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라는 품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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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은혜라는 품 안에서
제목: 은혜라는 품 안에서
본문: 로마서 6장 1-14절
본문: 로마서 6장 1-14절
찬송: 421장 내가 예수 믿고서
찬송: 421장 내가 예수 믿고서
말씀의 문을 열며
말씀의 문을 열며
매일 머리를 맞대고 먹던 어머니의 따뜻한 집밥이 어느 날 아침 곁에 없을 때, 우리는 비로소 그 평범한 밥상에 담긴 눈물겨운 사랑과 헌신을 깨닫게 됩니다. 매일 아침 안방까지 스며들던 구수한 국 냄새와 갓 지은 밥 냄새는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객지 생활을 하거나 세월이 흘러 어머니가 더는 곁에 계시지 않게 될 때에야, 우리는 그 밥상 한 그릇을 차려내기 위해 어머니가 흘리셔야 했던 땀방울과 숨은 희생의 가치를 가슴 깊이 아파하며 깨닫게 됩니다. 이처럼 당연하게 거저 누리던 것들이 사실은 누군가의 숭고한 대가를 통해 주어진 가장 소중한 선물이었음을 깨닫는 순간, 우리의 완악했던 마음은 무너져 내리고 삶은 비로소 깊은 감사로 가득 차오르게 됩니다.
하나님의 가장 위대한 선물인 구원과 은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어떠한 노력이나 공로 없이 십자가의 보혈로 거저 의롭다 함을 얻다 보니, 오늘날 많은 그리스도인이 은혜를 너무나 값싼 것으로 오해하는 함정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우리가 아무런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 은혜가 아무런 가치도 없는 값싼 것이 결코 아닙니다. 우리가 거저 누리는 이 평안과 영원한 생명은,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 위에서 물과 피를 쏟기까지 아낌없이 내어주신 하나님의 가장 값비싼 사랑의 대가로 우리에게 주어진 고귀한 선물입니다.
우리는 이 놀라운 은혜의 삶을 매일의 삶 속에서 온전히 누리며 살아가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믿고 구원받았다고 하면서도 날마다 반복되는 죄의 유혹과 사소한 혈기 앞에서 무기력하게 무너질 때가 참 많습니다. "나는 왜 이리 변하지 않을까, 왜 여전히 똑같은 연약함에 패배할까" 생각하며 가슴 깊은 곳에는 무거운 절망과 죄책감만 남게 됩니다. 그때마다 우리는 의지력을 쥐어짜며 더 노력하고 결단하려 이를 악물어 보지만, 그러한 인간적인 결심은 작심삼일로 끝나고 맙니다. 오늘 본문은 죄를 이기는 삶의 비결이 우리의 도덕적인 결단이나 율법적인 두려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그리스도 안에서 일어난 새로운 신분과 정체성을 바르게 깨닫고 은혜의 품 안에서 확신하는 데 있다고 우리를 따뜻하게 격려해 줍니다.
2. 그리스도와 함께 사는 새로운 생명입니다
2. 그리스도와 함께 사는 새로운 생명입니다
첫째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와 연합하여 옛 사람이 이미 죽고 새로운 생명으로 다시 태어난 자들입니다. 사도 바울은 로마서 6장 전체를 통해 우리가 더 이상 죄의 권세 아래 짓눌려 살아가는 노예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거듭 선포합니다. 본문은 우리의 정체성을 이렇게 명확하게 선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알거니와 우리의 옛 사람이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것은 죄의 몸이 죽어 다시는 우리가 죄에게 종 노릇 하지 아니하려 함이니" (로마서 6:6)
여기서 말하는 우리의 옛사람은 아담의 후손으로서 죄의 지배를 받으며 정욕대로 살아가던 거듭나기 전의 연약한 자아 전체를 뜻합니다. 성경은 우리의 부패한 옛사람이 이미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에서 '이미 단번에 죽었다'고 선언합니다. 점진적으로 서서히 죽어가는 것이 아니라, 이미 완전히 숨을 거두고 무덤에 묻혀 장례식까지 완벽하게 끝난 일이라는 뜻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의 인생은 십자가를 기점으로 완전히 다른 두 권의 책으로 나뉘게 됩니다. 제1권은 죄와 정죄, 심판으로 가득 찬 비참한 노예의 인생입니다. 그러나 이 책의 마지막 장은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 위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영원히 종결되었습니다. 이어서 펼쳐지는 제2권은 예수님의 부활과 함께 시작된, 완전히 새로운 신분과 영원한 생명으로 가득 찬 자녀의 인생입니다.
1863년 미국의 모든 흑인 노예가 자유인으로 해방되었을 때의 일입니다. 법적으로 노예 제도는 철폐되었고 손발을 묶었던 쇠사슬은 끊어졌습니다. 완벽한 자유인의 신분을 얻었지만, 평생을 노예로 살아왔던 수많은 이들은 여전히 자신들에게 주어진 자유를 온전히 누리지 못했습니다. 저 멀리서 거칠게 걸어오는 옛 주인의 목소리만 들려도 본능적인 두려움 때문에 온몸을 부르르 떨며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말았습니다. 옛 주인이 호통을 치며 물 한 잔을 가져오라고 명령하면, 신분상으로는 완벽한 자유인이었음에도 과거의 비참한 습성에 사로잡혀 벌벌 떨며 물을 떠다 바쳤습니다. 해방된 이들이 물을 떠다 바친 것은 여전히 노예여서가 아니라, 이미 바뀐 자유인의 신분을 온전히 마음에 받아들이고 누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마귀는 수시로 우리 마음에 찾아와 옛 죄의 습관을 흔들며 정죄하지만, 우리의 인생 책 제1권인 죄의 노예 시절은 이미 폐기되었습니다. 유혹의 옛 주인이 거친 목소리로 우리를 부를 때, 우리는 이미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로 자유를 얻은 자녀라는 정체성을 잊어버리고 여전히 노예처럼 떨며 유혹의 요구에 굴복하곤 합니다. 그래서 바울은 이 해방의 사실을 우리의 마음에 믿음의 도장으로 꾹 찍어 확정하라고 권면합니다.
