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7장 14-25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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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오호라 곤고한 자여
제목: 오호라 곤고한 자여
본문: 로마서 7장 14-25절
본문: 로마서 7장 14-25절
찬송: 407장 구주 예수 의지함이
찬송: 407장 구주 예수 의지함이
신앙의 기쁨과 구원의 은혜를 고백하며 새 삶을 결단하지만, 성도는 일상의 삶에서 엄혹한 한계에 부딪힌다. 마음으로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해 드리고 싶고, 세상 속에서 거룩하고 순결하게 살고자 결단하지만, 정작 현실의 순간에 도달하면 여전히 똑같은 유혹과 죄의 습관 앞에 맥없이 무너지고 만다. 순간적으로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하고, 이기적인 탐욕과 욕망에 사로잡히며, 은밀한 죄악에 길들여진 자신의 한심한 모습을 발견할 때 성도는 커다란 영적 패배감과 괴로움에 사로잡힌다. 우리가 처한 영적 실존의 무력함 앞에서 깊은 회의가 밀려온다. 이러한 스스로를 향한 깊은 실망과 회의는 마침내 가슴 아픈 영적 질문으로 이어진다. "나는 과연 진정으로 구원받은 성도가 맞을까?", "왜 나의 신앙생활은 아무리 뜨겁게 결단하고 애써도 늘 제자리를 걸음마하며 무너지는가?" 수많은 성도가 신앙적 열망과 현실적 실패 사이에서 발생하는 이 거대한 모순을 안은 채 깊이 좌절하고 탄식한다.
놀랍게도 위대한 사도 바울 역시 이 치열한 내면의 전쟁터 한복판에서 똑같이 깊이 괴로워했다. 오늘 본문에서 바울은 구원받은 신자의 내면에 여전히 거주하는 죄의 강력한 세력과 그로 인한 처절한 내적 갈등을 조금도 숨김없이 폭로한다. 바울의 속사람은 하나님의 거룩한 율법을 진심으로 즐거워한다. 그러나 그의 내면에는 하나님의 거룩한 뜻에 반역하려는 또 다른 죄의 법이 엄연히 작동하여, 그를 죄의 종으로 사로잡아 가고 있다. 거룩함을 향한 열망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자기 안에 도사린 죄의 부패함과 비참함은 더욱 선명하게 폭로된다. 스스로의 의지력과 도덕적 노력으로 하나님의 율법을 완벽히 이루려 애쓰면 애쓸수록, 돌아오는 것은 처참한 유죄 선고와 영적 무능함뿐이다. 나의 선한 의지나 결단만으로는 내 안에 집요하게 거하는 죄의 권세를 결코 이겨낼 수 없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마침내 바울은 극심한 내면의 전쟁으로 인해 완전히 피폐해지고 파괴된 자신의 상태를 직시하며 처절하게 절규한다.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 여기서 바울이 고백하는 ‘곤고함’은 단순한 심리적 허전함이나 자괴감이 아니다. 그것은 마치 잔혹한 전쟁터 한복판에서 모든 기력을 빼앗기고 짓밟혀 완전히 폐허가 된 비참한 영적 실존의 탄식이다. 사도 바울조차 자신의 인간적인 의지나 율법적 노력으로는 이 완강한 죄의 세력을 결코 꺾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바로 이 깊은 절망의 탄식 한복판에 복음의 놀라운 반전이 숨겨져 있다. 인간이 자신의 영적 무능함을 정직하게 인정하고, 스스로를 구원하려는 자기 의와 도덕적 노력을 완전히 내려놓는 바로 그 자리가 하나님의 은혜가 비로소 시작되는 지점이다. 바울은 곤고한 절망의 비명을 지른 바로 다음 순간, 도저히 인간의 이성으로는 예상할 수 없는 감격스러운 감사와 찬양의 선포를 이어간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께 감사하리로다.” 영적 전쟁에서 승리하는 비결은 결코 내가 더 강력하게 결단하거나 율법적 노력을 더하는 것에 있지 않다. 오직 나의 완전한 패배를 인정하고, 나를 대신하여 율법의 모든 요구를 완벽하게 충족하셨으며 십자가에서 죄의 권세를 완전히 무력화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만을 온전히 바라보는 것에 있다. 주님의 은혜가 내 영혼을 적실 때, 비로소 무겁고 감당할 수 없던 율법의 정죄가 사라진다. 인간의 완전한 절망과 실패가 선포되는 바로 그 자리에 그리스도의 완벽한 승리와 용서의 은혜가 신비스럽게 덮이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와 연합한 성도는 이미 그 신분과 정체성이 영원히 새롭게 바뀐 존재이다. 신자의 구원과 성화의 근거는 나 자신의 완벽한 행위나 성취에 매여 있지 않다. 비록 성도가 이 땅을 살아가는 동안 잔재한 죄의 습성으로 인해 유혹받고 때로는 패배하여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자책감과 슬픔에 빠질지라도, 그 넘어짐이 성도의 최종 결말이 될 수는 없다. 비록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삶의 현장은 실패와 아픔으로 얼룩져 있을지라도, 우리를 향한 주님의 사랑과 구원의 약속은 흔들림 없이 견고하다. 내 자아의 소망과 의지에 대한 기대가 완전히 무너져 내릴 때, 비로소 나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시고 감싸 안으시는 하나님의 절대적인 은혜가 성도의 삶을 견고하게 지탱하고 있음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 마르틴 루터가 고백했듯이 성도는 ‘의인이면서 동시에 죄인’이지만, 그리스도의 완벽한 대속으로 말미암아 이미 하나님 앞에서 온전히 용납받은 거룩한 자녀이다. 죄가 나를 정죄할지라도 그리스도의 의가 우리를 담대하게 만든다.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성도의 삶 역시 치열한 영적 전투의 연속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더 이상 죄의 권세에 매여 끌려다니는 무기력한 노예가 아니다. 나의 완전한 영적 무능함을 정직하게 인정하기에 스스로의 의를 자랑하지 않으며, 나를 붙드시는 주님의 은혜가 있기에 어떠한 실패와 넘어짐 앞에서도 낙심하여 포기하지 않는다. 날마다 내 안의 죄성을 자각할 때마다 절망하는 대신, 십자가에서 나를 위하여 보혈을 흘리신 그리스도의 완벽한 은혜를 더욱 간절히 붙들어야 한다. 나의 노력이 아닌 하나님의 절대적 은혜만이 나를 바로 세우는 유일한 동력이다. 오늘 아침, 나의 영적 한계와 무능함을 넘어 온 우주에 선포되는 그리스도의 구원과 절대적 은혜만을 오롯이 의지하며, 겸손함과 감사함으로 담대히 은혜의 보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