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깨우는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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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를 깨우는 빛
제목: 나를 깨우는 빛
본문: 에베소서 5장 8-14절
본문: 에베소서 5장 8-14절
찬송: 502장 빛의 사자들이여
찬송: 502장 빛의 사자들이여
말씀의 문을 열며
말씀의 문을 열며
사순절의 다섯 번째 주일을 맞이했습니다. 주님의 고난과 십자가를 묵상하며 걸어온 지난 시간들 속에서, 우리 마음은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습니까? 혹시 우리 모습은 십자가라는 거대한 빛 앞에 서 있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영혼은 깊은 잠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닙니까?
어두운 방에 가만히 앉아 있을 때는 방안에 얼마나 많은 먼지가 떠다니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창틈으로 한 줄기 선명한 햇살이 비쳐 들 때, 비로소 우리 존재는 공기 중에 가득한 먼지들을 목격하게 됩니다. 빛이 오기 전까지 먼지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단지 보이지 않았을 뿐입니다. 오늘 본문 14절은 영적 수면 상태에 빠진 우리 공동체를 향해 이렇게 외칩니다. "잠자는 자여 깨어서 죽은 자들 가운데서 일어나라 그리스도께서 너에게 비추이시리라." 여기서 '잠자는 자'란 단순히 육체적 휴식을 취하는 자가 아니라, 영적으로 마비되어 하나님의 임재를 느끼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이 말씀이 잠든 우리의 심령을 흔들어 깨우는 하늘의 경종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사순절은 단순히 과거의 죄를 자책하며 우울해하는 시간이 아닙니다. 우리 안에 도사린 어둠의 정체를 정직하게 직시하고, 그리스도의 찬란한 빛으로 다시 살아나는 '생명의 잔치'를 준비하는 시간입니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오늘 본문 8절은 우리 정체성에 대해 놀라운 선언을 합니다. "너희가 전에는 어둠이더니 이제는 주 안에서 빛이라."
우리는 8절에서 두 가지 중요한 단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에는'과 '이제는'입니다. 바울은 우리 인생을 향해 "빛을 좀 받았다"거나 "빛 근처에 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우리 존재 자체가 "빛"이 되었다고 선포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태도의 변화가 아니라 존재의 혁명입니다.
이 선언은 마태복음 5장에서 예수님이 산상수훈을 통해 주신 말씀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산 위에 있는 동네가 숨겨지지 못할 것이요"(마 5:14). 예수님은 우리 존재가 빛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이미 우리 신분이 빛이라고 선언하셨습니다. 빛은 그 본질상 감추어질 수 없습니다. 등경 위에 두어 온 집안사람에게 비치는 것이 빛의 운명입니다.
과거에 우리 모습은 '어둠' 그 자체였습니다. 하나님을 알지 못했고, 내 욕망의 그림자 속에 숨어 지내며 그것이 편안하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 우리 죄를 위해 십자가에서 대속의 죽음을 당하셨을 때, 우리 안의 어두운 유전자는 완전히 제거되었습니다. 이제 우리 심령 안에는 주님이 심어주신 '빛의 유전자'가 흐르고 있습니다.
빛은 단순히 어둠을 비추기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빛은 생명을 싹틔우고 열매를 맺게 합니다. 주님은 우리 모두를 세상을 변화시키는 '거룩한 누룩'으로 삼으셨습니다. 누룩이 가루 서 말 속에 들어가 형체도 없이 사라지는 것 같지만 결국 전체를 부풀게 하듯이, 우리 안에 임한 이 빛은 결코 개인의 변화로만 끝나지 않습니다. 반드시 밖으로 흘러넘쳐 "모든 착함과 의로움과 진실함"이라는 열매를 맺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 정체성이 빛이 된 것은, 이제 우리 삶을 통해 또 다른 어둠을 빛으로 전염시키기 위함입니다. 우리 자신은 더 이상 어둠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빛이 임하면 어둠은 떠나가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듯, 그리스도의 빛을 소유한 우리가 가는 곳마다 어둠의 권세는 물러가게 되어 있습니다.
삭개오의 전향
삭개오의 전향
이 '빛의 전염성'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 바로 여리고의 세리장 삭개오입니다. 그는 당시 사회에서 단순한 죄인이 아닌 '어둠의 권세’ 그 자체를 상징하는 인물이었습니다. 세리장이라는 직함은 로마 제국의 지배 아래에서 동족의 고혈을 짜내어 자신의 부를 축적하는 착취의 최정점에 서 있다는 의미였습니다. 그의 돈은 이웃의 눈물이었고, 그의 권력은 동족을 팔아넘긴 배신의 대가였습니다.
삭개오의 인생은 타인을 지배하고 누르는 삶이었습니다. 그는 높은 세관 자리에 앉아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세금을 매기며 타인의 삶을 통제하는 데 익숙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영혼은 지독한 갈증과 어둠 속에 갇혀 있었습니다. 돈으로 채워지지 않는 허무함, 사람들의 멸시라는 그림자가 그의 인생을 짓누르고 있었습니다. 삭개오는 지배하는 자였으나 동시에 자신의 탐욕에 지배당하는 노예였습니다.
