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실한 그림자(도초성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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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실한 그림자

본문: 요한복음 7장 10-13절

찬송:

말씀의 문을 열며

대지에 생명이 움트는 봄이 도초 땅에도 찾아왔습니다. 만물이 화려한 빛깔을 뽐내는 이때, 우리는 문득 그 아름다움 뒤에 가려진 존재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꽃을 피우기 위해 어둠을 견딘 뿌리가 있고, 따가운 봄볕을 막아주는 나무의 짙은 그림자가 그것입니다.
그림자는 실체 뒤에서 주목받지 못하나, 그늘 아래 들어온 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생명의 쉼터가 됩니다. 오늘 헌신을 다짐하는 우리 남선교회 회원들의 삶이와 같습니다. 가정과 세상이라는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묵묵히 책임을 다하며, 교회에서는 이름 없이 궂은일을 도맡는 신실한 그림자로 자리를 지키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은 초막절이라는 성대한 명절 앞에 서신 예수님의 행보를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세상은 예수님께 화려한 주인공이 되어 자신을 증명하라고 압박하지만, 주님은 오히려 자신을 지우고 은밀히 움직이십니다.
여러분, 진정한 헌신은 조명 아래 서는 것이 아닙니다. 참된 빛이신 주님 곁에서 묵묵히 그분의 형체를 드러내는 그림자가 되어, 지친 영혼들에게 복음의 그늘을 내어주는 것이 우리 남선교회의 사명입니다.
오늘 말씀을 통해 우리가 회복해야 할 헌신의 정체성과 그 영광스러운 부르심이 무엇인지 나누고자 합니다.

첫째, 내 열심을 증명하려는 유혹을 이기고 하나님의 시간표에 머무는 것이 진정한 순종입니다.

본문 10절은 “10 그 형제들이 명절에 올라간 후에 자기도 올라가시되 나타내지 않고 은밀히 가시니라”
예수님의 형제들이 명절에 먼저 올라간 후에 예수님께서도 올라가셨음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구절 바로 앞을 보면 형제들의 날 선 비아냥이 가득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정말 능력이 있다면 예루살렘에 가서 자신을 나타내어 인기를 얻으라"고 조롱했습니다.
이것은 오늘날 우리가 세상 속에서 마주하는 성공의 논리와 너무나 닮아 있습니다. "성공하려면 너를 보여줘야 한다, 결과로 네 실력을 증명하라, 남들보다 앞서가서 조명을 받아야 존재감이 생긴다"는 압박입니다. 만약 예수님이 우리와 같은 마음이었다면, 당장 예루살렘 한복판에서 기적을 일으키며 자신의 유능함을 과시하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주님은 "내 때가 아직 이르지 않았다"고 대답하시며 침묵하셨습니다.
우리는 종종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며 헌신합니다. 누군가 나의 수고를 알아주지 않으면 마음이 상하고, 내 열심이 당장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지 않으면 조바심을 냅니다. 하지만 헌신이란 주변의 인정을 받기 위해 하는 '자기 증명'의 도구가 아닙니다.
예수님은 가장 가까운 가족들의 불신과 조롱이라는 수모를 당하면서도 오직 하나님의 시선만을 의식하셨습니다. 진정한 영적 실력은 내가 무언가를 해내서 사람들에게 박수를 받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드러나게 하실 때까지 오래 참는 것입니다.
남선교회 활동을 하다 보면 우리의 수고가 당장 빛나지 않을 때가 너무나 많습니다. "내가 이만큼 희생하는데 왜 아무도 몰라줄까" 하는 섭섭함이 일터에서 받는 스트레스와 겹쳐 밀려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주님은 그 고독한 침묵의 시간을 모두 아십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며 묵묵히 자리를 지킬 때, 하나님은 우리의 보이지 않는 순종을 통해 공동체를 세워가십니다. 세상의 박수 소리보다 하나님의 시간표를 더 신뢰하며 인내하는 우리 모든 남선교회 회원들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팀 켈러 목사님은 "복음이란 우리가 무언가를 증명해야 하는 압박으로부터의 완전한 해방"이라고 말했습니다. 여러분, 예수님이 왜 형제들의 조롱을 견디며 침묵하셨는지 기억하십시오. 주님은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오신 분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오셨기 때문입니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남선교회 회원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무언가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읍시다. 우리가 하나님의 시선 안에 머물 때, 비로소 우리는 비아냥거리는 세상의 소리에도 흔들리지 않는 신실한 그림자가 될 수 있습니다.
당장의 박수는 없어도 하나님이 "참 잘했다"고 말씀해 주시는 그 시간을 기다리며, 오늘도 내 자리를 지키는 우리가 됩시다. 하나님께서는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의 눈물과, 세상의 무례함 속에서도 지켜낸 신앙의 절개를 결코 잊지 않으십니다. 그 '은밀한 순종'이 우리 인생을 하나님의 걸작품으로 만듭니다.
우리는 빛이 되려 싸우는 자들이 아니라, 참 빛이신 그리스도를 누리게 하는 신실한 그림자들입니다. 헌신은 나를 나타내는 통로가 아니라, 나를 죽이고 주님을 살리는 통로가 되어야 합니다.

