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7장 7-13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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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율법과 죄의 속임수

본문: 로마서 7장 7-13절

찬송: 288장 예수를 나의 구주삼고

인간의 마음속에는 참으로 기이하고 연약한 모순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 말라고 금지할수록 더 하고 싶어지고, 어떤 행위를 막아설수록 그 금지된 경계선 너머에 매료되는 비뚤어진 본성이다. 누군가가 "지금부터 절대로 코끼리를 떠올리지 마라"고 명령하는 순간, 마음속에는 오직 그 코끼리의 잔상만이 강렬하게 각인된다. 이것이 바로 부패한 인간 본성이 지닌 연약함이다. 거룩하고 정당한 금지가 제시될 때, 인간 내부의 죄성은 도리어 그 금지를 자극제로 삼아 더 큰 과도한 욕망을 불태운다.
오늘 본문 7절에서 사도 바울은 십계명의 제10계명인 "탐내지 말라"는 구절을 예로 들어 인간의 한계와 죄의 간교함을 정밀하게 폭로한다. 율법이 "탐내지 말라"고 명확히 선언하기 전까지 인간은 탐심이 얼마나 치명적인 죄인지 깨닫지 못한다. 그러나 율법이 내면의 잘못을 지적하고 죄짓는 것을 통제하려 드는 순간, 우리 안의 거친 자율적 욕망이 수면 위로 급격히 분출된다. 그렇다면 인간을 죄로 이끌고 끝내 사망에 이르게 만드는 원인이 하나님께서 베푸신 율법이냐는 질문을 하게 된다. 이같은 질문에 대해서 사도 바울은 13절에서 "결단코 그럴 수 없다"고 단호하게 선언한다.
본문 13절에 중간에 등장하는 "선한 그것"은 다름 아닌 하나님의 거룩하고 선한 율법을 가리킨다. 율법 자체는 하나님의 거룩하심과 공의하심을 반영하므로 지극히 온전하며 선하다. 문제는 율법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선한 율법을 자신들의 행악 도구로 악용하는 죄의 세력에 있다. 여기서 우리는 죄가 얼마나 간교하고 악랄하게 작동하는지 알아야 한다. 죄는 율법과 정면으로 대립하거나 다투지 않는다. 오히려 죄는 하나님이 주신 선한 율법을 자신들의 행동 교두보로 점령하여 교묘하게 악용한다.
죄는 율법이 선포한 거룩한 경계선을 역용하여 인간 안에 "하나님의 통치를 벗어나 네 마음대로 살아라"라는 불순종의 욕망을 부추긴다. 선한 율법을 무기로 삼아 인간을 속이고 결경 사망으로 몰아넣는 진짜 살인자는 율법이 아니라 바로 인격화된 죄의 세력이다. 율법은 살인자가 아니며, 죄가 하나님의 선한 장치를 왜곡하여 죽음의 도구로 악용한 것에 불과하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세상이 말하는 자유와 성경이 선포하는 참된 자유의 본질적 차이를 분별해야 한다. 세상은 '죄악 안에서 누리는 가짜 자유'를 갈망한다. 이것은 하나님의 법을 거절하고 피조물인 자신이 스스로 하나님의 자리에 오르려는 오만과 교만이다.
소년 시절 어거스틴은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단지 "금지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남의 집 배를 훔쳐 돼지에게 던져주었다. 그 행위의 뿌리에는 "내가 하나님처럼 되어 내 삶의 주권을 행사하겠다"는 오만한 자가적 욕망이 숨어 있었다. 자신이 하나님 노릇을 하려는 '죄악 안에서의 자유'는 실상 자기 우상숭배이며, 결국 비참한 죄의 종노릇과 사망으로 귀결될 뿐이다.
반면, 성경이 가르치는 진정한 해방은 '죄로부터의 참된 자유'이다. 이것은 자신의 완악함과 완전한 무능력을 정직하게 인정하고, 나를 사로잡던 죄의 권세에서 벗어나 오직 하나님의 은혜를 입는 상태이다. 율법은 우리가 얼마나 자력 구원이 불가능한 죄인인가를 깨닫게 함으로써 나의 도덕적 자만과 자기 의를 철저히 깨뜨린다. 하나님께서 율법을 주신 궁극적 목적은 우리를 죽이려는 것이 아니라, 죄가 선한 것까지 악용할 만큼 얼마나 치명적인가를 드러내어 오직 하나님의 선하심과 은혜만을 바라보게 만들기 위함이다.
우리의 연약함은 하나님 앞에서 결코 숨겨질 수 없다. 거룩하게 살고자 몸부림칠수록 내 안에서 선한 말씀을 악용하려는 죄의 강력한 끌림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절망할 필요가 없다. 율법이 우리의 죄성을 정직하게 폭로할 때, 우리는 비로소 나의 의로움을 포기하고 십자가 앞으로 나아갈 소망을 얻는다. 율법으로 나를 증명하려는 오만을 내려놓고, 십자가에서 완성된 하나님의 은혜를 붙잡아야 한다. 나 스스로 하나님의 자리에 앉으려 했던 가짜 자유를 던져버리고, 오직 우리를 용서하시고 품어주시는 하나님의 무조건적인 은혜 안에 거할 때 비로소 우리는 죄의 속임수에서 벗어나 참된 평안과 자유를 누리게 된다. 오늘 이 새벽, 나를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선하심만을 겸손히 의지하는 성도가 되기를 바란다.
하나님 아버지, 우리는 단 한 순간도 하나님의 은혜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연약한 존재임을 고백합니다. 선한 말씀을 들으면서도 내 안의 오만한 죄성으로 인해 흔들리고 넘어지는 우리의 비참함을 주님 앞에 정직하게 내어놓습니다.
우리 스스로 하나님의 자리에 앉으려 했던 가짜 자유를 회개하오니,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보혈로 우리의 모든 허물과 죄를 덮어 주시옵소서. 죄의 속임수와 율법의 정죄로부터 우리를 구원하시고 참된 자유를 주신 주님의 은혜를 깊이 찬양합니다.
이번 한 주간, 나의 의로움을 자랑하지 않게 하시고 오직 나를 살리신 하나님의 선하심과 은혜만을 찬양하며 살아가는 복된 삶이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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