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와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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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먼지와 생명
제목: 먼지와 생명
본문: 사도행전 17장 22-25절
본문: 사도행전 17장 22-25절
찬송: 438장 내 영혼이 은총입어
찬송: 438장 내 영혼이 은총입어
말씀의 문을 열며
말씀의 문을 열며
오늘은 우리 주님의 고난을 깊이 묵상하며 부활의 소망을 준비하는 사순절의 첫날, 재의 수요일입니다. 이 거룩한 절기가 시작되면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머리에 재를 얹거나 이마에 잿가루로 십자가를 그리며,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기억하라"는 창세기 3장 19절 의 준엄한 말씀을 가슴 깊은 곳에 새기게 됩니다. 이것은 단순히 우리가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절망이나 두려움의 자리가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 존재의 근원이신 하나님 없이는 우리 인생이 한 줌의 먼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정직하게 고백하며, 창조주 앞에 서는 겸손의 자리입니다.
사도 바울은 지금 고대 지혜의 중심지였던 아덴의 아레오바고 언덕 한가운데 서서 이와 비슷한 인간의 현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바울의 시선 위로는 대리석으로 지어진 웅장한 파르테논 신전이 보이고, 발아래로는 인간의 욕망이 투영된 수많은 우상의 단이 가득한 거리가 펼쳐져 있습니다. 바울은 그 화려함 이면에 감춰진 아덴 사람들의 공허한 종교심과 불안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연약함을 감추기 위해 거대한 성상을 만들었지만, 정작 참된 생명의 주인은 알지 못했습니다. 오늘 바울의 선포를 통해, 우리 인생의 먼지 됨을 직면하고 우리를 살리시는 하나님의 충분한 생명을 함께 나누며 은혜를 입고자 합니다.
우상을 버리는 회개
우상을 버리는 회개
먼저 우리는 우리가 정성껏 쌓아온 '손으로 지은 전'을 의지해 온 마음을 돌이켜 하나님 앞에 서야 합니다. 사도 바울은 본문 24절에서 "우주와 그 가운데 있는 만물을 지으신 하나님께서는 천지의 주재시니 손으로 지은 전에 계시지 아니하신다"라고 선포했습니다. 아덴 사람들은 화려한 신전을 지어놓고 그 안에 신을 모셔두면 자신들의 삶이 안전할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해야 할 분명한 사실은, 하나님은 인간이 만든 건물이나 제도 안에 갇혀 계시는 분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전도서 기자는 일찍이 "하나님은 하늘에 계시고 너는 땅에 있음이니라 그런즉 마땅히 말을 적게 할 것이라"(전 5:2)라고 권면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거리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창조주이신 하나님과 피조물인 인간 사이에는 결코 메울 수 없는 무한한 질적 격차가 존재한다는 엄중한 선언입니다.
우리는 흔히 내가 무언가를 대단하게 바쳐야 하나님이 만족하시고, 내 노력이 보태져야 하나님의 나라가 완성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무엇이 부족한 것처럼 사람의 손으로 섬김을 받으시는 분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그 자체로 완벽하고 충분하신 '엘 솻다이', 곧 '충분자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저 하늘에 떠 있는 햇빛을 생각해 보면 이 진리를 쉽게 깨달을 수 있습니다. 태양은 우리가 무엇을 보태줘야 밝아지는 존재가 아닙니다. 우리가 무엇을 보태든 그렇지 않든, 태양은 그 자체의 충분함으로 온 세상을 비춥니다. 오히려 우리가 그 빛을 받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존재일 뿐입니다. 하나님 역시 우리가 무엇을 드려야 비로소 하나님이 되시는 분이 아니라, 태초부터 스스로 충분하셨던 분이십니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가 드리는 회개는 무거운 정죄의 자리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 서 있는먼지로서의 자기 위치를 찾는 일입니다. 내 주머니 속의 물질이나 내 손으로 일궈온 업적이라는 '손으로 지은 성소'가 나를 영원히 지켜줄 것이라 믿었던 그 착각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내가 하나님을 돕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하나님을 내 뜻대로 조종하려 했던 교만이 바로 죄의 본질입니다.
하늘에 계신 하나님과 땅에 있는 먼지인 우리 사이의 이 거대한 차이를 인정할 때, 우리는 비로소 헛된 우상을 버리고 참된 평안을 얻게 됩니다. 내가 붙들고 있던 유한한 것들이 한 줌의 재와 같음을 인정하는 이 정직한 고백 위에, 하나님의 무한한 은총이 머물게 됩니다.