둘째, 도초성광교회라는 작품이 빛나는 이유는 무대 뒤 스태프의 은밀한 헌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본문 10절 하반절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가시되 '나타내지 않고 은밀히' 가셨다고 명시합니다. 요즘 극장가에서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1위를 달리고 있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보셨을 것입니다. 관객들은 화려한 의상을 입고 압도적인 연기를 펼치는 주연 배우 '왕'에게만 열광합니다.
그러나 그 영화가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위대한 명작이 된 진짜 이유는 화면에 단 1초도 나오지 않는 수백 명의 스태프 덕분입니다. 밤을 새워 조명을 맞추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마이크를 들고, 배우의 동선 하나하나를 체크하며 먼지를 뒤집어쓰는 그들의 손길이 없었다면 '왕'은 결코 빛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스태프는 관객의 박수가 아니라 오직 감독의 사인에만 집중합니다. 감독이 만족하면 스태프의 사명은 완수된 것입니다. 우리 도초성광교회도 하나님이 도초 땅에 연출하시는 위대한 복음의 작품입니다. 하나님은 이 작품의 총감독이 되셔서 성광교회를 이끌어가십니다.
이 작품 안에는 강단에서 말씀을 전하거나 앞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배우 같은 역할을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우리 남선교회에 맡기신 가장 고귀한 사명은 바로 이 작품을 밑바닥에서 지탱하는 '전문 스태프'가 되는 것입니다.
남선교회 내부적으로는 앞에서 끄는 리더도 있겠고, 뒤에서 묵묵히 짐을 나르는 회원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교회 전체라는 큰 무대에서 볼 때, 우리 남선교회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기도의 무대를 설치하고 섬김의 조명을 비추는 존재여야 합니다.
여러분, 하나님은 지금도 우리를 통해 성광교회라는 작품을 완성해가고 계십니다. 감독 되신 하나님은 화려한 배우의 연기만큼이나, 무대 뒤 어둠 속에서 땀 흘리는 스태프의 헌신을 정확히 알고 계십니다.
우리의 섬김이 사람들의 공적인 관심을 끌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우리가 하는 작은 일 하나하나가 감독님의 뜻에 맞춘 것이라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 남선교회 회원들에게 "이 일은 네가 맡아줘야겠다"고 말씀하시며 때로는 아주 은밀하고 보이지 않는 구석으로 우리를 부르십니다.
그 부르심에 즐거이 순종합시다. 우리가 이름 없는 스태프가 되어 주님의 몸 된 교회를 든든히 받칠 때, 도초성광교회는 세상이 감당하지 못할 아름다운 작품으로 빚어질 것입니다.
고된 하루의 일과를 마친 피곤한 몸으로 교회 구석구석을 살피는 그 수고가 천국에서 해같이 빛나고 있음을 믿으십시오. 감독 되신 하나님 한 분만을 위해 끝까지 헌신하시기를 축복합니다.
우리가 신실한 그림자가 될 때, 우리 앞에서 참 빛이신 그리스도의 영광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감독의 만족이 곧 스태프의 영광임을 기억하며,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섬기는 우리가 됩시다. 하나님은 우리의 작은 몸짓 하나까지도 작품의 중요한 조각으로 사용하십니다.