"이와 같이 너희도 너희 자신을 죄에 대하여는 죽은 자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께 대하여는 살아 있는 자로 여길지어다" (로마서 6:11)
우리는 더 이상 죄에 끌려다니는 노예가 아닙니다. 우리의 감정이나 눈앞의 형편을 바라보지 않고, 십자가의 완전한 승리를 믿음으로 바라볼 때 우리는 죄의 유혹에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참된 평안과 자유를 누리게 됩니다.
3. 하나님의 선한 손길에 우리를 맡겨 드립니다
3. 하나님의 선한 손길에 우리를 맡겨 드립니다
둘째로, 우리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죄의 무기가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로운 손길에 사랑의 도구로 온전히 내어 드려야 합니다. 비록 우리가 예수 안에서 구원받아 자유인이 되었음에도, 우리 안에 여전히 죄의 거센 욕망이 일어나는 것은 사실입니다. 은혜의 통치 아래 들어왔지만, 우리 육신의 옛 습관 속에는 여전히 패배한 죄의 잔당들이 숨어서 수시로 우리 마음을 어지럽힙니다. 이 영적인 소란 속에서 우리가 해야 할 믿음의 결단을 바울은 분명하게 명령하고 있습니다.
"또한 너희 지체를 불의의 무기로 죄에게 내주지 말고 오직 너희 자신을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난 자 같이 하나님께 드리며 너희 지체를 의의 무기로 하나님께 드리라" (로마서 6:13)
우리 큰집 부엌에는 아주 오래되어 닳아버린 부엌칼이 한 자루 있습니다. 언제부터 그 자리에 있었고 언제부터 사용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하지만, 돌아가신 할머니께서 매일 손에 쥐고 사용하시던 그 칼을 큰어머니가 이어받으셨고, 이제는 대를 이어 형수가 주방에서 그 칼을 쥐고 음식을 만듭니다. 오랜 세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숫돌에 갈고 닦아가며 음식을 차려냈던 탓에, 어릴 때 보았던 크기보다 확연하게 작아지고 가늘어진 손때 묻은 칼입니다. 비록 너무 많이 닳고 낡아서 언뜻 보기에는 볼품없어 보이지만, 그 칼은 지금도 여전히 온 가족의 하루를 먹여 살리는 가장 소중하고 따뜻한 주방의 도구로 귀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우리의 지체를 하나님께 의의 도구로 드린다는 것은 바로 이 닳아진 부엌칼처럼 우리 자신을 하나님의 손에 온전히 맡겨드리는 삶을 뜻합니다. 우리는 스스로의 도덕적 결심이나 율법적인 노력만으로는 결코 죄의 유혹을 이길 수 없습니다. 평생을 주님과 가정을 위해 눈물로 헌신하며 살아오느라 우리의 육신은 약해지고, 뼈마디는 굵어졌으며, 마음마저 닳아 작아진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세월의 풍파 속에 작아지고 초라해진 나 자신을 바라보면 낙심과 죄책감이 찾아옵니다.
그러나 낙심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창고 구석에 버려진 낡은 칼은 스스로 깨끗해질 수 없지만, 온화하고 지혜로운 농부와 같은 주님의 손길이 우리를 붙잡으시면 사정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비록 닳고 닳아 보잘것없는 우리 인생일지라도, 주님의 따뜻한 사랑의 손길 위에 우리 자신을 있는 그대로 올려놓기만 하면 주님은 우리를 통해 오늘도 연약한 이웃을 위로하고 생명을 먹이는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도구로 사용해 주십니다. 죄를 짓지 않으려고 주저앉아 쩔쩔매는 것이 아니라, 나를 살려주신 십자가의 사랑에 감사하여 내 낡아진 손발과 입술을 하나님의 선한 손에 맡겨 드릴 때, 우리를 흔들던 어둠의 정욕은 힘을 잃고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됩니다.
4. 말씀의 문을 닫으며
4. 말씀의 문을 닫으며
사랑하는 우리 중앙교회 성도 여러분, 우리가 구원받아 하나님의 거룩한 자녀가 되고 이 자리에 나와 예배할 수 있는 평안은 결코 당연하게 얻어진 결과가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아낌없이 내어주신 가장 값비싼 사랑의 대가로 맺어진 은혜의 열매입니다.
하늘 아버지는 오늘도 일상의 연약함과 죄의 유혹 앞에 넘어지고 낙심하여, 옛 노예의 모습으로 돌아가 떨고 있는 우리를 향해 괜찮다고 말씀하시며 따뜻하게 안아 주십니다. 우리는 더 이상 심판과 두려움의 법 아래에 있지 않고, 우리를 결코 정죄하지 않으시는 은혜의 법 아래에 있는 존귀한 하나님의 자녀입니다.
날마다 이 놀라운 사랑의 확신을 가슴에 품고, 주님이 주시는 참된 위로와 평강 속에 죄를 이기며 승리하는 우리 중앙교회 모든 성도님들 되시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