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고별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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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예수님의 고별 준비

본문: 요한복음 17장 6-19절

찬송: 430장 주와 같이 길 가는 것

말씀의 문을 열며

세상을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확실히 아는 사람이 남기는 마지막 말에는 그 사람의 온 생애를 관통하는 가장 간절한 염원이 담기게 마련입니다. 오늘 우리가 마주한 요한복음 17장은 십자가라는 거대한 희생의 사역을 바로 눈앞에 두신 예수님께서 이 땅에 홀로 남겨질 제자들을 향해 쏟아내신 피 끓는 대제사장적 기도입니다.
주님은 이제 아버지가 계신 곳으로 돌아가시지만, 제자들은 여전히 거친 풍랑이 일렁이는 세상 속에 남아있어야 했습니다. 주님은 그들이 세상의 거센 물결에 휩쓸려 천국 백성의 정체성을 잃어버릴까 염려하셨습니다. 그래서 주님은 그들을 위해 '하나 됨'과 '거룩함'이라는 두 가지 위대한 유산을 기도로 남기셨습니다.
이 고별의 기도는 오늘날 우리가 붙들어야 할 가장 강력한 신앙의 원리이기도 합니다. 주님께서 눈물로 준비하신 이 메시지를 통해, 우리가 세상 속에서 어떤 존재로 살아가야 하는지, 그리고 우리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참된 방향이 무엇인지 깊이 깨닫는 은혜의 시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하나 됨은 세상으로 흩어지는 것

오늘 본문 11절을 보면 예수님은 “나는 세상에 더 있지 아니하오나 그들은 세상에 있사옵고 나는 아버지께로 가옵나니 거룩하신 아버지여 내게 주신 아버지의 이름으로 그들을 보전하사 우리와 같이 그들도 하나가 되게 하옵소서” 라고 기도를 하십니다.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이 간구하신 하나 됨은 단순히 같은 장소에 모여있는 물리적 결합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성부와 성자와 성령 하나님께서 인격적으로 온전히 연합하신 것과 같이, 우리 역시 그리스도의 사명 안에서 하나가 되는 영적 연합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흔히 하나 됨을 생각할 때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똘똘 뭉쳐서 우리만의 안전지대를 만드는 것으로 오해하곤 합니다. 하지만 주님이 말씀하신 참된 하나 됨은 우리끼리의 울타리를 견고하게 쌓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울타리를 허물고 세상으로 흩어지기 위한 연합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흩어짐에 대해서 분명하게 18절에서 “아버지께서 나를 세상에 보내신 것 같이 나도 그들을 세상에 보내었고”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시목에서 외남으로 넘어가는 길에 농어촌공사에서 만들어 놓은 큰 저수지가 있습니다. 크기가 도초 내 다른 저수지를 합친 것보다 더 크게 보입니다. 그 저수지 하나면 도초 내의 논과 밭에 충분히 물을 댈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수지의 존재 이유는 필요할 때 물을 흘려 보내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만약 저수지가 아무리 많은 물을 가두어 놓았어도 그것을 수로로 흘려 보내지 않는다면 그 물은 쓸모없는 물에 불과합니다.
저수지의 존재 목적은 물을 가두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가뭄의 때에 그 물을 논과 밭으로 흘려보내 곡식을 살리는 데 있습니다. 만약 저수지가 물을 가두기만 하고 수로를 열지 않는다면, 그 물은 시간이 흐를 수록 썩게 되고 들녘의 곡식들은 타들어 갈 수밖에 없습니다.
교회도 이와 같습니다. 우리가 우리끼리만 좋고 우리끼리만 편안한 공동체로 남으려 한다면, 그것은 생명력을 잃어버린 고인 물과 다를 바 없습니다. 주님이 우리에게 주신 하나 됨의 은혜는 우리 안에서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라는 들녘을 향해 수로를 열고 흘러나가야 하는 생명수입니다.
초대교회 성도들 역시 “땅끝까지 이르러 증인이 되라”(행 1:8)는 주님의 명령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예루살렘이라는 익숙하고 편안한 저수지(울타리) 안에만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들은 그 안에서 뜨겁게 예배하고 교제하며 행복해했습니다. 예수님이 하셨던 18절의 기도와 승천하실 때 하신 명령을 초대교회는 잊어 버렸습니다. 하나님은 그들이 저수지에 갇힌 물처럼 머물러 있는 것을 원치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그때 하나님께서는 스데반 집사의 순교와 박해라는 아픈 사건을 통해서라도 그들의 울타리를 강제로 허무시고 사방으로 흩으셨습니다. 초대교회의 흩어짐은 순교와 박해의 결과로 나온 사건이 아니라 사실 오늘 예수님의 기도가 응답된 사건이었습니다. 제자들은 흩어져서 가는 곳마다 복음의 생수를 흘려보냈을 때, 비로소 예루살렘을 넘어 사마리아와 이방 땅까지 수많은 영혼이 살아나는 위대한 생명의 역사가 성취되었습니다.
하나 됨은 결코 다른 사람들이 들어 오지 못하는 높은 울타리를 만드는 도구가 아닙니다. 그것은 다른 이의 부족함을 나의 넉넉함으로 채워주고, 서로를 용납하며 세상 속으로 함께 걸어 들어가는 사명적 전진입니다. 우리가 서로를 향해교회 밖을 향해 마음의 수로를 열고 주님의 사랑을 흘려보낼 때, 우리 공동체는 세상이 감당할 수 없는 강력한 복음의 통로가 될 것입니다. 우리 중앙교회가 물을 가두기만 하는 저수지가 아니라, 이 지역 사회의 마른 땅을 주님의 보혈로 적시는 생명의 수로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거룩함은 진리로 세상을 이기는 것

