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를 거두신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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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시를 거두신 사랑

본문: 요한복음 19장 1-16절

찬송: 265장 주 십자가를 지심으로

말씀의 문을 열며

우리는 삶의 예배를 드리는 매일의 자리에서 스스로를 꽤 선량하고 평범한 사람이라고 믿으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우리 내면의 가장 깊은 곳을 정직하게 들여다보면, 자신의 안전이나 이익을 위협받는 순간에 얼마나 쉽게 무정하고 이기적인 존재로 돌변하는지 깨닫게 됩니다. 우리 역시 일상의 아주 사소한 순간에도 나를 지키기 위해 남에게 가시 돋친 말을 건네고 씻을 수 없는 아픔을 남기는 연약한 죄인입니다.
오늘 함께 나누는 요한복음 19장 1-16절 까지의 말씀은 빌라도의 법정에서 일어난 인간의 지독한 죄성의 실상과, 바로 그 참담한 죄인들의 한복판에서 우리의 모든 허물을 대신 담당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적 은혜를 증언합니다. 본문의 흐름을 따라가며 우리는 우리를 채찍질하고 다그치는 정죄의 법정이 아니라, 우리 인생의 모든 고통을 덮으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완전한 구원과 승리의 선포를 마주하게 됩니다. 이 찬란한 하늘의 소식은 메마른 우리의 심령을 기쁨으로 채워 주며, 고단한 하루를 버틸 힘을 공급합니다. 이 은혜가 우리 삶에 가득합니다.

고통을 체휼하신 예수님

예수님은 우리 죄의 채찍질과 조롱의 고통을 온몸으로 받아내신 참된 인간이십니다.
본문 1절부터 5절을 보면 빌라도는 유대 백성들의 가라앉지 않는 분노를 무마하기 위해 예수님을 데려다가 처참한 로마식 채찍질을 가했습니다. 로마 군인들은 가죽 끝에 날카로운 쇠붙이와 뼈 조각이 무수히 달린 채찍을 휘둘렀고, 주님의 살점은 사방으로 찢겨 나가며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었습니다. 그들은 그것으로도 모자라 주님의 머리에 날카롭고 억센 대추야자 가시로 엮은 관을 씌우고 사정없이 박았으며, 주님의 성스러운 얼굴은 흐르는 피로 범벅이 되었습니다. 군인들은 낡은 자색 옷을 입히고 손에 갈대를 쥐여주며 거짓 왕으로 조롱했고, 조소를 보내며 거듭 주님의 뺨을 때렸습니다.
빌라도는 이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찢겨진 예수님을 성도들과 군중 앞에 세우며 "보라 이 사람이로다"(요 19:5b)라고 외쳤습니다. 빌라도의 이 말은 단순히 처참하게 일그러진 한 죄수를 보라는 의미를 넘어, 사실 사도 요한이 복음서를 읽는 우리에게 우리 인간이 당하는 모든 육체적이고 정서적인 고통을 완벽하게 짊어지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며 참 사람이신 예수님을 바라보라는 복음의 초대입니다.
예수님은 오늘 우리 성도들이 삶의 현장에서 겪는 육체의 노환과 뼈아픈 질병, 믿었던 이들에게 당하는 깊은 거절감과 배신의 아픔, 그리고 가슴을 짓누르는 수치심과 슬픔을 십자가 위에서 하나도 빠짐없이 몸소 겪으셨습니다.
조니 에릭슨 타다라 한 소녀는 얕은 물가에서 무모하게 다빙을 하다 사고를 당해 전신 마비되었습니다. 그러나 절망적인 전신마비의 고통 속에 갇혀 울부짖던 조니 에릭슨 타다는 십자가에 꼼짝하지 못하고 매달려 계신 예수님의 모습을 보며 무한한 위로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스스로 손가락 하나조차 움직일 수 없던 비참한 순간에, 십자가에서 완전히 묶이신 채 모든 고통을 감내하신 예수님이 자신의 처지를 그 누구보다 완벽하게 이해하고 공감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주님은 오늘날 모진 세파를 견디며 고단한 삶의 자리를 지키고 계시는 우리 성도님들의 눈물과 삶의 무게를 가슴으로 완벽하게 체휼하시고, 세상이 줄 수 없는 따뜻한 위로와 하늘의 평안으로 우리를 안아주십니다. 우리의 모든 아픔과 슬픔을 몸소 겪으신 주님의 그 찢겨진 두 팔은, 오늘 고단한 삶의 짐을 지고 살아가는 우리를 있는 그대로 품어주시고 가장 안전하게 보듬어 주시는 하나님의 따뜻한 사랑의 품이 되었습니다.
우리를 이해하시고 우리를 품어주시는 주님을 바보시며 언제나 하늘의 위로를 얻는 삶을 사시기를 바랍니다.

