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6장 15-23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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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누구의 종인가

본문: 로마서 6장 15-23절

찬송: 322장 세상의 헛된 신을 버리고

현대인들은 스스로 자기 삶의 주인과 지배자가 되어 완전한 자유를 누리며 산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성경은 인간에게 영적인 중립 지대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인간은 피조물이기에 누구나 무언가에 매여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스스로를 자유롭다고 착각하는 순간에도 인간은 돈, 명예, 타인의 인정, 권력, 혹은 자기 통제의 욕망에 철저히 얽매여 종노릇하며 살아간다. 오늘 본문에서 사도 바울은 인간의 삶을 규정하는 두 가지 영적 신분을 명확하게 대조한다. 그것은 바로 '죄의 종'과 '의의 종'이다. 인간은 결코 중간 지대에 머무를 수 없으며 무언가의 종으로 살아간다. 내가 지금 어떤 주인을 섬기고 누구에게 순종하고 있는가에 따라 내 삶의 거룩한 열매와 최종적인 영원한 운명이 완전히 결정된다.
본문 15절에서 18절은 우리의 영적 신분이 어떻게 이동했는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과거에 우리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결코 그 사슬을 끊을 수 없었던 비참한 죄의 노예였다. 죄의 지배 아래에서 우리는 거룩함을 열망할 수도 없었고,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수도 없는 완전한 영적 파산자였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공로나 도덕적 자격을 보고 구원하신 것이 아니다.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피 흘리심을 통해 우리의 죄 값을 대신 치르시고 영적 소유권을 친히 가져오셨다. 이 수직적인 은혜의 선포로 말미암아 우리는 죄의 권세에서 완전히 해방되어 의의 종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그러므로 성도가 하나님께 바치는 거룩한 순종은 무거운 율법적 의무나 억지로 이행하는 부담이 아니다. 나 같은 죄인을 찾아오셔서 조건 없이 신분을 바꿔 주신 하나님의 구원 은혜에 대한 감격과 깊은 감사의 응답이다.
내 삶의 주인이 누구인가에 따라 일상에서 맺히는 통치의 열매 역시 완전히 달라진다. 19절에서 22절은 두 주인이 가져오는 삶의 결과를 극명하게 대조한다. 죄라는 악한 주인을 모시고 사는 삶은 겉으로는 자유롭고 화려해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 실상은 더러움과 불법에 자신을 내주어 결국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영적인 수치와 허무, 그리고 파멸로 몰아넣는다. 죄는 끊임없이 우리를 더 깊은 정욕의 노예로 만들어 갈 뿐이다. 반면에 하나님을 참된 주인으로 모신 삶은 전혀 다른 열매를 맺는다. 하나님의 은혜 아래 거하는 자는 거룩함에 이르는 순결한 삶의 열매를 맺기 시작한다. 하나님이라는 은혜로운 주님의 다스림 속에서 성도는 세상이 결코 줄 수 없는 참된 평안과 기쁨, 그리고 영혼의 자유를 비로소 누리게 된다.
바울은 마침내 23절에서 본문 전체의 논지를 하나의 엄숙하고 위대한 신학적 선포로 요약한다. "죄의 삯은 사망이요 하나님의 은사는 그리스도 예수 우리 주 안에 있는 영생이니라." 이 구절은 15절부터 22절까지의 모든 설명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는 본문의 정점이자 결론이다. 1세기 로마 사회에서 종의 법적 신분과 미래는 오직 그가 속한 주인의 지위와 운명에 전적으로 예속되었다. 주인의 운명이 곧 종의 운명이었다. 악한 주인인 죄는 종이 평생 수고한 대가로 지독하도록 정직하게 사망이라는 삯을 지불한다. 죄의 종으로 살아가는 삶의 최종 종착지는 결국 주인의 영원한 파멸과 동일하다. 그러나 은혜로우신 하나님은 다르다. 하나님은 종들에게 행위의 대가가 아닌, 감히 자격 없는 자에게 베푸시는 무조건적인 사랑의 선물로 영원한 생명을 베푸신다. 우리는 나의 공로나 업적으로 구원을 얻는 것이 아니다. 오직 영원한 생명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의 운명에 연합되어 영생을 소유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결코 스스로의 힘으로 운명을 개척하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가 속한 주인의 권세와 영원한 승리가 곧 우리 인생의 영원한 보장이 된다. 하나님께서는 사망을 삯으로 받는 죄의 종이었던 우리를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건져내어 영생을 누리는 의의 종으로 삼아 주셨다. 이 크신 사랑을 깨달은 성도는 매일의 삶 속에서 날마다 하나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 세상의 가짜 신들이 주는 달콤한 유혹과 거짓 자유의 목소리 앞에서 우리는 매일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나는 지금 누구의 종인가?" 사망의 길을 걷게 만드는 죄의 통치를 거부하고, 영생을 선물로 주시는 하나님의 거룩한 주권 아래 기쁨으로 순종할 때, 성도는 이 세상이 결코 흔들 수 없는 가장 안전하고 복된 영생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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