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1장 8-12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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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서로 도움과 섬김
제목: 서로 도움과 섬김
본문: 로마서 1장 8-12절
본문: 로마서 1장 8-12절
찬송: 220장 사랑하는 주님 앞에
찬송: 220장 사랑하는 주님 앞에
사도 바울이 로마 교회의 성도들을 간절히 만나고자 열망했던 표면적인 이유는 그들에게 유익한 영적 선물을 나누어 주고 그들과 주님 안에서 영적 교제를 나누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바울에게 있어서 최종 목적지는 로마가 아니었다. 로마서 15:23-24, 28 을 보면 서바나로 가고 돌아오는 길 가운데 로마를 거처간다고 말하고 있다.
바울이 말하는 서바나는 오늘날 스페인과 포르투칼이 있는 이베리아 반도이다. 1세기 지중해 문명권 사람들에게 서바나는 단순히 지리적으로 먼 영토 이상의 우주론적 상징성을 지녔다. 당시 로마인들은 스페인 북서부 해안의 절벽 끝자락을 라틴어로 '피니스 테레(Finis Terrae)', 즉 '지구의 최종 한계선'이라 불렀다. 사나운 대서양의 검은 파도가 깎아지른 듯한 절벽 아래에서 소용돌이치는 광경을 목격하며 고대인들은 경외감과 공포를 느꼈다. 그곳 너머에는 오직 암흑만이 존재하며 인간의 발길이 닿을 수 없는 세계의 진정한 끝이라고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바울에게 서바나 선교는 단순히 사역의 확장이 아니라, 부활하신 주님의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하신 사도행전 1장 8절 의 명령이 지리적으로 완전히 성취되는 역사적 순종의 절정이었다. 바울은 이 장엄한 대업을 감당하기 위해 로마 교회를 든든한 파송 기지이자 배후 지원 기지로 삼고자 로마 방문을 열망했던 것이다.
이 위대한 선교의 대업을 감당하기 위해, 바울은 로마 교회가 흔들리지 않는 믿음의 기초 위에 세워지기를 사모하며 '어떤 신령한 은사'를 나누어 주기를 갈망했다. 본문 11절에서 언급한 신령한 은사는 개인의 종교적 우월함을 증명하는 초자연적인 신비주의 체험을 의미하지 않는다. 성경의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이 은사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모든 이에게 차별 없이 주어지는 '하나님의 복음'이자 절대적인 단수형의 선물인 '영생'을 뜻한다. 사도로서 구원의 영광스러운 소식을 다시 선포하여 로마 성도들의 믿음의 골조를 견고하게 세우는 것이 그가 마땅히 감당해야 할 영적 의무였다.
그러나 본문이 드러내는 진짜 은혜의 반전은 이어지는 12절의 고백에 있다. 바울은 일방적으로 영적 시혜를 베풀며 가르치는 독선적인 스승의 태도로 성도들 앞에 서지 않았다. 그는 온전히 고개를 숙이며 "너희와 나의 믿음으로 말미암아 피차 안위함을 얻으려 함이라"고 고백한다. 여기에 사용된 헬라어 동사 '심파라클레테나이'는 신약성경 전체에서 오직 이 본문에서만 단 한 번 사용된 일회적 단어로, '함께 격려를 나누고 피차 위로를 얻다'라는 강력한 상호의존적 의미를 내포한다.
소아시아와 유럽 대륙을 복음의 능력으로 뒤흔들었던 위대한 거장 사도 바울이라 할지라도, 거친 박해와 끊임없는 외로움이 도사리는 사역의 최전선에서 바울의 영혼 역시 깊이 고갈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바울에게는 이름도 알지 못하는 로마 교회 성도들의 소박한 예배 처소, 그곳에서 성도들이 예수를 고백하며 흘리는 눈물과 믿음의 발걸음을 통해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재확인하고 따뜻한 영적 위로와 힘을 얻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했다.
바울의 이같은 고백은 결국 기독교의 신앙생활은 결코 고독한 영웅의 독무대가 아니다. 거대한 하나님의 구원 사역과 땅끝을 향한 선교의 여정과 교회 공동체는 소수의 뛰어난 능력을 지닌 카리스마적 인물의 힘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우리는 서로에게 영적인 도움을 공급하고 겸손히 섬겨야만 살아갈 수 있는 신비로운 그리스도의 한 몸이다.
내가 낙심하여 기도의 끈을 놓치고 눈물로 밤을 지샐 때, 내 곁에서 묵묵히 기도의 자리를 파수하며 부르짖는 형제의 소박한 기도 소리가 내 영혼의 호흡을 다시 살려내는 은혜의 통로가 된다. 내가 사탄의 정죄와 실패감 속에서 고통받을 때, 나의 연약함을 아무런 대가 없이 따뜻하게 환대해 주는 공동체의 자비로운 손길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살아계신 주님의 얼굴을 대면한다. 교회는 고독한 종교적 성취를 자랑하는 곳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 사건을 공동으로 경험하고 증언하는 언약적 친교 공동체다.
주님께서 내 옆에 세워두신 평범한 지체 한 사람 한 사람이 곧 나를 살리기 위해 보내신 하나님의 가장 강력한 은혜의 수단이다. 내 옆의 지체가 믿음으로 존재할 때 비로소 하나님의 은혜는 우리 안에서 완전해지며, 우리는 그 연대 속에서 주님의 일을 능히 감당한다.
나 혼자서는 절대로 이 거친 세상의 유혹을 이겨낼 수도 없고, 주님이 주신 거룩한 땅끝 사명을 끝까지 감당할 수도 없다. 우리는 서로가 있어야만 비로소 온전한 한 몸을 이루는 믿음의 동역자들이다. 오늘도 내 곁에 허락하신 믿음의 형제자매들을 깊이 사랑하고, 서로의 도움과 섬김 속에서 피차 위로를 주고받으며 하나님의 아름다운 교회를 견고히 세워가는 복된 삶을 살아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