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곤고로 말미암아(삿1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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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기 10장은 두 부분입니다. 앞부분 1절부터 5절까지는 돌라와 야일, 두 사사가 등장합니다. 화려한 전쟁 이야기도, 긴 설명도 없습니다. 그저 이스라엘을 구원하니라, 몇 년을 다스렸더라, 죽어 어디에 장사되었더라, 이게 전부입니다. 아비멜렉이라는 폭군이 나라를 피로 물들인 뒤에, 하나님은 이렇게 이름도 조용한 사람들을 통해 사십오 년의 평안을 주셨습니다. 요란하지 않아도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킨 섬김이, 하나님의 눈에는 구원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6절부터 분위기가 바뀝니다. 이스라엘이 다시 악을 행합니다. 이번엔 정도가 심합니다. 바알과 아스다롯은 물론이고, 아람, 시돈, 모압, 암몬, 블레셋, 주변 일곱 민족의 신들을 다 끌어다 섬깁니다. 그러니 하나님이 진노하셔서 그들을 블레셋과 암몬의 손에 파셨다고 합니다. 십팔 년을 짓눌립니다. 견디다 못한 이스라엘이 부르짖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버리고 바알을 섬김으로 범죄하였나이다.
여기서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늘 곧바로 구원자를 세우시던 하나님이, 이번엔 다르게 반응하십니다. 내가 애굽에서, 아모리와 암몬과 블레셋에게서, 시돈과 아말렉과 마온에게서 너희를 건졌거늘, 너희가 나를 버렸으니 내가 다시는 너희를 구원하지 아니하리라. 가서 너희가 택한 신들에게 부르짖어 그들이 너희를 구원하게 하라. 참 매정하게 들립니다. 그러나 이건 하나님이 정말 버리신 게 아닙니다. 위기 때마다 눈물로 부르짖다가, 위기가 지나면 다시 우상에게 돌아가던 그 얄팍한 회개를, 이번엔 뿌리까지 뽑으시려는 아버지의 사랑입니다.
그러자 이스라엘의 고백이 달라집니다. 15절입니다. 우리가 범죄하였사오니 주께서 보시기에 좋은 대로 우리에게 행하시려니와, 오직 오늘 우리를 건져내옵소서. 벌하셔도 좋습니다, 그래도 주님밖에 없습니다, 하는 겁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16절 앞부분입니다. 자기 가운데에서 이방 신들을 제하여 버리고 여호와를 섬기매. 드디어 말이 아니라 손이 움직였습니다. 우상을 실제로 치워버린 겁니다. 보니파티우스가 나무를 벤 것처럼 말입니다.
그때 성경은 이렇게 말합니다. 16절 마지막입니다.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의 곤고로 말미암아 마음에 근심하시니라. 여기 근심하시니라는 히브리어로, 그분의 마음이 짧아졌다는 표현입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고, 차마 볼 수 없다는 뜻입니다. 방금 다시는 구원하지 않겠다고 하셨던 그 하나님이, 자기 백성이 우상을 내려놓고 아파하는 걸 보시자, 그 아픔을 차마 견디지 못하시는 겁니다. 이게 우리 하나님입니다.
여러분,
다시는 구원하지 아니하리라고 하신 하나님과, 곤고로 말미암아 마음에 근심하시니라는 하나님, 이 둘은 어떻게 화해할 수 있습니까. 공의는 벌하라 하고, 긍휼은 품으라 합니다. 이 긴장은 사사기에서는 풀리지 않습니다. 그 긴장은 갈보리 언덕, 십자가에서 풀립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곤고를 차마 보지 못하셔서 아들을 보내셨습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질고를 지고 우리의 슬픔을 당하셨고, 우리가 마땅히 받아야 할 다시는 구원하지 않겠다는 그 선고를 대신 받으셨습니다. 사사기의 사사들은 잠깐 왔다 가는 구원자였지만, 예수님은 영원한 구원자이십니다. 오늘 우리가 손의 우상을 내려놓고 돌아갈 때, 이미 아들의 피로 우리를 품으신 아버지가 거기 계십니다. 그 품으로 돌아가는 복된 새벽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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