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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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리의 믿음

본문: 요한복음 16장 25-33절

찬송: 401장 주의 곁에 있을 때

말씀의 문을 열며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혈압이나 당뇨 환자분들을 보면 병원 안에서는 참으로 믿음 좋은 신실한 환자가 됩니다. 의사 선생님 앞에만 서면 그분들은 누구보다 의사의 말을 잘 듣는 모범생이 됩니다. "선생님, 오늘부터는 짜고 달게 먹지 마십시오. 특히 찌개 국물은 절대 드시면 안 됩니다."라는 신신당부를 들을 때, 환자들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네, 선생님, 오늘부터는 무조건 싱겁게 먹고 믹스커피도 끊겠습니다."라고 굳게 결심합니다. 머리로는 의사의 말이 백번 옳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자신의 건강을 위해 그렇게 하겠다고 스스로 장담까지 합니다.
그러나 병원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그들의 의지는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집에 돌아와 식탁에 앉아 보글보글 끓는 김치찌개를 보는 순간, 병원에서 가졌던 굳은 결심은 온데간데없어집니다. "에이, 음식을 맛으로 먹지 소금 맛으로 먹나."라며 나도 모르게 간장을 슬그머니 더 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습관적으로 믹스커피의 달콤한 유혹에 손을 뻗으며 "딱 한 잔인데 뭐 어때."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합니다. 머리로는 알지만 몸과 의지가 따라주지 않는 것, 이것이 비단 그분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인간이 가진 솔직하고도 아픈 한계입니다.
오늘 본문에 등장하는 제자들의 모습이 이와 같습니다. 예수님은 요한복음 12장부터 지금까지 제자들에게 마지막 고별 설교를 하시며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 그리고 성령의 오심에 대해 반복해서 말씀하셨습니다. 제자들은 그 깊은 영적인 의미를 다 이해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본문 30절에서 "우리가 지금에야 주께서 모든 것을 아시는 줄 아나이다. 이로써 하나님께로부터 나오심을 우리가 믿사옵나이다."라고 호언장담합니다. 자신들은 이제 주님의 말씀을 다 깨달았고, 주님을 향한 확고한 믿음이 생겼다고 스스로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주님은 그들의 조급한 확신 뒤에 감추어진 완전한 실패를 이미 보고 계셨습니다. 오늘 말씀을 통해 우리 자신의 연약한 의지에 뿌리박은 가짜 믿음의 실상을 정직하게 마주하고, 세상을 이기신 예수 그리스도라는 영원한 기초 위에 우리의 참된 믿음을 다시 세우는 은혜를 나누고자 합니다.

우리는 장담하나 쉽게 무너집니다.

우리는 머리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장담하지만 막상 환난과 유혹 상황에 놓이게 되면 너무나 쉽게 무너지는 연약한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자들은 자신들이 이제 예수님의 비유를 다 이해했으며, 그분이 하나님께로부터 오신 분임을 확신한다고 고백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고백은 십자가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모래성처럼 허물어질 얕은 수준의 확신에 불과했습니다. 예수님은 31절에서 제자들에게 "이제는 너희가 믿느냐?"라고 반문하셨습니다. 이 질문은 제자들의 믿음을 칭찬하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 믿는다고 말하지만 그 믿음이 얼마나 믿음인지를 알고 있느냐는 엄중한 경고였습니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더 이상 오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오해" 속에 자주 빠지곤 합니다. 그러나 내가 더는 오해하지 않는다는 오해만큼 애처로운 오해는 없습니다. 지금 제자들이 바로 이런 애처로운 오해 속에 있습니다.
제자들이 주님을 다 이해했다고 믿었을 때, 사실 그들은 십자가의 고난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우리 역시 평안할 때는 산도 옮길 만한 믿음이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당장 농사가 뜻대로 되지 않거나 자녀에게 작은 문제만 생겨도 하나님을 원망하며 밤잠을 설치는 것이 우리의 실상입니다.
32절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이 당장 오늘 밤이 지나기 전에 다 각각 제 곳으로 흩어지고 주님을 혼자 둘 것을 예고하셨습니다. 주님과 함께 죽겠노라고 장담했던 베드로도, 주님의 말씀을 다 깨달았다고 외쳤던 제자들도 예외는 없었습니다. 환난이라는 실전 상황이 닥치자 그들의 머릿속 지식은 몸의 공포를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제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머리로는 성경을 배우고 거룩하게 살겠다고 다짐하지만, 현실의 유혹 앞에서는 믹스커피 한 잔의 유혹을 참지 못하듯 너무나 쉽게 죄에 무너지고 마는 존재입니다.
주님은 우리의 이러한 체질과 무능을 이미 다 알고 계십니다. 우리가 얼마나 비겁해질 수 있는지, 얼마나 이기적인 존재인지 주님은 한 번도 잊으신 적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님은 제자들을 내쫓지 않으셨습니다. 우리의 믿음은 결코 우리 자신의 의지력에 기초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믿음이 우리의 노력과 결단에 달려 있다면, 우리는 평생 자책과 절망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주님은 우리가 무너질 것을 아시면서도 우리를 여전히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고 계십니다.

