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수놓으시는 인생

사도행전 강해  •  Sermon  •  Submitted   •  Presen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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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나님이 수놓으시는 인생

본문: 사도행전 19장 21-22절

찬송: 430장 주와 같이 길 가는 것

말씀의 문을 열며

자수 놓는 모습을 보게 되면, 천의 뒷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온갖 색깔의 실타래가 어지럽게 엉켜 있고, 투박하고 삐뚤삐뚤한 매듭들만 가득합니다. 도무지 무슨 모양을 만드는 것인지 알 수 없고, 답답하고 지저분하게만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 수틀을 뒤집어서 천의 앞면을 바라보면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집니다. 거기에는 알록달록 고운 색실로 수놓아진 아름다운 꽃과 새, 그리고 감탄을 자아내는 멋진 풍경이 눈부시게 그려져 있습니다. 기쁨과 소망을 뜻하는 밝은 실뿐만 아니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고난과 아픔의 어두운 색실까지 어우러져 세상에 단 하나뿐인 고귀한 작품이 탄생한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온 길고 고단한 인생도 이 자수판과 참 많이 닮았습니다. 세월이 흘러 몸은 여기저기 아프고, 자식 걱정과 지나온 삶의 아쉬움 속에서 오늘 우리가 바라보는 삶의 현실은 어지럽게 꼬인 실타래 같을 때가 참 많습니다. 내 인생에는 왜 이런 시련이 길었는지, 내 삶은 왜 이렇게 자꾸만 막히고 꼬였는지 가슴을 치고 눈물짓기도 합니다.
세상의 향락과 우상으로 가득했던 에베소라는 도시 한가운데서 오직 주님의 말씀만 붙들고 외롭게 싸웠던 사도 바울처럼, 우리 역시 거친 세상 속에서 고단한 몸을 끌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결코 낙심하거나 절망하지 않습니다. 지금도 수틀을 손에 꼭 쥐고 계신 하나님의 주권적인 손길은 그 어지러운 실타래를 가지고 우리 인생이라는 비단 위에 당신의 영광스러운 작품을 한 땀 한 땀 아름답게 수놓고 계십니다.
오늘 본문인 사도행전 19장에서 사도 바울은 에베소에서의 사역을 마무리하면서 마음속 깊은 소명의 고백을 선포합니다. "내가 거기 갔다가 후에 로마도 보아야 하리라." 이 짧은 한마디는 청년 시절의 철없는 야망이나 호기가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을 만난 이후 20여 년이라는 기나긴 세월 동안, 하나님께서 자신의 삶에 수놓아 오신 은혜를 바라보며 주님의 영에 이끌려 올려드린 거룩한 순종의 선포였습니다.
오늘 말씀을 통해, 막히고 꼬인 인생의 뒷면 속에서도 오묘하게 당신의 선을 이루어 가시는 하나님을 만나고 참된 평안과 위로를 함께 누리기를 원합니다.

하나님의 때와 방식

첫째로, 하나님은 내 계획이 아닌 하나님의 때와 방식으로 우리 인생을 수놓으십니다.
오늘 본문 21절에서 바울은 로마로 가겠다는 비전을 선포하며 "내가 반드시 로마도 보아야 하리라"고 담대히 고백합니다. 이 고백 속에는 인간의 막연한 바람이나 개인적인 욕심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권적으로 반드시 이루어 내시겠다는 하나님의 거룩한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바울의 가슴은 복음을 향한 뜨거운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바울은 자신이 복음을 전하는 사람으로서 자유로운 몸이 되어 당당하게 로마로 걸어가고, 나아가 세상의 끝이라 여겼던 지역까지 진출하기를 원했을 것입니다. 로마는 바울의 남은 생애를 바칠 마지막 사명의 터전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바울의 생각과 전혀 다르게 흘러갔습니다. 예루살렘에 도착하자마자 바울은 억울한 모함을 받아 체포되었고, 차가운 감옥에 갇혀 무려 2년이라는 답답한 세월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토록 바라던 로마로 향할 때, 바울은 화려한 사도의 모습이 아니라 손과 발에 죄수의 사슬을 찬 채 끌려갔습니다. 세상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바울의 모든 계획은 완전히 어그러졌고, 그의 인생 실타래는 형편없이 꼬여버린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답답한 순간에, 하나님의 역설적인 은혜가 빛을 발하기 시작합니다. 당시 예루살렘에는 바울을 죽이기 전에는 먹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겠다고 맹세한 40명의 암살단이 숨어 있었습니다. 만약 바울이 자유인의 신분으로 자기 뜻대로 움직였다면, 그는 로마에 도달하기도 전에 암살단의 칼날에 목숨을 잃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바울을 죄수의 신분으로 만드셔서, 보병과 기병을 포함한 무려 470명에 달하는 로마 군대의 철통같은 호위 속에서 머리카락 하나 상하지 않고 가장 안전하게 로마에 당도하게 하셨습니다. 자기 몸을 묶은 사슬이 도리어 나를 지키는 가장 안전한 방패가 된 것입니다.
나아가 하나님께서는 공간적으로 멀리 있는 세상 끝을 바라보던 바울에게, 지금 우리가 두 발 딛고 서 있는 가장 가깝고도 어두운 삶의 현장이 바로 복음이 필요한 참된 사명의 자판임을 보여주셨습니다. 가장 부유하고 화려해 보이지만 영적으로 어두운 도성 로마야말로 주님의 빛이 밝혀져야 할 자리였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 삶 가운데 마음대로 일이 풀리지 않고, 몸의 질병이나 삶의 사슬에 매인 것 같은 답답함을 겪을 때가 있습니다. 내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는다고 낙심하거나 서두를 필요가 없습니다. 내 계획이 멈춘 바로 그 자리에서 하나님의 위대한 역사가 시작됩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역설적인 방법으로 우리를 보호하시며, 가장 선한 길로 당신의 영광스러운 작품을 수놓아 가십니다.

