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3장 19-20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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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나님의 은혜

본문: 로마서 3장 19-20절

찬송: 494장 만세 반석 열리니

오늘은 로마서 3장 19-20절 말씀을 가지고 하나님의 은혜라는 제목으로 함께 말씀을 묵상하려 한다.
수많은 성도가 신앙생활을 해나가며 율법을 자신의 열심으로 채워야 할 종교적 체크리스트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율법은 인간의 노력으로 도달할 수 있는 행위의 목록이 아니라, 인간이 결코 넘을 수 없는 하나님의 거룩하고 완벽한 기준이다. 오늘 본문은 자신의 공로와 종교성을 포기하고 하나님 앞에서 모든 변명을 멈출 때 비로소 시작되는 복음의 완벽한 의를 명확하게 선언한다.
본문 19a절에서 사도 바울은 "우리가 알거니와 무릇 율법이 말하는 바는 율법 아래에 있는 자들에게 말하는 것이니"라고 선언한다. 여기서 원어적 의미의 '율법 아래에 있는 자들'이란 율법을 알지 못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율법을 소유하고 그 안에서 날마다 생활하며 지키려고 애쓰는 모든 종교인을 가리킨다. 율법을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이나 수십 년 동안 쌓아온 신앙의 경력이 하나님 앞에서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자격이 될 수는 없다. 도리어 율법을 깊이 접하면 접할수록 인간은 그 거룩한 법을 온전히 지킬 능력이 자신에게 없음을 정직하게 발견하게 된다.
우리는 자신이 이행한 종교적 의무나 봉사의 세월을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공로로 내세우려는 오만한 태도를 철저히 내려놓아야 한다. 내가 가진 직분이나 선행을 자랑거리로 삼는 순간 하나님의 은혜는 더 이상 은혜로 작동하지 못한다. 거룩한 율법 말씀 앞에서 자신의 어떠함도 주장할 수 없는 영적 빈곤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신앙의 출발점이다.
19b절에서 바울은 "이는 모든 입을 막고 온 세상으로 하나님의 심판 아래에 있게 하려 함이라"고 밝힌다. 성경에서 '모든 입을 막는다'는 것은 법정의 피고가 자신의 죄악에 대하여 더 이상 어떠한 변명이나 자기정당화도 할 수 없는 완전한 침묵 상태에 이르는 것을 의미한다.
율법의 참된 목적은 인간의 잘난 척을 차단하고 하나님의 엄위하신 공의 앞에 온 세상을 굴복시키는 데 있다. 우리의 구원의 길을 가로막는 가장 무서운 장애물은 사실 죄 자체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 행한 '선한 행위라는 환상'이다. 사람들은 죄가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성경은 내가 의롭게 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고 경고한다.
이 땅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종교성과 자기의라는 신기루에 눈이 멀어 곁에 흘러넘치는 은혜의 참된 샘물을 마시지 못하고 목말라 죽어간다. 오늘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내가 이만큼 헌신했으니 복을 주셔야 한다"는 식의 종교적 거래 의식을 회개해야 한다. 변명을 그치고 입을 다무는 거룩한 침묵 속에서만 비로소 하나님의 음성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바울은 20절에서 율법의 한계를 지적한다. "그러므로 율법의 행위로 그의 앞에 의롭다 하심을 얻을 육체가 없나니 율법으로는 죄를 깨달음이니라"고 단호히 선언한다. 여기서 '율법의 행위'는 자신의 모든 노력과 공로로 하나님 앞에 의롭다 함을 얻으려는 모든 자력 구원의 시도를 가리킨다. 하나님이 요구하시는 의는 백 퍼센트의 완벽함이기에 인간의 불완전한 행위로는 그 기준을 결코 채울 수 없다.
율법의 진짜 기능은 죄를 씻어주는 도구가 아니라, 얼굴에 묻은 얼룩을 사실대로 비추어주는 '거울'의 역할이다. 거울로 얼룩을 닦아낼 수 없듯이 율법을 지키려는 노력만으로는 죄의 더러움을 씻어낼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자신의 절망적인 상태를 깨닫고 자신의 의를 포기하는 종교성의 회개로 나아가야 한다. 내 손에 쥐고 있던 공로의 조각들을 내려놓고 빈손 들고 십자가 앞으로 나아갈 때,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완벽한 의가 우리에게 거저 주어진다.
율법의 거울 앞에서 자신의 비참함을 깨닫고 입을 다무는 침묵이야말로 하나님의 은혜가 시작되는 거룩한 통로이다. 나의 자격이나 공로가 아닌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완벽한 의만을 의지할 때 심판의 자리는 은혜의 보좌로 변화된다. 오늘 하루도 자기 의를 내세우는 교만을 버리고 빈손으로 주님의 십자가를 붙드는 복된 삶이 되기를 바란다. 거룩한 침묵으로 하나님 앞에 서서 주님이 거저 주시는 구원의 기쁨과 평안을 온전히 누리는 모든 성도가 되기를 간절히 축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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