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으로부터
Notes
Transcript
제목: 한 사람으로부터
제목: 한 사람으로부터
본문: 사도행전 17장 26-29절
본문: 사도행전 17장 26-29절
찬송: 304장 그 크신 하나님의 사랑
찬송: 304장 그 크신 하나님의 사랑
말씀의 문을 열며
말씀의 문을 열며
우리는 오늘 주님의 고난과 사랑을 깊이 묵상하는 사순절의 첫 번째 수요일을 맞이했습니다. 사순절은 우리가 무거운 짐을 지고 하나님을 찾아가는 고행의 시간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를 살리기 위해 이 땅에 먼저 찾아오신 하나님의 사랑을 발견하고, 우리 존재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를 확인하는 은혜의 시간입니다.
2천 년 전 바울은 당대 최고의 지성과 문화가 살아 숨 쉬던 아덴의 아레오바고 광장에 섰습니다. 그곳은 화려한 신전과 철학자들의 논쟁으로 가득했지만, 동시에 ‘알지 못하는 신’에게 제단을 쌓을 만큼 영적인 공허함이 지배하던 곳이었습니다. 바울은 그들에게 인간의 손으로 만든 우상이 아니라, 온 우주를 창조하시고 우리 인생을 주관하시는 참 하나님을 선포했습니다. 오늘 우리는 바울의 이 선포를 통해, 우리 인생이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되어 하나님 한 분에 의해 완성된다는 놀라운 진리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한 뿌리, 한 생명
한 뿌리, 한 생명
오늘 본문 26절은 이렇게 증언합니다. “인류의 모든 족속을 한 혈통으로 만드사 온 땅에 살게 하시고 그들의 연대를 정하시며 거주의 경계를 한정하셨으니.” 바울은 이 말씀 속에서 가장 먼저 ‘한 혈통으로’**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우리 존재의 근원을 밝힙니다. 우리말 성경에 ‘한 혈통’이라고 번역된 헬라어 ‘엑스 헤노스’는 문자적으로 ‘한 사람으로부터’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바울은 이 선포를 통해 당시 아덴 사람들이 가졌던 뿌리 깊은 선민의식과 민족적 우월주의를 무너뜨렸습니다. 자신들은 다른 민족과 태생부터 다르며 아티카 본토의 흙에서 생겨났다고 믿었던 그들에게, 하나님께서는 아담이라는 한 사람을 통해 모든 인류를 만드셨음을 선포한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 중앙교회 성도님들이나 저 멀리 타국에 사는 사람들이나, 모두가 하나님 안에서 한 뿌리를 가진 한 가족임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서로를 남처럼 여기거나 공동체 안에서 갈등하는 것은 우리 존재의 시작이 어디로부터 왔는지를 망각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농촌 어르신들은 씨앗 한 알의 신비를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십니다. 봄에 심는 그 작은 씨앗 한 알로부터 수많은 열매와 풍성한 가을의 결실이 시작되듯이, 우리 인류의 거대한 역사도 하나님이 심으신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단순히 우리를 만드시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살아가는 연대와 거주의 경계를 직접 정하셨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연대’는 헬라어로 ‘카이로스’인데, 이것은 하나님의 결정적인 섭리의 시간을 뜻합니다.
우리가 지금 이 시대에 태어나고, 전라남도 신안이라는 이 아름다운 땅에서 터를 잡고 살아가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각 사람의 인생이 머물 자리를 미리 정하시고 그 경계를 지켜오신 주권적인 결과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당신을 더듬어 찾아 발견하게 하시려고 우리의 삶을 세심하게 간섭하고 계십니다. 계절이 바뀌어 파종의 때가 오고, 해와 달이 어김없이 뜨고 지는 자연의 질서 속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손길을 확인합니다. 우리가 인생의 모진 풍파를 견디며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하나님께서 우리 곁에서 우리의 삶을 붙들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저 하늘 높이 계시며 우리를 구경하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가 땀 흘려 일구는 논밭과 고단한 몸을 뉘이는 삶의 현장 속에 함께하고 계시는 주권자이십니다.
우리는 흔히 내가 노력해서 이 자리에 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 삶의 모든 배경은 하나님의 세심한 설계도 안에 들어 있습니다. 우리가 만나는 이웃, 우리가 일구는 땅, 우리가 보내는 하루하루가 모두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섭리의 공간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내가 처한 환경을 원망하거나 타인을 시기할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 모두는 동일한 한 사람으로부터 나왔으며, 동일한 하나님의 손길 아래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순절의 첫 주, 우리는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정직하게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하나님께로 돌아가는 회개의 시작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이 정하신 경계와 시간 속에 있음을 인정할 때, 우리는 비로소 내 힘으로 모든 것을 하려던 교만을 내려놓고 창조주 하나님을 의지하는 겸손한 삶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곁에 계신 온기
곁에 계신 온기
오늘 본문 27절은 하나님과 우리 사이의 관계를 더욱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이는 사람으로 혹 하나님을 더듬어 찾아 발견하게 하려 하심이로되 그는 우리 각 사람에게서 멀리 계시지 아니하도다.” 바울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창조하셨을 뿐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에게 생명과 호흡을 공급하시며 가장 가까운 곳에 계시는 분임을 강조합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찾는 행위는 마치 어둠 속에서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손을 뻗어 더듬더듬 벽을 찾는 모습과 같다습니다. 본문 27절의 ‘더듬어 찾아 발견하게 하려’라는 말에는 바로 이런 간절한 몸짓이 담겨 있습니다. 비록 인간이 죄로 인해 영적인 눈이 어두워졌을지라도,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당신을 찾기만 하면 언제든 만나 주시기 위해 우리 곁에 가까이 와 계십니다.