이제 오늘 본문 15절을 보면 “내가 비옵는 것은 그들을 세상에서 데려가시기를 위함이 아니요 다만 악에 빠지지 않게 보전하시기를 위함이니이다”라고 예수님이 기도하십니다.
주님은 제자들이 험한 세상에서 겪을 고난을 아셨기에 그들을 세상에서 완전히 데려가 달라고 기도하실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님은 그렇게 하지 않으셨습니다. 제자들은 세상 속에 남아 소금과 빛의 역할을 감당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대신 주님은 그들이 '악에 빠지지 않게' 해달라고 간구하셨습니다. 여기서 본문에서 예수님이 말씀하신 악은 단순히 ‘나쁘다’ 같은 추상적인 어떤 무언가가 아니라 , 우리를 타락시키려 집요하게 공격하는 '악한 자', 즉 마귀를 뜻합니다.
오늘날 우리를 위협하는 마귀의 활동은 과거 초대교회 시절처럼 국가적인 조직적 탄압으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훨씬 더 교묘하고 부드러운 방식으로 우리 마음에 침투합니다. 그것은 바로 물질만능주의, 자기중심주의, 그리고 영적 무감각과 같은 세상의 가치관들입니다. 우리가 밭에 정성껏 씨를 뿌려도 잡초를 제때 뽑아내지 않으면 곡식이 결코 자라지 못하듯, 마귀는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도 깨닫지 못하도록 우리 마음 밭에서 생명의 말씀을 빼앗아 가고 그 자리에 세상의 가치관이라는 독초를 심어놓습니다.
이 치열한 영적 농사에서 승리하는 유일한 비결은 오직 진리의 말씀으로 우리의 허리띠를 띠고(엡 6:14) 세상과 구별되는 거룩함을 유지하는 것뿐입니다. 거룩함은 세상을 등지고 산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거룩함은 세상의 한복판에 살면서도 세상의 풍조에 휩쓸리지 않는 강력한 영적 저항력입니다. 이미 주님께서는 십자가에서 모든 죄를 사하셨고, 무덤에서 부활하심으로 악의 근본인 죽음의 권세를 깨뜨리셨습니다. 주님은 스스로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요 14:6)라고 선포하셨으며, 그 진리의 말씀만이 우리를 모든 거짓된 가치로부터 자유롭게 만들어 줍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을 깊이 묵상하고 그 말씀대로 살아가려 몸부림칠 때, 우리 안에는 세상이 줄 수 없는 거룩한 구별됨이 나타납니다. 우리가 말씀대로 살기 위해 애쓰는 그 순간, 지식으로만 알던 하나님은 우리가 땀 흘려 일하는 일터와 가정에서 살아계신 분으로 생생하게 우리 곁에 다가오십니다. 그러므로 진리의 말씀으로 무장한 성도는 세상의 물질적인 유혹 앞에서도 비굴하지 않으며, 이기적인 가치관 속에서도 희생과 사랑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주님께서 고별 기도를 통해 우리에게 기대하신 거룩한 승리의 삶입니다. 우리 중앙교회 성도들이 날마다 말씀의 검을 들고 우리 마음의 잡초를 베어내며, 진리의 빛으로 세상을 압도하는 거룩한 백성으로 살아시기를 축복합니다.