한 땀의 순종

둘째로, 우리는 오늘 하루 묵묵히 한 땀의 순종을 수놓아야 합니다.
본문 21절을 보면, 바울이 로마 비전을 선포할 때 한글 성경에서는 생략된 구절이 있습니다. 원어 성경에는 "성령 안에서 작정하여"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바울이 품은 위대한 비전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신비한 환상이나 대박 같은 일이 아니었습니다. 바울은 다메섹에서 주님의 부르심을 받은 후, 고향 다소에서 무려 13년 동안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무명의 시간을 견뎌냈습니다. 안디옥 교회에서 묵묵히 성도들을 섬겼고, 매일 먼지 날리는 길을 걸으며 복음을 전했습니다.
무려 20년이라는 세월 동안 매일의 삶에서 성실한 순종을 한 땀 한 땀 쌓아 올린 결과, 주님의 성령 안에서 자연스럽게 열매 맺은 고백이 바로 로마 비전이었습니다.
또한 본문 22절을 보면 바울은 로마라는 큰 비전을 선포한 직후에도 조급하게 뛰어가지 않았습니다. 성경은 "자기는 아시아에 얼마 동안 더 있으니라"고 전합니다. 바울은 거창한 내일을 말하면서도, 지금 자신이 마땅히 지켜야 할 사역의 현장을 팽개치지 않았습니다. 조급함을 내려놓고, 주님이 명하신 자리에 머물며 남은 과업을 성실하게 감당했던 것입니다. 세상은 늘 빠르고 화려한 결과만을 요구하며 우리를 조급하게 내몰지만, 하나님은 결과보다 과정을, 외형의 화려함보다 매일의 신실함을 보십니다.
오늘도 고단한 몸을 이끌고 밭을 매고, 가족들을 위해 밥상을 차리며, 약해진 무릎을 꿇고 예배의 자리를 지키는 우리의 삶을 바라 볼 때, 씨앗을 심고 인내로 기다리는 농부의 삶처럼, 우리가 보내는 평범하고 반복되는 하루는 결코 허무하거나 무의미한 시간이 아닙니다. 내 죄를 대신 지시고 십자가에서 우리를 구원하신 주님의 은혜를 기억하며 드리는 우리의 하루는 가치 없는 반복이 아닙니다.
때로 내 인생의 뒷면만 보여서 어지럽고 막막할지라도, 수틀을 꼭 쥐고 계신 주님의 선하신 손길을 온전히 신뢰하시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주님 앞에 서는 바로 그날,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눈물과 땀으로 심었던 한 땀 한 땀의 순종을 모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영광스럽게 수놓아진 인생의 앞면을 우리에게 기쁨으로 보여주실 것입니다.

말씀의 문을 닫으며: 하나님을 내 인생의 비전으로 삼는 삶

사랑하는 여러분, 이제 우리는 내 욕심과 명예를 이루려는 세속적인 야망을 내려놓고, 우리 죄를 대신 담당하시고 영원한 생명의 옷을 입혀주신 십자가의 주님만을 우리 인생의 유일한 비전으로 삼아야 합니다.
때로 내 인생의 뒷면만 보여서 어지럽고 막막할지라도,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오늘 하루야말로 하나님께서 거룩한 구원의 작품을 완성해가시는 가장 귀한 순종의 한 땀입니다.
인생의 햇빛이 들 때나 비바람이 불 때나 변함없이 하나님을 신뢰하며 나아가야 합니다. 세상의 부귀영화가 아니라 오직 주님만을 소망하며 매일 주어진 삶의 자리에서 정직과 성실의 한 땀을 묵묵히 놓아감으로 하나님의 영광스러운 비전을 아름답게 이루어가는 우리 중앙교회 모두가 되시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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