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하 15장 24-37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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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여기 있사오니

본문: 사무엘하 15장 24-37절

찬송: 425장 주님의 뜻을 이루소서

오늘은 사무엘하 15장 24-37절 말씀을 가지고 여기 있사오니란 제목으로 함께 말씀을 묵상하려 한다.
아들 압살롬의 갑작스러운 반역으로 기약 없는 피난길에 오른 다윗은 하나님의 임재를 상징하는 언약궤를 눈앞에서 마주한다. 본문은 인생의 위기 절정에서 언약궤를 예루살렘으로 돌려보내며 하나님의 절대적인 주권을 인정하는 다윗의 위대한 신앙과, 위기를 돌파해 나가는 그의 냉철한 지혜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24-26절은 '하나님을 도구로 삼지 않는 성숙한 순종'을 말한다.
“25 왕이 사독에게 이르되 보라 하나님의 궤를 성읍으로 도로 메어 가라 만일 내가 여호와 앞에서 은혜를 입으면 도로 나를 인도하사 내게 그 궤와 그 계신 데를 보이시리라”
제사장 사독과 레위인들이 하나님의 언약궤를 메고 피난 행렬에 동참하자 다윗은 그것을 예루살렘으로 도로 메어 가라고 명령한다. 과거 이스라엘 백성들이 전쟁터에 언약궤를 부적처럼 들고 나갔다가 비참하게 빼앗겼던 뼈아픈 실패를 생생하게 기억했기 때문이다. 다윗은 자신의 안전과 무너진 왕권 회복을 위해 하나님의 거룩한 임재를 종교적으로 도구화하는 위선을 단호하게 거부한다. 그는 제사장 사독에게 내가 여기 있사오니 선히 여기시는 대로 행하시라는 위대한 순종의 고백을 남긴다.
우리의 삶의 터전과 일터에 예기치 못한 갑작스러운 위기가 찾아올 때, 우리는 하나님을 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려 한다. 내가 원하는 결과를 미리 정해두고 하나님을 마음대로 조종하려는 무례한 태도를 멈추어야 한다. 내 인생의 모든 주권이 오직 하나님께 있음을 고백하며 그분의 공의로운 처분에 나 자신을 온전히 맡기는 성숙한 순종이 필요하다.
27-29절은 '사명의 자리를 지키는 은밀한 준비'를 말한다.
“27 왕이 또 제사장 사독에게 이르되 네가 선견자가 아니냐 너는 너희의 두 아들 곧 네 아들 아히마아스와 아비아달의 아들 요나단을 데리고 평안히 성읍으로 돌아가라
다윗은 제사장 사독에게 예루살렘 성안으로 돌아가라고 명령하며 그를 향해 선견자라고 부른다. 히브리어 원어성경을 보면 이 단어는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는 영적인 지도자라는 뜻과 함께, 상황을 똑똑히 살피고 감시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동시에 지닌다. 다윗은 사독에게 제사장의 영적인 통찰력을 가지고 성안에 들어가 압살롬의 동향을 은밀하게 살피는 눈이 되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다윗은 제사장들을 성안의 은밀한 첩보원으로 심어두고 자신은 광야 들판의 나루터에서 소식을 기다리기로 결정한다. 이는 하나님의 도우심을 철저하게 신뢰하면서도 자신이 처한 현실에서 감당해야 할 실제적인 방책을 결코 멈추지 않는 성숙한 태도이다.
우리는 삶에 시련이 닥치면 기도를 핑계 삼아 현실의 책임을 방치하는 영적인 나태함에 빠지기 쉽다. 참된 신앙은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손길을 믿는 동시에 내게 주어진 현실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머리를 맞대고 길을 찾는 것이다. 우리가 서 있는 일터와 삶의 터전에서 성실하게 일상의 사명을 완수하며 하나님의 일하심을 차분히 기다리는 영적 예민함을 날마다 유지해야 한다.