셋째, 주변의 엇갈리는 평가에 흔들리지 말고 오직 하나님의 확증에만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본문 11-13절을 보면, 명절에 모인 사람들의 반응이 극명하게 나뉘는 것을 봅니다. 누군가는 예수님을 '좋은 사람'이라 칭송하고, 누군가는 '무리를 미혹하는 자'라며 비난합니다.
심지어 13절은 사람들이 유대 당국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예수님에 대해 드러내놓고 말하지도 못하는 비겁한 상황을 보여줍니다. 주변을 의식하는 사람들은 진실을 알면서도 자신의 이익과 평판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입을 닫아버립니다.
사람들의 평판이란 이토록 가볍고 변덕스러우며 두려운 것입니다.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며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일희일비하고 예민해지듯, 교회 일을 할 때도 '누가 나를 어떻게 볼까' 하는 평판의 감옥에 갇히기 쉽습니다.
주님은 사람들의 수군거림에 단 한 번도 요동하지 않셨습니다. 주님이 비난과 오해 속에서도 담대하실 수 있었던 이유는, 그분의 귀에 세상의 평가보다 더 큰 하나님의 음성, 즉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뻐하는 자라"는 확증이 들렸기 때문입니다.
성경은 "사람을 두려워하면 올무에 걸리게 되거니와 여호와를 의지하는 자는 안전하리라"고 말씀합니다. 우리가 사람의 인정을 받으려 할수록 우리의 헌신은 순수성을 잃고 변질됩니다. 누군가 나를 미혹하는 자라 비난해도, 혹은 좋은 사람이라 과하게 칭찬해도 그것에 마음을 빼앗기지 마십시오.
우리가 정말 두려워해야 할 것은 사람의 시선이 아니라, 하나님의 시선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입니다. 13절의 사람들처럼 주변 환경에 겁을 집어먹고 신앙의 고백을 멈춘다면, 그것은 이미 세상의 종이 된 것과 다름없습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모든 좋은 평판을 잃으시고 '저주받은 자'로 죽으셨습니다. 가장 거룩하신 분이 가장 추한 자라는 오명을 쓰셨습니다. 왜 그러셨습니까? 바로 우리에게 '하나님의 자녀'라는 영원하고도 안전한 평판을 거저 주시기 위함입니다.
이제 우리는 사람을 두려워하여 올무에 걸리는 인생이 아닙니다. 주변의 수군거림에 흔들리지 마십시오. 사람들의 칭찬보다 우리가 먼저 들어야 할 말은 하나님이 주시는 "잘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라는 칭찬입니다.
우리 남선교회 회원들이 사람의 인정을 구걸하는 종이 아니라, 하나님이 인정하시는 사명자로 살아갈 때 도초 땅의 믿음은 더욱 견고해질 것입니다. 세상은 우리를 오해할 수 있으나, 하나님은 우리의 진심을 아십니다.
그 하나님만 바라보며 담대히 걸어가는 우리가 됩시다. 타인의 시선에서 해방된 자만이 비로소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고귀한 섬김을 실천할 수 있습니다. 수군거리는 소리 속에서도 묵묵히 십자가의 길을 가신 예수님처럼, 우리도 오직 하늘의 확증만을 붙들고 나아갑시다. 타인의 혀끝에 휘둘리는 가벼운 인생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 위에 뿌리 내린 견고한 사명자가 됩시다.

말씀의 문을 닫으며

사랑하는 도초성광교회 남선교회 회원 여러분, 그리고 성도 여러분.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를 생명의 빛으로 인도하시기 위해, 십자가라는 가장 어둡고 처절한 그림자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셨습니다.
그분은 온 우주의 주인이셨으나, 죄인인 우리를 살리기 위해 기꺼이 자신을 지우고 가장 낮은 곳의 그림자가 되어주셨습니다. 그 십자가의 은혜를 깊이 맛본 사람만이 이제 기꺼이 다른 이의 시원한 그늘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
우리 남선교회가 이 시대의 신실한 그림자가 됩시다. 내가 빛나려 애쓰고 주목받으려 몸부림치는 대신, 우리의 섬김을 통해 주님의 형체가 세상에 선명하게 드러나게 합시다. 비록 세상은 우리를 주목하지 않아도, 작품 전체를 보고 계신 감독 하나님께서 우리를 안아주실 그날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
가정에서 짐을 짊어질 때나 교회에서 이름 없이 봉사할 때나, 늘 주님 곁에 붙어 있는 신실한 그림자가 됩시다. 우리의 수고는 결코 헛되지 않습니다.
오늘도 이름 없이 빛도 없이, 그러나 누구보다 신실하게 교회를 받들어 나가는 우리 남선교회 모든 회원님들 되시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거둠의 기도

참 좋으신 아버지 하나님, 오늘 도초성광교회 남선교회 회원들을 헌신의 자리로 불러주시니 감사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주님의 일을 하면서도 사람들의 인정에 목말라했고, 작은 비난에도 마음이 흔들렸던 연약한 자들임을 고백합니다. 자신을 나타내지 않고 은밀히 순종하셨던 예수님의 마음을 우리에게 부어 주시옵소서.
도초성광교회라는 위대한 작품의 감독이신 주님, 우리 남선교회 회원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대를 지탱하는 신실한 스태프가 되게 하옵소서. 일상의 고된 책임을 다하며 사람들의 시선에 지친 이들에게, 하나님의 칭찬 한마디가 세상 그 무엇보다 큰 위로와 힘이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우리의 수고가 당장 열매 맺지 않아도 하나님이 다 알고 계심을 믿으며 끝까지 인내하게 하시고, 우리의 작은 헌신을 통해 성광교회 성도들이 평안히 쉴 수 있는 시원한 복음의 그늘이 만들어지게 하옵소서. 십자가라는 짙은 그림자 속에서 우리를 건져내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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