하나님은 우에 계시는 분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우리 각 사람에게서 결코 멀리 계시지 않습니다. 세상의 모든 종교는 인간이 신을 찾아가야 하지만, 우리 하나님은 언제나 인간을 먼저 찾아오시는 분입니다. 우리가 슬퍼할 때 곁에서 눈물을 닦아주시고, 우리가 농사일로 고단할 때 새 힘을 공급해 주시는 분이 바로 우리 아버지 하나님이십니다. 우리가 숨을 쉬고, 움직이고, 존재하는 모든 것이 하나님 한 분의 은혜를 힘입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울은 당시 시인들의 말을 인용하여 우리가 바로 하나님의 소생이라고 선포합니다. 여기서 ‘소생’이라는 말은 ‘자녀’ 혹은 ‘가족’을 뜻하는 ‘게노스’입니다. 우리는 단순히 흙으로 돌아갈 허무한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의 생명을 이어받은 존귀한 자녀입니다.
아덴 사람들은 금이나 은이나 돌에 사람의 기술과 고안으로 새긴 우상을 신으로 숭배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인간의 솜씨로 꾸며드려야 비로소 가치가 생기는 분이 아닙니다. 오히려 아무 가치 없는 우리를 하나님의 자녀 삼아 주심으로 우리에게 절대적인 의미를 부여해 주시는 분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우리의 존재 가치가 우리 자신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하고 계시는 하나님으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우리 중앙교회 성도님들 중에는 가끔 "내가 이제 늙고 병들어 무슨 소용이 있나"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의 가치는 우리의 실력이나 건강에 달려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하나님 한 분으로부터 지음 받았고, 그분의 생명으로 살아가는 하나님의 가족입니다.
하나님을 금이나 은처럼 물질적인 가치로 환산하려는 태도는 우리를 불행하게 만듭니다. 아덴 사람들은 신상을 화려하게 치장해야 자신의 삶이 가치 있어진다고 믿었지만, 그것은 결국 인간의 기술을 숭배하는 것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다릅니다. 우리는 우리가 하나님을 치장해 드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진리와 사랑으로 우리의 심령을 채우는 사람들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무언가를 요구하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이미 공급하고 계시는 충분자 하나님이십니다. 우리가 그분을 힘입어 살고 있음을 인정할 때, 우리 인생의 허무함은 사라지고 영원한 가치가 우리를 덮게 됩니다. 사순절은 바로 이 자녀 됨의 신분을 회복하는 시간입니다.
하나님의 자녀답게 살아가는 것은 대단한 업적을 남기는 것이 아닙니다. 매일의 삶 속에서 나를 지키시는 하나님을 느끼고, 그분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설령 우리의 인생이 태산을 넘어 험한 계곡에 빠진 것 같은 고통 속에 있을지라도, 우리를 먼저 찾아오신 하나님은 결코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십니다. 그 하나님 한 분만으로 충분하다는 고백이 터져 나올 때, 우리는 진정한 하나님의 소생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사순절의 깊은 묵상 속에서, 우리 존재의 근원이신 하나님을 다시 발견하고 그분 안에서 참된 안식을 누리는 우리 모두가 되어야 합니다.
말씀의 문을 닫으며
말씀의 문을 닫으며
사랑하는 중앙교회 성도 여러분, 우리의 인생은 하나님 한 분으로부터 시작되었고, 지금도 그분의 신실하신 섭리 속에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처한 형형색색의 형편을 다 아시고, 우리가 하나님을 더듬어 찾을 때 언제나 만나주시는 자비로운 아버지이십니다. 이번 사순절 기간 동안, 나를 지으시고 내 삶의 자리를 정하신 하나님의 손길을 깊이 묵상하시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아담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된 유한한 인생이지만, 동시에 하나님 한 분에 의해 영원한 가치를 부여받은 존재입니다. 내가 가진 것이 부족해도, 몸이 예전 같지 않아도, 우리를 자녀 삼아 주신 하나님이 우리와 항상 함께 계시기에 우리는 가장 존귀한 자들입니다. 이 사실을 굳게 믿고, 주님을 힘입어 날마다 기쁨으로 기동하며 존재하시는 우리 중앙교회 모든 성도님들 되시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거둠의 기도
거둠의 기도
참 좋으신 아버지 하나님,
사순절의 첫 번째 주간에 우리 인생의 시원을 살피는 말씀 앞으로 불러주시니 고맙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내가 내 삶의 주인인 줄 알고 내 힘으로 모든 것을 일구려 애쓰며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오늘 말씀을 통해 우리 인생의 모든 연대와 거주의 경계가 오직 하나님의 선하신 주권 속에 있음을 고백하게 하시니 참으로 감사합니다.
하나님, 우리가 하나님 한 분으로부터 지음 받은 하나님의 소생임을 한순간도 잊지 않게 하여 주십시오. 세상을 살아가며 때로는 스스로를 초라하게 여기기도 했고, 남들과 비교하며 마음 아파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주님께서 우리를 자녀 삼아 주시고, 우리에게 생명과 호흡을 주시며, 우리 곁에 멀리 계시지 않고 항상 함께하신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커다란 위로가 됩니다.
우리 중앙교회 성도님들의 삶의 자리를 굽어살펴 주십시오. 고단한 몸을 이끌고 주님 앞에 나온 성도들에게 주님을 힘입어 살 수 있는 넉넉한 은총을 베풀어 주옵소서. 이번 사순절 기간 동안 내 안에 웅크리고 있던 헛된 우상들을 내려놓고, 오직 주님의 말씀과 사랑으로 우리의 심령을 맑게 채우게 하옵소서. 우리를 창조하시고 끝까지 책임져 주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