30-37절은 '간절한 기도와 지혜로운 행동의 동행'을 말한다.
“31 어떤 사람이 다윗에게 알리되 압살롬과 함께 모반한 자들 가운데 아히도벨이 있나이다 하니 다윗이 이르되 여호와여 원하옵건대 아히도벨의 모략을 어리석게 하옵소서 하니라”
다윗은 올리브 산을 울며 올라가다가 가장 신뢰했던 참모 아히도벨이 반역에 가담했다는 비참한 소식을 듣는다. 이 참담한 관계의 갈등신뢰의 위기 앞에서 다윗은 아히도벨의 모략을 어리석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한다. 그러나 다윗은 기도한 후에 가만히 앉아 초자연적인 기적만을 기다리지 않는다. 산 정상에서 만난 신실한 친구 후새를 기도의 응답으로 여기며 즉시 압살롬의 진영으로 돌려보내 아히도벨의 지혜를 무력화하라는 비밀 임무를 부여한다. 하나님의 주권적인 섭리는 우리의 맹목적인 게으름이나 요행을 통해 나타나지 않는다. 하나님의 섭리는 간절히 기도하는 이들의 지혜로운 실천과 눈물 어린 땀방울을 통해 이 땅의 역사 속에 세밀하게 이루어진다.
삶의 사방이 가로막힌 위기의 때에 우리는 기도의 무릎을 꿇는 동시에 주님이 보내주신 사람들과 지혜롭게 동역해야 한다. 기도는 내 손을 놓고 방관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따라 우리가 일상의 현장에서 치열하게 움직이게 만드는 기폭제이다. 나에게 주신 삶의 지혜와 관계의 끈을 소중히 여기며 묵묵히 순종의 발걸음을 내디딜 때 하나님의 구원 역사가 비로소 완성된다.
다윗은 언약궤를 돌려보내며 하나님의 주권을 시인했고 간절하게 기도하는 동시에 친구 후새를 예루살렘으로 보내어 인생 최대의 위기를 극복한다. 우리의 삶에 찾아오는 수많은 시련 앞에서도 우리는 하나님을 내 도구로 삼지 않고 그분의 절대적인 주권에 우리의 모든 생사를 전적으로 맡겨야 한다. 간절하게 기도의 무릎을 꿇는 동시에 우리에게 허락하신 삶의 지혜를 다해 주어진 일상의 헌신을 끝까지 완수할 때 주님은 무너진 삶의 자리를 반드시 일으켜 세우신다. 이 신실하신 하나님만을 의지하며 오늘도 우리의 삶의 터전에서 주님이 주시는 거룩한 평화를 묵묵히 일구어가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한다.
참 좋으신 아버지 하나님, 내 안위와 안정을 위해 하나님을 도구로 부리려 했던 우리의 얄팍하고 이기적인 신앙을 이 시간 고백하며 회개합니다.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 서 있을지라도 하나님의 절대적인 주권을 신뢰하며 "내가 여기 있사오니 선히 여기시는 대로 행하옵소서"라고 고백할 수 있는 영적인 단단함을 우리에게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주님, 날마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우리 도초중앙교회 모든 성도들의 가정과 삶의 터전을 기억하여 주시옵소서. 갑작스러운 위기와 감당할 수 없는 신뢰의 위기를 만나 올리브 산 정상에서 맨발로 눈물 흘리며 아파하는 성도들이 있다면 주님의 인자하신 품으로 위로하시고, 사방이 막힌 그곳에서 '친구 후새'와 같은 든든한 믿음의 동역자를 만나게 하옵소서. 기도의 무릎을 꿇는 동시에 우리에게 맡겨진 일터와 사명의 자리에서 지혜롭게 땀 흘리며 일상의 헌신을 감당하게 하시고, 힘겨운 육신의 질병과 고통 속에서 주님의 치유를 간절히 기다리는 환우들에게 거니시는 하나님의 놀라운 회복의 역사와 단비를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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