명확히 깨달을 때 우리는 비로소 내 힘으로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는 영적인 강박을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참된 안식은 내가 주인이 아님을 정직하게 인정하고, 진짜 주인이신 하나님께 나의 노후와 자녀의 장래, 그리고 당장 내일의 농사일기까지 모든 것을 온전히 맡길 때 비로소 시작됩니다. 주인이 책임지시는 법입니다. 우리 중앙교회 성도님들은 우리 삶의 중심 자리를 하나님께 온전히 내어드림으로, 하나님이 친히 책임지시는 인생의 참된 평안과 쉼을 누려야 합니다.

우리 안에 계신 성전

천지의 주인이신 하나님은 인간이 손으로 만든 화려한 건축물 속에 갇혀 계시는 분이 아니며, 도리어 우리를 성전 삼아 우리 삶의 모든 현장에 함께하십니다.
먼저 우리는 하나님이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무소부재하신 분임을 고백해야 합니다. 바울이 설교하던 아레오바고 언덕 위쪽으로는 당시 세계 최고의 건축 기술로 지어진 웅장한 파르테논 신전이 아덴 시내를 압도하며 서 있었습니다. 거대한 대리석 기둥들이 위용을 자랑하는 그 신전 앞에 서면 웬만한 사람들은 절로 기가 꺾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그 장대함에 매료되어 하나님도 그런 화려하고 장엄한 건물 속에만 머물러 계실 것이라 오해했습니다. 하지만 바울은 그 화려한 신전들을 향해 담대히 선포했습니다. 우주보다 크신 하나님께서는 결코 사람의 손으로 지은 작은 건물 안에 갇혀 계실 수 없으며, 온 누리가 그분의 발등상에 불과합니다.
이어서 우리는 성전이 건물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가 깊어지는 곳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화려한 예루살렘 성전을 건축했던 솔로몬 왕조차도 "하늘과 하늘들의 하늘이라도 하나님을 용납하지 못할 만큼 크신데 하물며 내가 건축한 이 성전이겠습니까"라고 고백했습니다. 솔로몬은 자신이 지은 그 화려한 건물에 하나님을 가둘 수 없음을 분명히 알았습니다. 성전은 하나님을 가두는 창고가 아니라, 하나님을 만나는 거룩한 약속의 장소였습니다. 만약 우리가 하나님을 예배당 건물 안에만 계신 분으로 제한한다면, 우리의 신앙은 예배당 안과 밖이 전혀 다른 이중적인 삶의 모순에 빠지게 될 것이며, 이는 살아있는 신앙이라 할 수 없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우리가 삼위일체 하나님을 직접 모신 움직이는 성전이라는 점입니다. 바울은 우리가 바로 하나님의 성전이며, 하나님의 성령이 우리 안에 친히 거하신다는 놀라운 복음의 비밀을 선포했습니다. 하나님은 차가운 대리석 벽돌 사이나 화려한 금도금 장식 뒤에 숨어 계신 분이 아니라, 하나님을 주인으로 모신 우리 성도들의 심령 속에 지금도 숨 쉬며 살아 계십니다. 우리의 몸이 하나님의 거룩한 성전이라는 사실을 가슴 깊이 새기게 되면, 우리는 비로소 세상의 차가운 평가나 물질의 많고 적음에 흔들리지 않는 영적 자존감을 갖게 됩니다. 하나님이 내 안에 계시는데 무엇이 더 두렵겠습니까.
따라서 우리의 일상 속 모든 자리가 거룩한 성전으로 변화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일터가 어디든, 우리가 땀 흘려 일구는 밭고랑이 어디든 그곳에 하나님이 계시기에 그곳은 곧 거룩한 예배의 처소가 됩니다. 우리는 주일마다 예배당에 모여 영적인 주유소에서 기름을 채우듯 하나님의 은혜를 듬뿍 공급받습니다. 그리고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세상으로 흩어져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하나님의 성전으로 살아내는 것입니다. 예배당에서 보여준 경건함이 우리의 논밭에서도, 우리의 가정에서도 그대로 이어져야 합니다. 우리가 이 사실을 명확히 깨달을 때, 우리는 세상의 그 어떤 조건이나 고난 앞에서도 압도당하지 않는 진정한 자유인으로 승리하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말씀의 문을 닫으며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하나님은 저 멀리 구름 위에만 계시거나 화려한 예배당 건물 안에만 갇혀 계신 분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에게 생명과 호흡을 주시며,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사랑의 눈으로 지켜보시는 천지의 주재이십니다. 우리가 매 주일 예배당을 찾는 이유는 하나님이 이곳에만 계시기 때문이 아니라, 이곳에서 드리는 예배를 통해 영적인 새 힘을 얻어 우리 자신이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성전으로 당당히 살아가기 위함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우리 삶의 참된 주인으로 모시고 살아갈 때, 우리가 서 있는 그 척박한 땅조차도 하나님의 나라로 아름답게 변화될 것입니다. 세상의 헛된 우상이나 눈에 보이는 물질의 유혹에 더 이상 마음을 빼앗기지 마십시오. 오직 천지의 주인이신 하나님께만 매여 사는 자가 이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사람입니다. 우리 중앙교회 모든 성도님들이 바로 그러한 영적 자유인이 되어, 날마다 하나님과 동행하며 승리하는 복된 삶을 살아가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합니다.

거둠의 기도

참 좋으신 아버지 하나님, 오늘 사도 바울의 담대한 선포를 통해 하나님이 진정 누구이신지를 다시금 깨닫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하나님을 믿는다면서도 정작 우리 삶의 주인 자리를 세상의 걱정과 근심, 그리고 나의 옹졸한 고집에 내어주며 살아왔습니다. 하나님을 예배당이라는 좁은 공간에만 가두어 두고, 교회 문을 나서는 순간 내 지혜와 내 힘으로만 살아보려 애썼던 우리의 교만함을 이 시간 진심으로 회개합니다.
이제 우리가 하나님은 온 우주와 만물을 창조하시고 주관하시는 천지의 주재이심을 매 순간 분명히 고백하며 살게 해주십시오. 세상의 화려한 건물이나 권세에 마음을 빼앗겨 위축되지 않게 하시고, 천지의 주인이신 하나님께서 바로 내 작은 가슴 속에 성전 삼아 거하신다는 이 놀라운 비밀을 확신하게 해주십시오. 그리하여 우리가 어디를 가든 담대하게 하시고, 세상 그 누구를 만나든 당당하게 대하게 해주십시오.
우리가 하나님의 거룩한 성전임을 한시도 잊지 않게 하시고, 우리가 발을 딛는 논과 밭, 그리고 우리 가정이 하나님의 통치가 임하는 복된 처소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 우리가 일상의 현장에서 흘리는 진실한 땀방울이 하나님께 드리는 거룩한 예배가 되게 하시고, 세상 그 무엇에도 속박당하지 않는 참된 자유인으로 살아가게 하여 주십시오. 우리를 성전 삼아 주시고 참된 자유를 주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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