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8장 1-4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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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

본문: 로마서 8장 1-4절

찬송: 302장 내 주 하나님 넓고 큰 은혜

신앙생활을 해나가며 우리는 언제나 죄를 이기고 거룩하게 살고자 결단하며 몸부림치지만, 정작 일상의 삶의 현장에서는 거듭 패배하고 무너지는 자신을 목격한다. 우리를 꼼짝 못 하게 짓누르고 강제하는 ‘죄와 사망의 법’의 무서운 권세 때문이다. 죄는 단순한 인간의 실수나 허물이 아니며, 인간을 저 밑바닥으로 끊임없이 끌어내리는 거역할 수 없는 집요하고 강력한 중력과 같다. 내 의지나 도덕적 결단이라는 연약한 밧줄로는 이 강제적이고 집요한 죄의 원리를 결코 이겨낼 수 없다. 하나님의 거룩한 율법을 마음으로는 사랑하고 즐거워하지만, 내 안에서 나를 죄의 포로로 끌고 가는 거대한 죄의 힘 앞에서 성도는 처참한 무력감과 깊은 영적 패배감을 경험한다. 자신의 힘으로 거룩을 이루려는 모든 자아의 의지와 도덕적 노력이 완전히 파쇄되는 순간이다. 이처럼 인간의 한계에 부딪힐 때 성도는 절망적인 좌절과 가슴 아픈 탄식에 빠진다. 우리의 연약한 도덕적 결심이나 노력만으로는 내면의 집요한 죄를 결코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참담하고 괴로운 영적 실존 앞에서 사도 바울 역시 깊이 애통해했다. 마음으로는 하나님의 거룩한 법을 사랑하면서도, 육신으로는 여전히 죄의 법에 매여 사로잡히는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을 직시했을 때 바울은 하나님 앞에 고개를 들 수 없을 만큼 거룩한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느껴야 했다. 무엇보다 자신을 영적 지도자로 바라보는 로마 교회 성도들에게 자신의 이 처절한 영적 무능함과 부끄러운 한계를 글과 서신으로 고백하며 써 내려간다는 것은 감당하기 힘든 거대한 영적 중압감이었다. 바울은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라는 절망적인 탄식을 끝으로 더는 로마서를 이어 쓰지 못했다. 대필자 더디오의 펜이 멈추고, 서신 기록에는 깊은 침묵과 정적이 흘렀다. 바울은 얼굴을 묻은 채 며칠 동안 하나님 앞에 눈물 흘리며 애통해하고 깊이 기도하는 거룩한 침묵의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철저한 영적 무능함을 인정하는 그 기도의 자리야말로 하나님의 은혜가 시작되는 거룩한 은혜의 오아시스가 되었던 위대한 역사의 순간이다.
바로 그 처절한 애통과 기도의 정적 한복판에서, 하나님께서는 성령의 인치심과 조명을 통해 바울의 영혼에 놀라운 구원의 진리를 깨닫게 해주셨다. 오랫동안 고민하고 부르짖던 바울에게 마침내 하늘로부터 부어진 영광스러운 해방의 선언이었다. “그러므로 이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나니!” 내 결단과 노력으로는 절대로 끊어낼 수 없었던 죄의 사슬이, 그리스도의 십자가 안에서 완전히 무너졌음을 확신했을 때 바울의 영혼에는 터질 듯한 감격과 찬양이 솟구쳐 올랐다. 이것은 타들어 가는 뜨거운 볕이 내리쬐는 황량한 사막 한복판에서 생수의 오아시스를 만난 것보다 비교할 수 없이 값지고 벅찬 영혼의 희열이자 환희였다. 절망의 기나긴 터널 끝에서 마주한 이 구원의 오아시스는 바울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하나님의 생명의 사건이었다. 사막과 같은 절망 속에서 만난 이 복음이야말로 영혼을 적시는 거룩한 기쁨이었다. 내 힘이 완전히 빠진 바로 그 순간 하늘의 참된 평안과 영원한 해방이 영혼 속에 부어졌다.
바울이 깨달은 이 위대한 승리의 비결은 인간의 자발적 의지가 아닌 ‘생명의 성령의 법’이 가진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능력에 있었다. 율법은 인간의 연약한 육신 때문에 우리를 죄의 권세에서 건져낼 수 없었지만, 하나님께서는 자기 아들을 죄 있는 육신의 모양으로 보내사 십자가에서 우리의 모든 죄의 빚을 완벽하게 청산하셨다. 우리가 받아야 할 모든 정죄와 형벌을 그리스도의 육신에 대신 집행하심으로 죄와 사망의 법정률을 완전히 무력화하신 것이다. 나아가 우리 안에 성령을 보내시어, 죄의 강제적인 지배력에서 우리를 실제로 건져내어 자유케 하셨다. 성령은 우리를 억지로 강요하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 안에서 율법의 거룩한 요구를 이루어지게 하시는 구속적 원동력이시다. 하나님의 독생자가 치르신 대속과 성령의 역동이 우리를 죄의 속박에서 비로소 해방시켰다. 그리스도의 완벽한 속량과 성령의 실제적인 인도가 우리 삶을 거룩함으로 강력하게 끌고 가기에 성도는 더 이상 죄의 결박에 매여 무기력하게 무너지지 않는 참된 자유인이 된 위대한 존재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역시 동일하게 이 감격스러운 은혜의 오아시스 앞에 서 있다. 우리가 죄와 사망의 법을 이길 수 있는 비결은 나 자신의 거룩한 결단이나 경건한 노력이 아니다. 이미 나를 위해 십자가에서 모든 죄의 값을 지불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과, 내 안에서 주도적으로 역사하시는 성령의 은혜뿐이다. 죄의 정죄감이 나를 짓누르고 영적 무기력함이 나를 사로잡을 때, 바울이 깊은 기도의 자리에서 만났던 그 오아시스의 기쁨을 바라보아야 한다. 나의 완전한 무능함을 인정할 때 비로소 생명의 성령의 법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오늘 하루, 나를 죄의 속박에서 건져내어 거룩한 삶으로 인도하시는 성령의 손을 잡고 온 우주에 선포된 은혜의 환희 속으로 담대히 나아가야 한다. 이것이 오늘 성도가 누려야 할 참된 복음의 영광이다. 그리스도의 승리가 나의 승리요, 성령의 능력이 나의 능력이 됨을 믿고 매일의 삶에서 기쁨으로 승리하는 거룩한 주님의 백성이 되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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