말씀의 문을 닫으며

이제 말씀을 맺겠습니다.
예수님의 고별 준비는 남겨진 자들을 향한 끝없는 신뢰와 사랑의 확증이었습니다. 주님은 우리가 세상 속에 있으나 세상에 속하지 않은 영광스러운 존재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셨습니다. 우리는 이제 주님이 남겨주신 기도의 응답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만의 울타리를 허물고 세상으로 흩어져 생명의 복음을 흘려보내는 축복의 통로가 되어야 합니다. 또한, 진리의 말씀으로 우리 자신을 날마다 거룩하게 구별하여 세상의 악한 가치관을 이겨내야 합니다.
우리가 저수지의 물을 흘려보내는 수로가 될 때, 이 땅의 메마른 영혼들이 살아나고 우리 교회는 더욱 건강한 생명력을 얻게 될 것입니다. 세상이 주는 거짓 평안에 안주하지 말고, 주님이 주시는 참된 평안과 기쁨으로 사명의 길을 당당히 걸어가야 합니다. 주님은 지금도 보좌 우편에서 우리를 위해 기도하고 계시며, 성령님을 통해 우리와 끝까지 함께 하십니다. 세상 속에서 참된 하나 됨을 이루고 진리의 말씀으로 날마다 승리하며 주님의 이름을 영화롭게 하는 우리 중앙교회 모든 성도님들 되시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거둠의 기도

참 좋으신 아버지 하나님, 주님이 십자가의 고난을 바로 앞에 두시고 홀로 남겨질 제자들과 우리들을 위해 흘리셨던 그 간절한 사랑의 기도를 기억합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우리끼리만 편안하고 안주하는 이기적인 저수지가 되어 은혜를 가두어만 두지는 않았는지 돌아보며 회개합니다. 이제는 우리 중앙교회가 은혜의 문을 넓게 열고, 영적 수로를 통해 우리 이웃과 지역 사회의 마른 들녘으로 복음의 생수를 막힘없이 흘려보내는 흩어지는 교회가 되게 하여 주옵소서.
매일의 삶의 자리에 교묘히 돋아나는 세상의 물질주의와 자기중심적인 가치관이라는 영적 잡초를 진리의 말씀으로 끊어내게 하옵소서. 오직 진리의 영이신 성령의 능력으로 우리를 붙들어 주셔서, 세상 속에 살되 세상에 물들지 않는 거룩한 성전으로 우리를 보전하여 주옵소서.
고된 농사일과 일상의 무게 속에서도 주님이 주시는 참된 기쁨과 평안을 충만히 누리게 하시고, 끝까지 믿음의 길을 걸어갈 소망을 더하여 주실 줄 믿사오며, 우리의 영원한 진리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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