우리를 살리신 주
우리를 살리신 주
다음으로 우리는 우리에게 생명의 호흡을 주시는 그리스도의 은혜를 깊이 묵상하며 그 사랑 안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본문 25절 하반절은 하나님을 가리켜 "만민에게 생명과 호흡과 만물을 친히 주시는 이"라고 증언합니다. 이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매 순간이 하나님의 숨결에 빚지고 있음을 뜻합니다. 흙덩이에 불과했던 인간이 생명력 있는 존재가 된 것은 오직 하나님의 호흡이 우리 코끝에 머물렀기 때문입니다. 주님이 그 호흡을 잠시라도 거두시면 우리는 즉시 먼지로 돌아가야만 하는 전적으로 의존적인 존재입니다. 우리가 오늘 이 자리에 나와 숨 쉬고 예배드리는 것 자체가 하나님의 충분하신 공급 덕분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데 참으로 놀라운 신비는, 우리의 섬김을 받으실 필요가 전혀 없으신 거룩한 하나님께서 오히려 우리를 섬기기 위해 가장 낮은 곳으로 오셨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은 인간의 이성으로는 도저히 측량할 수 없는 복음의 역설입니다. 하늘 보좌에 계셔야 할 주님께서 우리와 같은 연약한 인간의 몸, 곧 먼지의 입자를 입고 이 땅에 오셨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지은 우상의 죗값을 대신 치르기 위해 십자가에서 온 몸이 부서지시고, 진정으로 한 줌의 재와 같은 죽음을 맞이하셨습니다. 주님은 우리를 살리시기 위해 스스로 십자가 위에서 재가 되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손으로 지은 화려한 신전보다 더 거룩한, 자신의 몸을 깨뜨려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수혈해 주신 참된 성전이 되셨습니다. 아덴의 신들은 인간에게 더 많은 희생을 요구하며 제물을 가져오라 윽박질렀지만, 우리 주님은 친히 우리를 위한 영원한 제물이 되셔서 우리에게 생명과 호흡을 거저 주셨습니다. 주님께서 우리 인생의 가장 완벽하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신 것입니다. 십자가에서 흘리신 그 보혈은 단순한 희생이 아니라, 메마른 먼지 같은 우리 영혼에 부어주시는 생명의 비와 같습니다.
이제 우리는 심판이 두려워 억지로 고개를 숙이는 상투적인 신앙을 넘어서야 합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벌을 받을까" 전전긍긍하는 마음은 여전히 하나님을 우상으로 대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대신 나 같은 먼지 인생을 살리려 생명까지 내어주신 그리스도의 아름다운 사랑에 우리 마음이 완전히 녹아내려야 합니다. 주님의 탁월함과 숭고함에 매료될 때, 우리는 비로소 죄를 미워하고 주님을 사랑하는 자발적인 순종의 삶을 살게 됩니다. 이 사순절의 시작점에서, 나를 위해 기꺼이 먼지가 되신 주님의 십자가를 바라보며 그분의 생명 안으로 깊이 침잠하는 우리 중앙교회 성도님들이 되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말씀의 문을 닫으며
말씀의 문을 닫으며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말씀을 맺고자 합니다.
우리 인생의 부족함과 연약함은 결코 부끄러움이나 저주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 결핍은 부족함이 전혀 없으신 충분자 하나님을 우리 인생의 버팀목으로 모실 수 있는 축복의 통로가 됩니다. 우리가 먼지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비로소 우리는 하나님의 전능하심을 붙들 수 있게 됩니다. 시편의 기자 다윗은 인생의 모진 풍파를 겪으면서도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시23:1) 라고 위대한 고백을 남겼습니다. 다윗이 이 고백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왕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주님 없이는 아무것도 아닌 먼지임을 철저히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재의 수요일에 우리가 이야기하는 이 재는 죽음의 표식이 아니라, 우리를 다시 빚으시는 생명의 약속입니다. 이번 사순절 기간 동안, 내 손으로 지은 헛된 우상을 과감히 허물어 버립시다. 내가 먼지임을 정직하게 인정할 때, 우리를 덮으시는 하나님의 충분하신 은혜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오직 주님이 불어넣어 주시는 생명의 호흡으로만 살아가기로 결단하십시오. 그리하여 우리 인생의 먼지 됨을 그리스도의 찬란한 영광으로 바꾸어 가시는 신비로운 은총이 우리 중앙교회 모든 성도님들 삶 위에 가득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합니다.
거둠의 기도
거둠의 기도
참 좋으신 아버지 하나님, 사순절이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에 우리 존재의 뿌리를 다시 돌아보게 하시니 참으로 감사합니다. 우리는 본래 흙에서 왔으며 주님의 자비로운 호흡 없이는 단 한 순간도 버틸 수 없는 연약한 먼지임을 이 시간 겸손히 고백합니다. 그동안 우리는 내가 가진 작은 힘과 재주로 무언가를 이룬 양 교만하게 굴었고, 내 손으로 지은 세상의 신전들을 하나님보다 더 의지하며 살았습니다. 우리의 이 무지함과 우상 숭배의 죄를 주님의 십자가 보혈로 깨끗이 씻어 주시옵소서.
하나님은 무엇이 부족하여 우리를 부르시는 분이 아니라, 오히려 죽어가는 우리를 살리려 생명까지 내어주시는 충분한 하나님이심을 믿음으로 고백합니다. 우리를 대신하여 십자가에서 재가 되신 예수 그리스도의 그 위대한 사랑을 이번 사순절 기간 내내 우리 가슴에 품고 살게 하옵소서. 인생의 결핍과 부족함 때문에 눈물짓는 성도들의 마음을 주님의 따뜻한 손길로 어루만져 주시고, 그 비어 있는 결핍의 자리가 하나님의 생명으로 가득 채워지는 은혜를 맛보게 하옵소서.
사순절의 모든 여정 속에 성령님께서 우리의 발걸음을 친히 인도하여 주시기를 간절히 원하오며, 먼지 같은 우리에게 참된 생명의 호흡을 불어넣으시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