우리는 예수님 안에서 평안합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의 처참한 실패를 예언하신 바로 다음 순간, 도저히 믿기지 않는 위로를 선포하셨습니다. 33절 말씀에서 주님은 "이것을 너희에게 이르는 것은 너희로 내 안에서 평안을 누리게 하려 함이라. 세상에서는 너희가 환난을 당하나 담대하라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주님은 도망갈 제자들을 꾸짖지 않으시고 오히려 그들에게 평안을 약속하셨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붙잡아야 할 복음의 핵심입니다.
우리가 누리는 평안은 세상의 문제가 해결되어서 오는 평안이 아닙니다. 또한 우리가 죄를 하나도 짓지 않고 완벽한 믿음의 생활을 해서 얻는 평안도 아닙니다. 이 평안의 근거는 오직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고 선포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완전한 승리에 있습니다. 헬라어 원어에서 '이기었노라'에 해당하는 '네니케카'는 이미 승리가 확정되어 현재까지 그 효력이 미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세상 임금인 사탄은 죽음과 정죄의 화살로 우리를 위협하며 여전히 주인 노릇 하려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로 그 통치권은 이미 박탈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참된 믿음우리가 얼마나 잘 믿는가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붙들고 계신 주님이 누구신가를 바라보는 것입니다. 우리가 평안할 수 있는 유일한 비결은 우리의 능력이 아니라, 세상을 이기신 예수 안에 거하는 것입니다. 주님은 우리가 환난 중에 담대하기를 원하십니다. 여기서 '담대하라'는 말은 두려움이 전혀 없는 상태를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두렵고 떨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며 이미 승리하셨음을 믿고 다시 한 걸음을 내딛는 용기를 의미합니다.
주님은 우리의 연약함을 돕기 위해 우리를 고아처럼 버려두지 않으시고 보혜사 성령을 우리 마음에 보내어 주셨습니다. 성령 하나님은 우리가 식탁 위의 사소한 유혹 앞에 결단이 무력해지는 환자의 모습처럼 영적으로 넘어질 때마다 우리를 비웃지 않으시고, 주님의 말씀을 다시 생각나게 하십니다. 우리가 실패의 웅덩이에서 자책하고 있을 때, 성령님은 우리 마음에 구원의 빛을 비추어 주시며 "괜찮다, 다시 일어나라, 주님이 이미 이기셨다."라고 격려하십니다. 우리가 끝까지 믿음의 경주를 완주할 수 있는 것은 성령 하나님께서 우리의 연약한 손을 꼭 붙잡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말씀의 문을 닫으며

사랑하는 중앙교회 성도 여러분, 우리의 참된 믿음은 나의 흔들리는 생각이나 주먹을 불끈 쥐는 의지력을 믿는 것이 아닙니다. 작은 유혹 앞에서도 넘어지는 무력한 우리 자신을 신뢰하는 것이 아닙니다. 진짜 믿음은 나의 연약함과 비겁함을 정직하게 고백하면서도, 나를 위해 십자가에서 승리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성령의 도우심으로 끝까지 붙드는 것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세상 속에 살고 있으며, 그 속에서 여러 가지 환난과 유혹을 만날 것입니다. 때로는 내 믿음이 가짜인 것 같아 괴로울 때도 있을 것이며, 하나님 앞에 고개를 들 수 없을 만큼 부끄러운 실수를 저지를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오늘 주님의 음성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너희가 내 안에서 평안을 누리게 하려 함이라. 담대하라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
우리의 실패가 주님의 승리를 결코 뒤집을 수 없습니다. 우리의 연약함이 주님의 사랑을 끊을 수 없습니다. 이미 승리하신 주님 안에 거하며, 성령님이 주시는 평안으로 하루하루를 담대하게 살아내시기를 바랍니다. 삶의 소소한 유혹 앞에서도 번번이 넘어지는 우리를 품어주시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 거함으로써, 세상의 어떤 환난 중에도 하늘의 평안을 누리며 끝까지 승리하는 우리 중앙교회 모든 성도님들 되시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거둠의 기도

참 좋으신 아버지 하나님, 우리의 결단과 의지가 얼마나 나약하고 쉽게 무너지는지 주님 앞에 정직하게 고백합니다. 머리로는 주님을 사랑한다고 말하고 머리로는 주님의 뜻대로 살겠다고 다짐하지만, 막상 삶의 현장에서 작은 유혹과 시련만 만나도 주님을 잊어버리고 내 욕심대로 살았던 우리의 가짜 믿음을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제자들이 주님을 버리고 도망갈 것을 다 아시면서도 끝내 그들에게 평안을 약속하시고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고 격려하셨던 주님의 그 크신 사랑에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더 이상 내 힘과 내 의지를 믿으며 자책하고 낙심하는 자리에 머물지 않게 하여 주시옵소서. 오직 세상을 이기신 예수 그리스도라는 반석 위에 우리의 믿음을 굳게 세워 주시옵소서.
세상 임금 사탄이 정죄의 화살을 쏘며 우리를 위협할 때마다, 이미 십자가에서 사탄의 머리를 짓밟으신 예수님의 승리를 선포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어떤 형편에 처하든지 예수 안에 거함으로써 세상이 줄 수 없는 평안을 누리게 하시고, 성령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날마다 담대하게 세상을 이기며 살아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우리 중앙교회 모든 성도들의 가정을 지켜 주시고, 농사일과 일터 위에도 주님의 평강이 가득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넘어질 때마다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시고, 마침내 믿음의 승리자로 우리를 인도하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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