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7장 1-6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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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법의 굴레를 벗고, 사랑의 품으로

본문: 로마서 7장 1-6절

찬송: 303장 날 위하여 십자가의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마음이 무겁고 답답한 순간을 맞이한다. 매일 아침 "오늘도 하나님의 말씀대로 거룩하게 살아야지", "주님의 뜻에 순종하며 결백하게 행동해야지" 다짐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마다 말씀대로 결백하게 살겠노라 결단하지만, 돌아서면 죄에 넘어지고 무너지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하루가 저물어갈 때 마음속에 남는 것은 기쁨이 아니라 깊은 죄책감과 실패감이다. 말씀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 속에서 기도 자리에 나아가도 은혜를 누리기보다 미안함과 중압감이 먼저 마음을 누른다. 구원의 기쁨을 노래해야 할 신앙생활이 왜 어느 순간 버거운 과제이자 의무로 변해버린 것인가? 열심히 지키려고 애쓸수록 왜 하나님과의 관계는 친밀한 사랑이 아니라 부담스러운 율법의 집행처럼 느껴지는 것인가?
이러한 영적 답답함의 근본 원인은 우리가 하나님의 법을 대하는 방식과 태도에 있다. 존 스토트는 율법 자체는 거룩하고 선하며 완벽하다고 분명히 강조한다. 율법에 아무런 문제나 악이 있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율법의 기능적 한계에 있다. 율법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거룩한 삶의 완전한 기준을 제시하지만, 그 기준을 실제로 행할 수 있는 생명과 능력은 우리에게 조금도 주지 않는다. 율법은 연약한 우리에게 높은 기준을 보여주며, 우리가 그것을 어길 때마다 매섭게 지적하고 심판하는 냉혹한 감독관의 역할을 수행할 뿐이다.
더욱 절망적인 사실은 이 법의 구속력이 사람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절대로 끊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법은 살아 있는 사람에 대해서만 그 권한을 행사한다. 따라서 내 자신의 노력과 의지로 하나님의 기준을 만족시켜 정당성을 얻으려고 시도하는 한, 우리는 영원히 율법의 정죄와 죄책감의 굴레에서 탈출할 수 없다. 우리가 더 열심히 노력할수록 돌아오는 것은 더 큰 피로감과 절망뿐이다. 이것이 바로 자신의 행위로 하나님 앞에 서려는 도덕주의적 신앙의 비극이다.
바로 이 절망의 끝에서 사도 바울은 로마서 7장 4절 을 통해 위대한 복음의 반전을 선포한다. 바울은 한 여인이 남편과 맺은 법적 결혼 관계를 예로 든다. 남편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다른 이에게 갈 수 없지만, 남편이 죽으면 그 법적 속박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끊어지지 않는 율법의 엄격한 지배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성경이 말하는 해결책은 율법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죽는 것이다.
이 놀라운 사건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일어났다.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실 때, 그분을 믿는 우리 역시 그리스도와 완전히 연합하여 옛 율법에 대해 함께 죽었다. 나를 끊임없이 죄인이라 정죄하고 압박하던 율법과의 첫 번째 결혼 관계가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진 나 자신의 죽음으로 말미암아 법적으로 완벽하게 끝난 것이다. 십자가의 죽음으로 인해 율법의 정죄할 권한은 소멸되었다. 이제 옛 법은 더 이상 우리에게 어떠한 형벌을 내리거나 결박할 권리를 갖지 못한다.
이 신성한 단절은 단순한 해방에 그치지 않고 위대한 새로운 결합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우리는 나를 정죄하던 옛 남편인 율법에서 벗어나,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신 예수 그리스도와 새롭게 결합한 자가 되었다. 사도 바울이 선포한 이 새로운 결합은 신자의 근본적인 정체성 변화를 의미한다. 이제 신자는 더 이상 "벌받지 않으려고" 혹은 "하나님께 겨우 인정받으려고" 두려움과 불안 속에서 말씀을 지키는 자가 아니다. 나를 위해 목숨까지 내어주신 그리스도의 완벽한 사랑에 감격하여, 기쁨과 감사로 하나님을 섬기는 신부가 되었다.
따라서 신자의 순종은 겉으로 규정된 문자의 묵은 방식이 아니다. 성령께서 우리 마음에 새롭게 부어주시는 영의 새로운 능력으로 열리는 삶이다. 의무감으로 행하는 모든 도덕적 노력은 결국 타락하거나 좌절에 빠진다. 그러나 부활하신 주님과의 인격적인 결합에서 나오는 순종은 자발적인 사랑의 열매가 된다. 나를 완전하게 용납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깊이 깨달을 때, 우리는 강요나 공포가 아닌 자유와 감격으로 하나님을 향해 거룩한 열매를 맺게 된다.
이제 하나님과의 관계를 바라보는 영적 시선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오늘 하루 내가 얼마나 법을 잘 지켰는지 평가하며 스스로를 자책하거나 자랑하는 율법주의적 태도를 완전히 버려야 한다. 대신 나를 위해 십자가에서 모든 정죄를 담당하시고 완전한 의를 선물로 주신 그리스도의 완성된 구원을 바라보아야 한다. 율법의 엄격한 지배와 정죄는 이미 십자가에서 영원히 끝났다.
더 이상 두려움과 형벌의 공포에 끌려다니는 수동적인 신앙생활을 청산해야 한다. 나를 온전히 용납하시고 자기 신부로 삼으신 부활하신 주님의 사랑 안에서 당당하고 자유롭게 살아가야 한다. 하루하루를 과제가 아닌 기쁨으로 채우며, 성령이 주시는 감사와 자유로 하나님을 기쁘게 섬기는 유일한 신부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 이 놀라운 은혜의 자리에 서서, 날마다 주님과 동행하는 감격을 누리는 성도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복음이 우리에게 선물하는 참된 자유와 거룩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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