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서 성령님, 새로 나게 하소서. 명절 가족들과 함께 편안하고 행복하게 잘 지내셨습니까. 오늘은 사순시기를 시작하는 재의 수요일입니다. 이 날에는 재, 나무를 불에 태우고 남은 재를 머리에 얹는 재의 예식이 있습니다. 사제는 신자 분들의 머리에 재를 얹으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아,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
저는 재작년에 첫번째로 뇌수술 할 때 죽음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습니다. 사실 젊은 사람이 죽음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기란 쉽지 않죠. 그래도 신부이기 때문에, 장례미사나 환자 분들을 조금 더 가까이서 볼 수는 있고, 그러면서 위로의 말도 이래 저래 건내려 하지요. 그래도 죽음이나 질병을 내 것으로 진지하게 생각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저도 나름대로 죽음과 질병에 대해서 묵상 좀 해 보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나의 것으로, 내 눈 앞에 닥치니까 그것이 좀 달랐습니다.
큰 수술을 해 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수술 동의서를 받을 때 의사들은 잘못 될 확률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뭐 하다가 쇼크와서 사망할 확률 몇 퍼센트, 뭐 하다가 안 깨어날 확률 몇 퍼센트, 뭐 하다가 잘못될 확률 몇 퍼센트 이렇게 이야기를 다 해주고 그러고 동의를 받습니다. 저는 큰 수술을 처음 해 보고, 또 그런 이야기도 들으니까 정말 두려웠습니다.
일단 죽음이 제일 두려웠습니다. 죽음 이후에 대해서는 정말 상상도 할 수 없었습니다. 신학교에서 죽음 이후에 대해서 이래 저래 배우지요. 하느님, 예수님과 함께 영원히 산다, 예수님을 정말 지복직관할 수 있다. 이렇게 배우지만, 직접 경험해 보지 못했기에 상상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두려웠고, 또 내가 정말 이렇게 죽으면 하느님 앞에 떳떳하게 설 수 있을까, 하느님과 정말 지복직관하면서 함께 살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이 없었습니다.
우리는 언제 하느님 곁으로 돌아가게 될 줄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오늘밤 갑자기 하느님께서 나를 불러가실 수도 있지요. 그럴 때 나는 하느님 앞에서 떳떳할 수 있을까요. 이번 사순시기를 보내면서, 기도로서 나 자신을 깨끗하게 잘 준비하는 그런 시간이 되시면 좋겠습니다. 아멘. 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