복음이신 예수 그리스도

복음은 자기를 지키려 진짜 왕을 버린 우리에게 오히려 구원과 평화를 선언하는 예수 그리스도라는 인격에 관한 선포입니다.
본문 12, 15b절을 보면 “12 이러하므로 빌라도가 예수를 놓으려고 힘썼으나 유대인들이 소리 질러 이르되 이 사람을 놓으면 가이사의 충신이 아니니이다 무릇 자기를 왕이라 하는 자는 가이사를 반역하는 것이니이다 15 가이사 외에는 우리에게 왕이 없나이다”라고 말씀합니다.
본문 12절과 15절을 보면 인간이 지닌 자기보호 본능이 만들어낸 가장 참담하고 비극적인 배교의 순간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당시 로마 제국의 가이사, 즉 티베리우스 황제는 말년에 극도의 의심증과 불안감에 시달리며 카프리 섬에 은둔한 채 철권통치를 휘두르고 있었습니다. 특히 황제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으며 제국의 실권을 쥐고 흔들던 권력자 세자누스가 반역죄로 급작스럽게 처형당하면서, 로마 전역은 밀고와 피바람을 동반한 대대적인 숙청 정국에 놓여 있었습니다. 세자누스의 천거로 유대 총독 자리에 올랐던 빌라도는 언제 자신에게 숙청의 칼날이 겨누어질지 모르는 극도로 위태롭고 삼엄한 정치적 벼랑 끝에 서 있었습니다. 사소한 불충의 혐의나 고발만 황제의 귀에 들어가도 목숨을 잃을 수 있었던 상황 속에서, 유대인들이 소리 지른 "이 사람을 놓으면 가이사의 충신이 아니다"(요 19:12)라는 말은 빌라도의 생명줄을 죄는 가장 잔인하고 치명적인 무기였습니다.
결국 빌라도는 자신의 지위와 생명을 보존하고자 무죄한 예수를 십자가 사형의 자리에 넘겨주는 비겁한 선택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대제사장들 역시 자신들의 기득권과 안전지대를 확실하게 담보하기 위해, 평소에는 그토록 증오하고 멸시하던 의심 많고 잔혹한 가이사 황제를 향해 "가이사 외에는 우리에게 왕이 없나이다"(요 19:15b)라는 비극적인 선언을 내뱉으며 하나님과의 언약을 영원히 찢어버렸습니다.
이 부끄러운 현장은 단순히 성경 속 인물들의 타락만을 폭로하지 않으며, 삶의 결핍과 풍랑을 마주할 때마다 주님의 통치를 신뢰하기보다 세상의 권력과 가이사를 왕으로 삼는 우리 안의 연약함을 비춥니다. 그러나 복음은 우리를 향해 비겁하게 타협하지 말라는 무거운 도덕적 훈계나 충고가 결코 아닙니다. 복음은 우리의 힘과 결단을 다그치는 법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우리의 죄와 사망의 세력을 완전히 정복하시고 영원한 승리를 거두셨다는 이루어진 소식입니다.
우리가 결코 놓치지 말아야 할 복음의 가장 중요한 사실은, 복음이 어떤 종교적 개념이나 교훈이 아니라 바로 예수 그리스도라는 거룩한 한 분의 인격이라는 사실입니다. 복음은 우리의 인생이나 희망이 주인공이 되는 무대가 아니며, 오직 온전한 사람이시며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님 한 분만이 가득한 선포입니다. 마땅히 하나님의 재판대 앞에서 신성모독과 영적 반역의 정죄를 받아야 할 우리를 대신하여, 예수님은 총독의 재판석 앞에서 우리의 모든 죄목을 고스란히 입으시고 도살장에 끌려가는 양처럼 침묵하셨습니다. 예수님이 우리 대신 하나님의 무서운 심판을 담당하셨기에, 이제 그 그리스도 예수의 인격 안에 거하는 우리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으며 오직 생명과 감사의 축복만이 가득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이 복음의 중심에 서 계신 예수 그리스도의 성취를 명확하게 바라보고 영접할 때, 비로소 우리의 상처 입은 삶과 가정과 일터의 꿈들은 그분의 승리 안에서 가장 찬란하게 새로워집니다. 주님만이 우리의 완전한 구원자이심을 영원토록 믿으시기 바랍니다.

말씀의 문을 닫으며

예수님은 자신들의 생존과 기득권을 위해 진짜 왕이신 주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악을 쓰며 외치던 그 잔인한 백성들을 위해 친히 물과 피를 쏟으셨고, 마침내 그들을 용서하시며 보혈로 산 완전한 승리를 우리에게 안겨 주셨습니다.
오래전 한인교회의 어떤 신실한 성도가 담임 목사님에게 사랑을 담아 편지를 보내며 안심하고 뜯어보라는 세심한 배려의 뜻으로 편지 겉봉에 '가시 없음'이라고 적어 보냈습니다. 친히 머리에 가시관을 쓰시고 인간의 모든 저주와 정죄의 가시를 소멸하신 예수님이 오늘 우리에게 보내신 사랑의 편지 겉봉에는 '너희 인생에 정죄와 심판의 가시는 영원히 끝났다'는 약속의 선언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를 끊임없이 책망하고 짓누르는 세상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이 기쁜 복음의 실체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삶의 참된 안식처이자 요새로 삼아야 합니다. 날마다 우리를 정죄하지 않으시고 끝없는 은혜로 안아주시는 십자가의 보혈을 깊이 묵상하며, 주님이 선물하신 완전한 안전지대 속에서 자발적인 기쁨과 뜨거운 감사의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다함이 없는 대속의 은혜와 승리를 삶의 무기로 삼아, 날마다 우리를 위해 다 주신 주님의 마음을 품고 복음의 영광에 합당한 감사의 풍성한 열매를 맺어가는 우리 중앙교회 모든 성도님들 되시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참으로 좋으신 주님만을 영원토록 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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