어느 날, '참 빛'이신 예수님이 그 어둠의 요새를 찾아오셨습니다. 주님이 뽕나무 위에 숨어있던 그의 이름을 부르시며 "삭개오야 속히 내려오라"고 말씀하셨을 때, 삭개오의 인생에는 전무후무한 영적 지각변동이 일어났습니다. 주님은 삭개오를 정죄하거나 비난하지 않으셨습니다. 대신 그 어두운 집의 문턱을 넘으시며 "내가 오늘 네 집에 유하여야 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빛이신 주님이 그 집에 들어가시자, 삭개오가 그토록 소중히 여겼던 '돈의 가치'는 한순간에 그 빛을 잃었습니다. 지배하고 군림하던 세리장의 어둠이, 주님의 조건 없는 용납과 사랑이라는 빛 앞에 녹아내린 것입니다. 본문 13절이 말씀하듯 "드러나는 것마다 빛"이 되었습니다. 주님의 빛이 비치자 삭개오는 더 이상 타인을 착취하여 배를 채우는 사람이기를 거부합니다. 그는 즐거이 선포합니다. "내 소유의 절반을 가난한 자들에게 주겠사오며, 누구의 것을 속여 빼앗은 일이 있으면 네 갑절이나 갚겠나이다." 지배하던 자가 베푸는 자로, 어둠의 아들이 빛의 전령으로 거듭난 복음적 전염의 사건입니다.
우리 모습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역시 각자의 '여리고'에서 나만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이용하고, 은밀한 욕망으로 누군가를 상처 주며 살아왔던 삭개오들이 아닙니까? 우리 속에 있는 작은 권력으로 누군가를 조종하려 하고, 나의 옳음을 증명하기 위해 타인을 깎아내렸던 그 지배의 욕망이 우리 안에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오늘 우리 이름을 부르시며 우리 어두운 마음에 찾아오셨습니다. 그 빛 앞에 우리 모든 탐욕은 부끄러운 먼지가 되고, 이제 우리 모두는 삭개오처럼 새로운 삶을 꿈꾸게 됩니다.
가이사랴의 주교가 된 삭개오
가이사랴의 주교가 된 삭개오
성경은 삭개오의 이야기가 여기서 끝나는 것 같지만, 초대 교회의 전승은 그 이후의 가슴 벅찬 이야기를 우리 모두에게 들려줍니다. 삭개오는 그날의 결단으로 그저 '양심적인 세리'로 남은 것이 아닙니다.
초대 교부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트와 여러 전승에 따르면, 삭개오는 이후 사도 베드로의 가장 신실한 동역자가 되어 복음 전파의 길에 동참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훗날 팔레스타인의 로마 행정 중심지이자 이방 선교의 핵심 거점이었던 '가이사랴의 첫 번째 주교'로 임명되었습니다.
여기에 담긴 영적 의미는 매우 깊습니다. 가이사랴는 로마의 총독부가 있던 곳이며, 유대인과 이방인의 갈등이 가장 첨예했던 도시입니다. 과거에 로마의 하수인이 되어 동족을 괴롭히던 세리장 삭개오가, 이제는 그 로마의 심장부와 같은 도시에서 유대인과 이방인 모두를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품는 주교가 된 것입니다.
그는 이제 세금을 징수하는 자가 아니라 하늘의 은혜를 나누는 자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을 억압하던 지배자에서, 고통받는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영적 아버지가 된 것입니다. 삭개오의 변화는 단순히 '개인의 선행'에 머물지 않고, 한 도시 전체의 상처를 치유하는 '거룩한 누룩'이 되었습니다. 동족을 배신하던 어둠의 과거가, 이제는 모든 민족을 품는 빛의 미래로 바뀌었습니다. 그가 주교로서 보여준 삶은 '낮아짐'과 '섬김' 그 자체였습니다. 지배하던 손은 이제 축복하는 손이 되었고, 착취하던 입술은 이제 위로와 소망을 선포하는 도구가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중앙교회 성도 여러분, 이것이 바로 오늘 본문이 우리 모두에게 촉구하는 "빛의 자녀들처럼 행하라"는 말씀의 실제적인 열매입니다. 주님은 오늘 여러분 각자를 여러분의 가정과 일터, 그리고 이 사회로 파송된 '이 시대의 삭개오 주교'로 부르셨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가정에서 '낮아짐의 주교'입니다. 삭개오가 뽕나무에서 내려왔듯이, 여러분이 먼저 여러분의 자존심과 고집의 자리에서 내려오십시오. 가족들 위에 군림하고 내 뜻을 관철하려던 지배의 어둠을 버리고, 삭개오가 주교로서 양 떼를 섬겼듯 가족들의 발을 씻겨주십시오. 우리 삶이 먼저 낮아질 때, 그 가정에는 그리스도의 평화라는 빛이 임하게 될 것입니다.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바로 빛의 열매를 맺는 시작입니다.
