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서 성령님 새로 나게 하소서. 그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오랜만에 뵈니 더 반갑고 좋습니다.
여러분은 하느님을 사랑하시나요?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사랑한다는 게 참 두루뭉술하고 추상적으로 느껴져서 어렵지요. 오늘은 이와 관련된 제 이야기를 하나 나누면서 시작할까 합니다.
제가 신학교 1학년 때 있었던 일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사제 서품을 받으려면 신학교에서 10년 동안 공부도 하고 수련도 해야 하지요. 1학년 때 이제 갓 입학해서, 뭔가 잘 모를 때 있었던 일입니다. 방학 때 신학교를 떠나서 집에서 지냈습니다. 집에서 자고, 본당에 가서 미사를 하고 그랬지요.
어느날 미사를 드리려고 집을 나서는데 어머니께서 저를 붙잡고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다. “형이 지금 열이 많이 난다. 그러니까 약국에 가서 해열제 좀 사 와라.” 그 말씀을 듣고 생각을 해 보는데, 집에서 약국까지 거리가 좀 있었습니다. 약국에 가서 약을 사서, 집에 와서 약을 드리고, 그러고 다시 성당에 간다. 그 시간을 계산해 보니 미사에 늦을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미사를 못 드릴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신학생이 미사를 빠진다. 그건 아주 큰일이거든요. 그래서 주임신부님한테 혼날 거, 선배 학사님한테 혼날 거 생각하니 좀 고민이 되었습니다. 미사를 못 드리더라도 약국에 가서 약을 사 와야 하나? 아니면 일단 미사를 드리고 생각해야 하나? 이런 갈등이었지요. 어쨌거나 약국에 가서 해열제를 사 오긴 했는데, 막 어머니한테 짜증도 내고 화도 내었던 그런 기억이 납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나를 사랑하면 내 계명을 지킬 것이다.” 그리고 예수님의 계명은 무엇이냐, “서로 사랑하라”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예수님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먼저 우리 서로 사랑하라는 것이지요. 예수님을 사랑한다면 봉헌금을 더 내고, 교무금을 더 내고, 이런 것이 아니라 먼저 서로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그 안에서 예수님을 향한 사랑이 더 커지고 확실해진다는 것이지요.
만약에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간다면, 저는 주저 없이 약을 먼저 사 올 것 같습니다. 나의 형을, 나의 가족을 사랑함으로써 예수님을 향한 사랑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잘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 특별히 내가 먼저 사랑을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떠올려 보십시오. 그런 사람들도 내가 사랑하면서 이를 통해서 예수님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기억하시면서, 이번 한 주간도 예수님을 사랑하며 지내시면 좋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