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8장 26-27절
Notes
Transcript
제목: 연약한 우리를 도우시는 성령의 기도
제목: 연약한 우리를 도우시는 성령의 기도
본문: 로마서 8장 26-27절
본문: 로마서 8장 26-27절
찬송: 543장 어려운 일 당할 때
찬송: 543장 어려운 일 당할 때
인생의 깊은 고난과 뜻밖의 시련을 지나다 보면, 말문이 완전히 막히고 기도가 전혀 나오지 않는 기막힌 순간을 맞이하곤 한다. 하나님을 향해 무어라 한 마디도 내뱉지 못하는 자신의 영적 무기력함을 바라보며, 많은 성도들은 자책감에 빠지거나 깊은 영적 열등감을 느낀다. 내 믿음이 이것밖에 되지 않는가 하는 탄식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쉽게 정죄한다. 그러나 성경이 폭로하는 인간의 참된 실존은 본래 하나님 앞에서 철저히 연약한 존재에 불과하다. 인간의 종교적 가능성과 자기 의지가 완전히 무너지고 한계에 부딪히는 그 위기의 자리야말로, 오직 하나님 편에서 주도하시는 신적 은혜가 비로소 시작되는 거룩한 은혜의 장소다. 기도가 막혀 오직 한숨만 나오는 그 자리는 결코 절망의 끝이 아니라 하나님의 성령께서 역사하시는 시작점이다.
오늘 말씀은 성령께서 우리의 연약함을 도우신다고 선언한다. 여기서 말하는 연약함이란 단순히 육신이 피곤하거나 의지가 약해진 상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이미 구원을 받았으나 아직 완성되지 않은 세상의 긴장 속에서, 하나님의 참된 뜻과 경륜을 온전히 알지 못하는 인간 본성의 근원적 한계를 가리킨다. 그렇기에 우리는 마땅히 기도할 바를 알지 못한다. 우리는 당장의 고통과 환난을 면하게 해 달라는 기복적 간구는 잘 알고 올리지만, 나를 향한 하나님의 영원하고 거룩한 구원의 유익에 부합하는 기도는 스스로 올릴 능력이 없다. 우리는 무엇이 나에게 진정 유익한지조차 분별하지 못하는 철저한 영적 무지와 한계 속에 갇혀 있는 존재다.
그러나 바로 이 절망적인 한계의 한가운데서 성령 하나님의 초월적인 은혜가 개입한다. 성령은 멀리 하늘 보좌에서 인간의 고통을 관망하거나 말로만 격려하시는 분이 아니다. 성령의 도우심은 무거운 짐을 혼자 지지 못해 쓰러진 사람의 맞은편에 다가가, 그 짐의 반대편을 손으로 함께 마주 잡아 들어 올려 주는 역동적이고 실제적인 조력을 뜻한다. 성령 하나님은 우리가 기도를 잃어버리고 쓰러져 있는 그 고통의 맞은편에 친히 앉으셔서, 우리가 결코 혼자 짊어질 수 없는 무거운 인생의 짐을 함께 나누어 지신다. 그리고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위하여 친히 간구하신다. 이 탄식은 성령 하나님 자신에게 무슨 결핍이나 고통이 있어서 나오는 비명이 아니다. 성령 하나님께서 친히 우리 마음에 내주하셔서 우리 안에서 인간의 한계 있는 언어를 초월하는 거룩한 사랑과 영원을 향한 갈망을 불어넣어 탄식하게 만드시는 은혜의 사건이다.
성령의 간구는 하나님 어전에서 성도를 위해 가장 강력하고 완벽하게 호소하는 온전한 중보 사역이다. 마음 깊은 곳을 감찰하시는 하나님, 곧 마음을 살피시는 이는 이 성령의 생각을 온전히 아신다. 왜냐하면 성령은 언제나 하나님의 뜻대로 성도를 위하여 간구하시기 때문이다. 우리의 기도는 이기적인 욕망에 물들어 있고 서툴며 한계투성이이지만, 우리 마음에 내주하시는 성령의 기도는 성부 하나님의 본심 및 거룩한 뜻과 단 1%의 오차도 없이 완전한 일치를 이룬다. 그리하여 하늘 보좌 우편에서 우리를 변호하시는 성자 예수 그리스도의 대제사장적 중보와, 우리 마음 깊은 곳에서 탄식하시는 성령 하나님의 내주하시는 중보가 만나는 이중 중보의 역사 속에서, 우리의 어눌한 한숨과 눈물조차 가장 온전하고 거룩한 기도로 교정되어 성부 하나님께 상달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기도가 전혀 나오지 않는 깊은 밤을 지나고 있다 할지라도 성도는 결코 절망하거나 스스로를 자책할 필요가 없다. 내가 내 슬픔과 고난에 눌려 마땅히 구할 바를 알지 못하고 말문이 막혀 있을 때조차, 내 안에 계신 성령 하나님은 나보다 나를 더 깊이 아시며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나를 위해 친히 중보하며 기도하고 계신다. 기도는 결코 내가 유창한 말로 하나님을 설득하거나 내 뜻을 관철하는 인간적 종교 과업이 아니다. 기도는 내 영적 무능과 연약함을 겸손히 인정하고, 내 안에서 끊임없이 하나님의 거룩한 뜻을 향해 탄식하시는 성령의 주도적 은혜에 나 자신을 온전히 내어맡기는 거룩한 항복이다. 우리의 연약함을 아시고 그 무거운 연약함을 친히 짊어지시는 성령 하나님의 신실한 기도와 도우심이 있기에, 우리는 어떠한 시련과 고난 앞에서도 다시 일어나 담대하게 소망과 평안의 길을 힘차게 걸어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