또한 여러분은 여러분의 일터와 마을에서 '공의와 섬김의 주교'입니다. 삭개오가 착취하던 손을 펴서 가난한 이들을 도왔듯이, 여러분의 손을 펴서 소외된 이들과 고통받는 이웃을 돕는 일을 시작하십시오. 동족을 팔아넘기던 냉혈한 삭개오가 모든 이를 품는 주교가 되었듯, 여러분 또한 나만의 유익을 넘어 공동체의 유익을 구하는 자가 되십시오. 나쁜 것은 전염이 빠르지만, 거룩한 빛의 전염은 더욱 강력합니다. 여러분 한 사람이 정직하게 행하고 겸손하게 섬길 때, 여러분의 일터에 만연한 어둠의 관행들은 하나둘씩 빛으로 변화될 것입니다.
우리 스스로는 때로 "나 같이 연약한 사람이 어떻게 세상을 비추겠느냐"고 묻습니다. 그러나 기억하십시오. 주님은 삭개오의 완벽함을 보고 그를 주교로 세우신 것이 아닙니다. 그의 어둠 속에 찾아온 주님의 빛이 그를 그렇게 만들어 가신 것입니다. 그 동일한 빛이 지금 여러분의 삶을 비추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주님의 빛 안에 거하기만 한다면, 우리 역시 삭개오처럼 모든 어둠을 이기고 세상을 품는 빛의 사명자가 될 수 있습니다. 삭개오가 가이사랴를 변화시켰듯이, 여러분의 섬김이 이 지역사회를 밝히는 거룩한 등불이 될 것입니다.
말씀의 문을 닫으며
말씀의 문을 닫으며
본문 10절은 권면합니다. "주를 기쁘시게 할 것이 무엇인가 시험하여 보라." 삭개오가 주교로서 매일의 삶 속에서 주님의 뜻을 구하며 양 떼를 보살폈듯이, 우리 모두도 매 순간 우리 선택을 주님의 빛 앞에 가져가야 합니다.
"이것이 주님을 기쁘시게 하는 일인가? 이것이 삭개오처럼 낮아지는 길인가? 이것이 타인을 비추는 빛의 열매인가?"
우리 인생은 여전히 연약합니다. 사순절의 길을 걷는 동안(천국에 가는 그날 까지)에도 과거의 세리장 같은 욕망이 우리 주변을 유혹할 것입니다. 누군가보다 높아지고 싶고, 나를 과시하고 싶은 어둠의 본능이 불쑥불쑥 고개를 들 것입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뽕나무에서 내려와 주님을 만났던 그 감격을 기억하십시오. 가이사랴의 주교가 되어 온 힘을 다해 모든 사람을 품고 사랑했던 삭개오의 그 빛나는 뒷모습을 기억하십시오.
사랑하는 우리 중앙교회 성도 여러분, 그리스도의 빛이 지금 우리를 깨우고 계십니다. 잠에서 깨어나십시오. 어둠의 일을 벗어 던지고 빛의 갑옷을 입으십시오. 이번 한 주간, 우리가 머무는 모든 곳에서 삭개오처럼 낮아지고 섬기며, 그리스도의 찬란한 빛을 전염시키는 승리의 삶을 사는 우리 중앙교회 모든 성도님들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합니다.
거둠의 기도
거둠의 기도
사랑과 빛의 근원이신 하나님 아버지, 사순절의 깊은 묵상 가운데 우리를 불러주시고, 그리스도의 보혈로 어둠이었던 우리를 빛으로 변화시켜 주시니 참으로 감사합니다.
주님, 우리는 여전히 빛보다 어둠의 익숙함 속에 잠들어 있을 때가 많음을 고백합니다. 우리 안에 도사린 지배의 욕망과 은밀한 어둠을 이 시간 빛 되신 주님 앞에 모두 내려놓습니다. 뽕나무 위에서 삭개오를 부르셨던 그 음성으로 오늘 우리의 이름을 불러 주시옵소서. 우리 인생의 문턱을 넘으셔서, 우리 심령 속에 웅크린 모든 탐욕과 미움의 그림자를 말끔히 씻어 주시옵소서.
삭개오가 지배하던 자에서 섬기는 자로, 동족을 착취하던 자에서 가이사랴의 영혼들을 품는 주교로 변화되었던 것처럼, 우리 또한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거룩한 변화를 시작하게 하옵소서.
가정에서 낮아짐의 주교가 되게 하시고, 일터에서 정직과 공의를 전염시키는 주교가 되게 하옵소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거룩한 누룩이 되어, 우리가 머무는 모든 곳이 그리스도의 빛으로 충만해지는 역사가 일어나게 하옵소서.
사순절 기간 동안, 무엇이 주님을 기쁘시게 하는 일인지를 매 순간 분별하며 살아가길 원합니다. 잠에서 깨어나 빛의 갑옷을 입고, 십자가의 사랑을 세상에 비추는 참된 빛의 자녀가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우리를 어둠에서 불러내어 기이한 빛에 들어가게 하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간절히 기도하옵나이다.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