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4장 9-16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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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흔들리지 않는 약속, 차별 없는 은혜
제목: 흔들리지 않는 약속, 차별 없는 은혜
본문: 로마서 4장 9-16절
본문: 로마서 4장 9-16절
찬송: 310장 아 하나님의 은혜
찬송: 310장 아 하나님의 은혜
로마서 4장에서 사도 바울은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 즉 구원이 어떻게 시작되고 완성되는지 설명하기 위해 아브라함의 삶을 제시한다. 당시 바울을 대적하던 유대인들은 할례를 받고 율법의 조항들을 철저하게 준수하는 행위야말로 하나님의 구원받는 백성이 되는 유일하고 절대적인 조건이라고 신봉했다. 그들은 신앙의 혈통과 외적 의식을 구원의 자격증처럼 여겼다. 그러나 바울은 그들의 관념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명확한 역사적 사실을 선언한다. 성경의 기록을 깊이 살피면 아브라함이 하나님께 의롭다 하심을 얻은 시점은, 그가 할례라는 종교적 의식을 받기 훨씬 전이었으며 모세를 통해 율법이 주어지기 무려 400여 년 전의 일이었다. 사도 바울은 로마서 4장 16절 말씀을 통해 구원의 참된 본질을 선포한다. 구원은 인간의 종교적 의식이나 행위에 매여 있지 않고,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운 약속에 기초해 있다.
본문 로마서 4장 16절 상반절은 구원이 "은혜에 속하기 위하여 믿음으로 된다"고 분명히 밝힌다. 여기서 믿음의 조상이라 불리는 아브라함의 생애를 깊이 묵상해 보라. 하나님께서 그를 처음 부르셨을 때, 아브라함은 아무런 결점이 없는 거룩하거나 도덕적인 인물이 아니었다. 그는 그저 하란이라는 이방 땅에서 우상을 곁에 두고 살아가던 지극히 평범하고 연약한 한 노인에 불과했다. 그가 하나님 앞에 영웅적인 공로를 쌓았다거나 남다른 종교적 자격을 먼저 갖추었기 때문에 하나님의 택하심을 받은 것이 결코 아니다. 하나님은 그의 어떠한 조건보다 앞서 무조건적인 사랑과 은혜로 그를 먼저 찾아오셨다. 아브라함이 한 일은 오직 자신을 거저 찾아오신 하나님의 선행적 은혜의 약속을 믿음으로 받아들인 것뿐이었다. 만약 우리의 구원이 내가 드리는 열심이나 종교적 행위, 또는 선한 삶의 실적에 달려 있다면, 우리의 구원은 날마다 불안하고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나의 감정 상태나 행위의 성패에 따라 구원의 여부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원은 인간의 공로나 순종이 시작되기도 전에 먼저 선포된 하나님의 은혜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렇기에 구원은 나의 불완전함 때문에 결코 취소되거나 파기되지 않는 확고한 안전함을 가진다.
이어 바울은 하나님께서 믿음의 방식을 택하신 이유가 "그 약속을 그 모든 후손에게 굳게 하려 하심"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서 '굳게 하다'라는 표현은 결코 취소되거나 뒤엎어질 수 없도록 법적으로 확고하게 보장되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창세기 15장에서 하나님은 아브라함과 엄숙한 언약을 맺으신다. 당대 고대 근동 문화에서 언약식은 쪼갠 고기 사이를 두 계약자가 함께 걸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는 만약 약속을 어길 시에는 이 고기처럼 몸이 찢겨 죽임을 당해도 좋다는 목숨을 건 단호한 맹세였다. 그러나 어두운 밤, 쪼갠 고기 사이로 지나간 분은 아브라함이 아니었다. 연기 나는 화로와 횃불의 형상으로 하나님께서 홀로 쪼갠 고기 사이를 지나가셨다. 이는 약속을 지키는 책임과 의무를 인간의 불완전한 순종에 맡기지 않으시고, 하나님이 당신의 거룩한 생명과 신실한 성품을 걸고 구원의 약속을 완벽히 보장하셨음을 뜻한다. 아브라함이 100세가 되어 자신의 몸이 죽은 것 같고 사라의 태가 막힌 것을 알고도 소망을 가질 수 있었던 까닭은 자신의 인간적 가능성을 보아서가 아니라, 약속을 끝까지 이루시는 하나님의 신실하신 성품을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하나님의 이 은혜의 약속은 "율법에 속한 자에게뿐만 아니라 아브라함의 믿음에 속한 자에게도" 차별 없이 평등하게 열려 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의 이름을 '많은 민족의 조상', 즉 '열국의 아버지'로 바꿔 주셨다. 이는 아브라함의 구원이 특정 혈통이나 율법을 가진 유대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오직 믿음으로 나아오는 세상의 모든 이를 위한 구원임을 미리 선포하신 은혜의 사건이다. 율법은 우리에게 '사유지 출입 금지' 팻말과도 같다.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얼마나 허물 많고 경계선을 의도적으로 넘어간 범법자인지를 깨닫게 해줄 뿐, 우리 스스로 구원에 도달할 수 있는 생명의 능력을 주지 못한다. 그러나 십자가에서 완성된 하나님의 은혜는 세상이 만든 모든 경계선과 자격지심을 완벽하게 허물어 버린다. 혈통이나 과거의 허물, 종교적 업적의 유무와 상관없이 아브라함과 같은 믿음의 자취를 따르는 모든 자에게 하나님의 구원 약속은 차별 없이 유효하다.
구원은 나의 부족한 행위나 의식 이전부터 세워진 하나님의 무조건적인 은혜의 약속이다. 오늘날 우리가 교회 안에서 받거나 행하는 세례, 봉사, 직분 등은 구원을 얻기 위한 조건이나 자격증이 아니다. 그것은 이미 거저 주신 하나님의 거룩한 사랑과 구원의 은혜에 감사하여 드리는 외적 표지이자 감격스러운 사랑의 고백이다. 그러므로 나의 부족한 모습 때문에 스스로를 자책하거나 신앙적 절망에 빠지지 마라. 반대로 내가 행한 신앙생활의 업적을 자랑하는 오만함도 내려놓으라. 나의 행위나 자격을 바라보지 말고, 나를 먼저 찾아오시고 십자가에서 모든 약속을 완벽하게 완성하신 하나님의 신실하신 약속 위로 온전히 나아가라. 그 흔들리지 않는 은혜의 약속 안에서 참된 안식과 평안을 누리며, 세상 속에서 날마다 담대히 믿음의 길을 걸어가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